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 인카운터 Grave Encounters (2011)

영화 설정에 따르면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파일럿을 포함해 5회까지 제작되었지만 결국 방영되지 못한 리얼리티 쇼의 제목입니다. 얼굴 마담인 랜스 프레스턴을 포함한 다섯 명의 팀이 귀신 들린 집을 찾아다니며 귀신의 정체를 밝히는 내용이지요.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못한 이유는 1963년에 폐쇄된 콜링우드 정신병원 건물 안에서 여섯 번째 에피소드를 찍는 동안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 일이 외부에서 정확히 어떻게 이해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들이 남긴 테이프와 동영상들이 남아 있어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대충 알 수 있지요.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봤다!"라는 쇼 오프닝 크레딧의 주장과는 달리 랜스 프레스턴과 일당들은 무신경한 회의론자에 가깝습니다. 초자연현상에 대해서는 꽤 잘 알고 있지만 그런 걸 직접 본 적도 없고 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냥 재미있는 쇼를 만드는 것 뿐이죠. 그 때문에 그들은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증언을 조작하기도 하고, 영매인 척 연기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의 장난스러운 회의주의는 병원 안에서 산산조각이 납니다. 그거야 당연한 거고.

영화를 보다보면 이런 파운드 푸티지 영화의 유행이 한 바퀴 돌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영화는 일단 [블레어 윗치]의 전통에서 시작해요. 귀신 들린 공간에서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길을 잃는 거죠.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미 대중문화가 [블레어 윗치]의 영향을 받은 시대의 사람들이에요. 그 결과 이런 파운드 푸티지 영화 장르의 이상한 특징들을 주인공 자신이 인식하면서 행동하는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정신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는 [블레어 윗치]를 흉내내는 게 아니라 [블레어 윗치] 이후에 그 영향을 받고 만들어진 호러 소재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기성품 개성을 재현하는 것이죠.

이러다 보니, 영화는 굳이 진짜인 척 하려고를 하지 않습니다. 관객들도 짜고 치는 고스톱을 보러왔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러느라 굳이 시간 낭비를 할 필요는 없다는 거겠죠. 영화는 분위기는 잡는 대신, 사실성 따위는 아예 없는 노골적이고 무리한 설정 안에 주인공들을 밀어넣고 특수효과나 분장 티가 팍팍 나는 공포효과를 마구 집어던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꽤 재미있습니다. 싸구려이지만 뻔뻔스럽고 노골적인 재미가 있지요. 제가 밀폐된 공간 안에서 길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증이 조금 큰 편이라 더 절실하게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공포효과도 상당한 편입니다.

영화는 꽤 웃기기도 합니다. 제가 웃은 장면들 모두가 의도적인 코미디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상당부분은 의도적이었겠죠. 짜고 치는 고스톱 영화의 프롤로그에 나와서 "앞으로 보실 장면들은 모두 진짜입니다!"라고 선언하는 프로듀서의 주장부터가 은근히 웃기지 않습니까? 표리부동한 랜스 프레스턴 팀원들의 행동은 그냥 노골적으로 웃기고요. 그 뒤에 나오는 공포효과들도 무서운 만큼 우스꽝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영화는 별다른 주저없이 그 코미디를 받아들이고 있는 거 같아요. 사실 이런 식으로 가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그게 가짜인 걸 알면서도 비명을 지르며 보는 행위 자체가 웃기는 거잖습니까. (12/08/04) 

★★★

기타등등
자막은 많이 신경 쓰이더군요. '돼'를 자꾸 '되'라고 쓰더라고요. 주인공들이 "안되!"라고 외칠 때마다  "그러면 안 돼!"라고 받아치고 싶습니다.요새 자막 작업 하는 사람들은 메모장으로 일을 합니까? 웬만한  워드 프로세서들은 이런 거 다 걸러주잖아요.

감독: The Vicious Brothers, 출연: Sean Rogerson, Juan Riedinger, Ashleigh Gryzko, Mackenzie Gray, Merwin Mondesir, Arthur Corber, Michele Cummins, 

IMDb http://www.imdb.com/title/tt170319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4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