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잡담

2012.02.28 22:41

DJUNA 조회 수:8417


1.
2012년 아카데미 수상작 리스트입니다. Huffington Post에서 가져왔습니다.

Best Cinematography: Robert Richardson, "Hugo"
Best Art Direction: Dante Ferretti and Francesca Lo Schavo, "Hugo"
Best Costume Design: Mark Bridges, "The Artist"
Best Makeup: Mark Coulier and J. Roy Helland, "The Iron Lady"
Best Foreign Language Film: "A Separation"
Best Supporting Actress: Octavia Spencer, "The Help"
Best Editing: Kirk Baxter and Angus Wall,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Best Sound Editing: Phillip Stockton and Eugene Gearty, "Hugo"
Best Sound Mixing: Tom Fleischman and John Midgley, "Hugo"
Best Documentary: "Undefeated"
Best Animated Feature: "Rango"
Best Visual Effects: "Hugo"
Best Supporting Actor: Christopher Plummer, "Beginners"
Best Original Score: Ludovic Bource, "The Artist"
Best Original Song: Bret McKenzie, "Man or Muppet"
Best Adapted Screenplay: Alexander Payne, Nat Faxon and Jim Rash, "The Descendants"
Best Original Screenplay: Woody Allen, "Midnight in Paris"
Best Live Action Short: "The Shore"
Best Documentary Short: "Saving Face"
Best Animated Short: "The Fantastic Flying Books Of Mr. Morris Lessmore"
Best Director: Michel Hazanavicius, "The Artist"
Best Actor: Jean Dujardin, "The Artist"
Best Actress: Meryl Streep, "The Iron Lady"
Best Picture: "The Artist"

요약하면 [아티스트]가 다섯 개, [휴고]가 다섯 개, [철의 여인]이 두 개 그리고 다른 영화들이 각각 하나씩 가져갔습니다. 솔직히 [철의 여인]의 여우주연상과 분장상은 합쳐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올해처럼 예측이 재미없는 시상식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트위터에서는 내 예측과 어긋나는 부분이 별로 없다는 멘트를 날려서 재수 없다는 말을 듣는 사용자도 있는 모양인데, 그 사용자를 대신해서, 그 정도 트윗은 잘난 척의 자격도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시상식 전에 수많은 예측이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그 대부분은 비슷비슷했고 최종 결과와도 거의 같았습니다.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면 여우주연상 정도였는데, 가장 유력하다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메릴 스트립에 밀린 건 의외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메릴 스트립도 역시 강력한 후보였으니까요.

여기엔 대단한 의미는 없습니다. 단지 투표 기간 동안 [아티스트]와 [휴고]가 미국 영화업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영화였고 시상식 즈음엔 [아티스트]가 조금 더 사랑을 받았다는 것 이외엔. [휴고]의 경우는 후보에 오른 영화들 중 기술적 성과가 더 많은 영화였고. 남들이 하는 투표에 그렇게 깊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를 지적해도 될 것 같습니다. [휴고]와 [아티스트]는 모두 무성영화라는 장르를 소재로 하고 있고 밀접하게 프랑스와 연결되어 있지요. 프랑스 영화가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영화의 꿈을 꾸는 동안 미국 영화는 프랑스에 있는 선조들의 역사를 방문했습니다. 영화가 필름이 디지털로 넘어가고 2D와 3D 사이를 방황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공통된 과거를 탐사하는 이 두 영화들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2.
2012 시상식은 빌리 크리스탈이 진행한 9번째 오스카 행사였습니다. 원래는 에디 머피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브레트 라트너가 멍청한 게이 농담을 하는 통에 같이 밀려났고, 빌리 크리스탈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습니다. 전 진짜로 머피의 아카데미 시상식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크리스탈에 대한 평가가 그리 일치하는 편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빌리 크리스탈의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최악일 수도 있을 겁니다. 쉬는 동안 조금 감을 잃었는지, 그는 종종 실수를 했고 말을 더듬었으며 불안한 구석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그는 여전히 좋은 호스트였습니다. 경력상 최고는 아니었지만 최근 평균을 고려하면 여전히 썩 좋았고 먹히는 농담도 많았죠.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스탠더드 넘버를 부르는 토니 베넷처럼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 했습니다.

짧고 빠른 시상식이었습니다. 심지어 주제가나 음악상 작품 연주도 없이 휙휙 지나가는 행사였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많이 짧지는 않았습니다. 작년보다 겨우 1분 짧았다더군요. 하긴 작년 시상식도 짧기는 했습니다. 전 여전히 아카데미 시상식이 그렇게 짧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가장 좋았던 거요? 전 개인적으로 전 벤 스틸러 옆에서 까불며 초짜 연기를 하던 엠마 스톤이 좋았습니다. 사샤 바론 코헨의 김정일 쇼는 웃기는 농담이기도 했지만, 그런 게 단순한 외국인 농담일 수 없는 저에겐 오묘한 드라마였습니다. 전 드디어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상을 받았다는 게 좋았습니다. 제가 메릴 스트립의 수상에 동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스트립의 수상연설은 여왕의 귀환이었습니다.

3.
채널 CGV의 중계는 지나치게 간촐했습니다. 일단 프리쇼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전 레드 카펫 행사에 그리 열광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하려면 같이 해주는 편이 좋았죠. 그래도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보긴했지만요. 더 짜증나는 건 이번 중계가 HD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뭔가요? 도대체 왜? 왜? 왜?

이동진과 김태훈의 진행은 평범했습니다. 이전 OCN 중계보다는 나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엉뚱한 실수들이 여기저기에 있었고 자신의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은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나 말하지만 이런 중계에서 진행자는 최대한 몸을 감출수록 좋습니다. 아, 그리고 동시통역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있으나마나였습니다. (1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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