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 (2011)

2011.04.18 11:01

DJUNA 조회 수:7331


[시선 너머]는 2002년 [여섯 개의 시선]부터 시작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영화 프로젝트 [시선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으며, 언제나처럼 별점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사과]의 감독 강이관이 만든 [이빨 두 개]가 다루는 것은 탈북자에 대한 편견입니다. 중학생 준영은 학교에 우연히 영옥이라는 아이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에 맞아 이빨 두 개가 부러집니다. 준영은 영옥과 친구과 되고 싶지만, 탈북자인 영옥의 가족과 준영의 가족은 사고 처리와 금전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 없이 진지할 수도 있는 영화지만, 강이관은 어깨 힘을 빼고 청소년 드라마의 장르 안에서 소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시선 너머]에 수록된 단편 중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물론 영옥과 가족이 놓인 입장은 여전히 밝지만은 못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이 감독한 [니마]는 모텔에서 잡일을 하는 몽골인 불법이주노동자 니마와 새로 모텔에 취직한 한국 여자 정은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니마가 귀찮던 정은은 모텔에서 구타당한 여자를 돕는 과정에서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갑니다.


결국 여성간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니마와 정은이 그들 사이에 놓인 편견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건 여성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죠. 좋은 주제인데, 영화의 이야기는 이들에게 그런 교훈으로 가기 위해 미션을 하나씩 던져주는 것 같아서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특히 에필로그는 모든 이야기를 다 하고 끝내려는 것 같아서 사족 같고요.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좋습니다. 니마 역의 단잔 다바니암은 좋은 얼굴을 갖고 있고요.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이 만든 [백문백답]은 회사 팀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디자이너 희주가 그를 고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과정 중 피해자 희주는 오히려 꽃뱀 취급을 받으며 피의자 취급을 받아요.


[백문백답]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영화입니다. 한 마디로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들만 일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연대고 희망이고 없습니다. 있는 건 오로지 일방적인 추락 뿐이죠. 아마 이 과정의 묘사는 정확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성격이 급해져서 그런 건지, 전 이런 현실 묘사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더군요. 분노는 이미 영화 밖에서 충분히 겪었으니 가능한 해결책도 보고 싶어요.


[파수꾼]의 윤성현이 감독한 [바나나 쉐이크]의 주인공들은 이삿짐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봉주라는 직원이 일하던 아파트에서 귀중품 하나를 슬쩍하면서 깨져요. 이를 눈치 챈 집주인은 범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고, 센터에는 누명을 뒤집어 씌우기 딱 좋은 이주노동자 한 명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여러분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기 시작하겠죠.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부터 은근슬쩍 엉뚱한 방향을 흘러갑니다.


[바나나 쉐이크]는 [시선 너머]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경쾌한 연출도 재미있고 두 배우의 능글맞은 연기도 좋습니다. 영화는 이런 인권영화가 빠질 수 있는 선긋기와 교훈을 살짝 넘어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나오는 발랄하고 능청스러운 인간 희극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윤성현이 ([파수꾼]에서 그랬던 것처럼) 익숙한 고정관념을 깨는 과정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죠.


단지 결말은 좀 긴 느낌입니다. 에필로그는 없어도 되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네팔인인 감비르 만 슈레스타에게 필리핀 노동자의 역할을 준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이주노동자'라는 막연한 이름 안에 묶어버리는 것 같아서요. 이건 영화의 주제와도 잘 안 맞잖습니까.


[방문자]의 신동일 감독이 만든 [진실을 위하여]에서 임산부 보정은 병원에서 아기를 잃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억울한데, 남편 인권은 병원 로비에서 돈이 든 가방을 잃어버렸네요. 근처에 CCTV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건 잠깐, 하필 그날 그것만 고장이었답니다.


[진실을 위하여]는 [시선 너머]에서 가장 화가 나 있는 작품입니다. 진짜로 화가 날 상황을 다룬 [백문백답]보다 더 화가 나 있어요. 환자의 인권 보호, 인터넷 댓글 문제, 사생활 보호와 같은 여러 가지 이슈를 다루고 있는 것도 신동일이 그냥 전방위로 화가 나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과연 이 영화가 환자 편인 이야기인지도 확신이 안 섭니다. 병원 사람들이 더 악당으로 나오긴 해도 주인공 부부도 만만치 않게 한심한 사람들이거든요.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우리 한국인들은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화가 나 있고 모두의 화를 유발하는 불쾌한 무리다" 정도가 아닐까요.


여전히 '소품을 이용한 MB까기'와 같은 농담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이긴 하지만, [진실을 위하여]는 유머가 결여된 작품입니다. 그럴 여유가 없어요. 요새 전 MB 정권이 신동일이라는 영화 예술가에게 진짜로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11/04/18)


★★★


기타등등

영옥 역의 서옥별은 실제로 새터민 가족 출신입니다. 이 아가씨도 얼굴이 좋더군요. 풋풋한 일반인 느낌도 잘 어울리고.

 

감독: 강이관, 부지영, 김대승, 윤성현, 신동일, 출연: 박정욱, 서옥별, 박미현, Danzan Davaanyam, 이정은, 박혁권, 김현주, 김진근, 유하준, 정재웅, Gambhir Man Shrestha, 심이영, 김태훈, 김소숙, 다른 제목: If You Were Me 5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If_You_Were_Me_5.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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