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언더월드] 시리즈는 오로지 뱀파이어들과 라이칸들의 대결 이야기였죠. 인간들은 대부분 지나가는 행인이나 배경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언더월드 4 - 어웨이크닝]에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도, 인간들은 뱀파이어와 라이칸들의 존재를 알아차렸고, 그들을 전염병으로 간주해 학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으로 우린 뱀파이어와 라이칸들의 정치감각이 형편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미 뱀파이어들은 인간 없이 인공혈액으로 자급자족을 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들통나자마자 셀린처럼 미모가 되는 뱀파이어들을 몇 명 뽑아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인공 혈액 테크놀로지도 알려주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뱀파이어들 이미지가 확 좋아질 겁니다. 단체로 노벨의학상을 받을 수도 있을 걸요. 이런 거 생각 못 했죠? 하긴 몇 세기 동안 라이칸과 쌈질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하여간 앞 시리즈 줄거리 요약과 4편 설정 설명을 한꺼번에 하는 프롤로그가 끝나면, 셀린은 냉동된 채 실험실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사고로 간신히 빠져나온 셀린은 그 동안 12년의 세월이 흘렀고, 인간들이 그동안 그녀를 가지고 온갖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텔레파시로 마이클을 찾아나서던 셀린이 발견한 건 그 동안 태어난 딸인 이브. 이 정도면 머리가 폭발할 정도로 요란한 멜로드라마지만 영화는 여기에 신경을 별로 안 씁니다.

이 정도면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바뀐 건 별로 없습니다. 인간들이 좀 개입하긴 해요. 하지만 여전히 영화는 뱀파이어와 라이칸의 대결로 갑니다. 셀린이 인간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먹이 사슬 꼭대기에 있었던 뱀파이어들이 박해당하는 소수인종처럼 굴면서 생존을 위한 저항을 하는 설정은 좀 괴상하게 재미있긴 합니다.

나머지는 몽땅 스펙터클입니다. [언더월드]라는 시리즈를 지금까지 존재하게 한 이유, 그러니까 몸에 착 달라붙는 라텍스 옷을 입은 아리따운 케이트 베킨세일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학살하는 장면들의 연속이죠. 이 영화는 그걸 아이맥스 3D로 보여줍니다. 공간감도 상당히 좋고 "아, 우리가 지금 3D 영화를 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장치들도 많습니다. 물론 이런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 입체감이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만, 자연스러움 따위를 기대하고 [언더월드] 시리즈를 보러 온 건 아니잖습니까. 이 정도면 [언더월드] 시리즈가 뭔지 알고 온 관객들은 대충 만족할 것이라 믿습니다. (12/02/18) 

★★☆

기타등등
자막에서는 주인공 이름을 프랑스식으로 셀린느라고 표기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 아니, 이 뱀파이어의 이름은 달의 여신에서 따온 Selene예요. 프랑스 이름 Celine이 아닙니다.

감독: Måns Mårlind, Björn Stein, 출연: Kate Beckinsale, Stephen Rea, Michael Ealy, Theo James, India Eisley, Sandrine Holt, Charles Dance, Kris Holden-Ried

IMDb http://www.imdb.com/title/tt149602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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