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 (2011)

2011.03.25 10:47

DJUNA 조회 수:12803


김민서의 [나의 블랙 미니 드레스]는 목동에 사는 압구정 죽순이와 그녀의 친구들을 다룬 소위 '칙릿 소설'인데, 예상외로 현실적이고 칙칙한 이야기입니다. 비슷비슷한 불평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기는 해도 생각이 없는 책은 절대로 아니고요. 오히려 반대가 맞죠. 


이 고민이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라고 제목을 살짝 바꾼 이 영화에 그대로 옮겨질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이 책의 영화화 판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원했던 건 윤은혜, 박한별, 차예련, 유인나를 캐스팅해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가벼운 눈요깃감을 만드는 거였을 테니 말이죠. 아침에 이 영화를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가 상상했던 딱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나빴어요.  


스토리 자체는 원작에서 많이 가져왔습니다. 여기 비교적 평판이 괜찮은 대학의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네 처자들이 있습니다. 세 명은 강남에 살고 화자인 주인공은 목동에 살아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취직을 하고, 유학 준비를 하고, 연예계에 들어갑니다. 단지 영화를 보다 [섹스 앤 더 시티]스럽게 만들기 위해 원작에선 비교적 가볍게 묘사된 캐릭터 두 명의 비중을 늘렸어요. 그 중 한 명의 이야기는 보다 '건전하게' 윤색되었고요. 


원작자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모르겠는데, 영화는 원작의 핵심을 제대로 못 잡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건 목동과 압구정이라는 두 동네의 지정학적 위치와 의미예요. 어떻게 보면 자주 나오는 강남보다는 목동이 더 중요한 이야기란 거죠. 하지만 영화는 오로지 강남의 반짝거리는 면만 찍는데 치중할 뿐입니다. 그것도 지극히 얄팍하고 간접홍보물스럽게.  


이렇게 찍어 놓으니 원작을 지탱하고 있던 정체성 혼란과 고민이 몽땅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무엇이 중요한지 전혀 몰랐던 것 같아요. 그 증거로 영화는 진행되는 내내 올바른 톤을 찾지 못하며 집중해야 할 포인트를 계속 놓칩니다. 몇몇 장면, 특히 후반 시퀀스들에서는 그 혼란이 너무 심해서 무례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영화의 캐스팅은 관심을 끌만합니다.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배우들은 없지만 모두들 샤방샤방하고 자기만의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윤은혜를 제외하면 대충 원작 캐릭터들의 이미지와도 맞습니다. 윤은혜는 이 사람의 서민다운 털털함 때문에 캐스팅된 것 같은데, 원작 화자의 지나치게 생각 많은 사람의 느낌은 없어요. 사실 "저녁에 무얼 먹을까" 이상의 문제로 고민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 인물로도 안 보입니다. 배우탓은 아닐 거예요.  


캐스팅은 그럴싸하지만 배우들은 최악의 방식으로 활용되었습니다. 20대 처자들의 수다가 반인 영화인데도, 이들에게 주어진 대사들은 대부분 나쁘거나 어색해요. 연기지도도 건성이라 같은 신에서 흐름이 무참하게 깨지는 장면들도 많고요. 감독은 그냥 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예쁜 인형들 이상으로는 보지 않는 것 같아요. (11/03/25)


★★


기타등등

음악은 진짜 안 좋습니다. 바로 코 앞에 나오는 장면들을 그대로 받아쓰기만 하는.


감독: 허인무, 출연: 윤은혜, 박한별, 차예련, 유인나, 이용우, 최윤영, 전수경, 동호, 다른 제목: Little Black Dress, My Little Black Dress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My_Black_Mini_Dress.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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