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전 제가 J.C. 챈더의 [마진 콜]이라는 영화를 제대로 리뷰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전혀 지식이 없는 세계에 대한 영화니까요. 그래도 최선을 다 해보죠.

우선 기본적인 스토리부터. 월 스트리트의 모 금융회사가 무대입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고 피의 학살이 시작됩니다. 이들이 청부살인업자라는 뜻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인원 감축을 이유로 사원의 80퍼센트를 해고한 것이죠. 

그 날 해고당한 사람들 중엔 리스크 관리 팀장인 에릭 데일이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그는 자신이 하던 작업을 담은 USB를 후배 직원인 피터 설리번에게 넘기고 떠납니다. 데일의 작업을 완성한 설리번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파생상품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이를 방치한다면 회사는 끝장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설리번은 이를 상사인 윌 에머슨에게 알리고 곧 이사회가 소집됩니다. 한밤중에 회사에 끌려온 이들은 곧 이 위기상황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이제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회사가 침몰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아니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를 막아야 할 것인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고 시대배경은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시대배경을 이보다 이전으로 잡고 있는 모양이고 '실화'라는 단어도 훨씬 막연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적어도 이 영화가 그리는 회사는 리만 브라더스가 아니에요. 그래도 어느 정도 유사점은 피할 수 없겠지만. 일단 CEO의 이름 존 털드는 리만 브라더스의 CEO였던 남자의 이름 리처드 S. 펄드와 라임을 이루고 있고, 그들이 애용했던 주택담보부증권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많은 금융용어들을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영화입니다. 심지어 영화 속 주인공들도 이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MIT 공대생 출신인 피터 설리번은 사태를 설명하는 동안 계속 "제발 쉬운 영어로 말해!"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이는 관객들이 따라올 수 있게 봐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몰라도 이상하지 않죠. 피터 설리번과 같은 수많은 이공대생들이 금융공학을 한다며 월 스트리트로 간 뒤로 현대 금융 언어는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심지어 설리번과 그의 동료는 자신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숫자를 굴리면서 돈을 번다고 자조하기도 합니다.

이는 영화가 월 스트리트를 바라보는 관점과 연결됩니다. 정장을 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엄청난 돈을 굴리고 또 엄청난 돈을 버는데, 그들 중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으며, 이 과정 중 무언가 의미있는 것들이 만들어지지도 않는 것입니다. 해고당한 에릭 데일은 나중에 엔지니어였던 시절 그가 만들었던 다리의 가치를 계산하며 월 스트리트에서 자신이 했던 일의 허무함을 강조합니다. 

영화의 주제는 월 스트리트의 모럴 해저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나오는 사람들을 모두 악당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털드는 예외일 수 있겠습니다) 그냥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보통 사람들로, 이 난처한 상황에서 심각한 도덕적 갈등을 겪습니다.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은 돈 또는 돈의 부재의 힘은 그들의 의지를 넘어섭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들이 구성하는 회사 자체의 힘이죠. 회사를 이루는 개인이 아무리 선량하고 성실해도, 월 스트리트의 험악한 생태계에서 살아남고 번창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무도덕적인 짐승인 회사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사무실과 차를 오가면서 전문용어를 내뱉는 영화이니, 지루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관객들의 관심을 놓치지 않습니다. 전문용어가 오간다고 해도 드라마 자체는 이해하기 쉬우며 인물들의 성격과 그들간의 갈등도 분명하며, 무엇보다 각본은 끊임없이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배우들을 보세요. 제레미 아이언스, 케빈 스페이시에서부터 제커리 퀸토, 사이먼 베이커로 이어지는 쟁쟁한 캐스팅은 그 자체로도 빛이 나지만 오로지 대본과 배우에 의해 지탱되는 영화에서 배우들이 얼마나 신이 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12/12/23) 

★★★☆

기타등등
J.C. 챈더의 아버지가 메릴 린치에서 40년간 일을 했다더군요. 아버지로부터 내부 정보를 많이 얻었다고 합니다. 시사회에 같이 갔던 동행은 결말의 해결책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 의심하던데, 전 여기에 대해 뭐라고 말할 입장은 못됩니다. 

감독: J.C. Chandor, 배우: Kevin Spacey, Paul Bettany, Jeremy Irons, Zachary Quinto, Penn Badgley, Simon Baker, Mary McDonnell, Demi Moore, Stanley Tucci, Aasif Mandvi, Ashley Williams, 

IMDb http://www.imdb.com/title/tt161514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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