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리비언 Oblivion (2013)

2013.04.13 12:51

DJUNA 조회 수:16470


정체불명의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합니다. 지구인들은 핵폭탄을 사용해 그들을 저지했지만, 지구는 방사능으로 폐허가 되었죠. 살아남은 지구인들은 모두 타이탄으로 이주. 지구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외계인 잔당들을 처리하는 드론과 바닷물을 연료로 전환하는 기계를 관리하는 잭과 빅토리아 뿐입니다.

얼핏 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이들의 일상은 곧 위협을 받을 겁니다. 예고편에 나와 있는 내용만 봐도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니까요.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라고 한다면, 예고편은 거의 스포일러 수준입니다. 그렇게 드러난 진상이 익숙하기 짝이 없어서 별 신경이 안 쓰이는 것 뿐이죠. 하긴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이기도 하군요.

조셉 코진스키의 [오블리비언]은 다락방에서 찾아낸 필립 K. 딕 소설의 어린이용 축약본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딕이 사용했을 것 같은 수많은 소재들을 사용하는데, 이것을 보다 편안하고 고풍스러운 방식으로 들려주고 있죠. 이 영화에는 딕의 소설에 자주 보이는 괴상한 신경질은 없습니다. 모든 것들이 15살 정도의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조정되어 있지요. 혁명적인 아이디어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건 영화의 장점과 거리가 멀어요. 

이야기의 태생적인 진부함은 종종 예상했던 문제를 일으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여성 묘사가 나빠요. 모두 평면적이거나 설득력이 부족하고, 두 여자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을 남자주인공의 도덕적 선택과 연결시키는, 제가 아주 싫어하는 클리셰를 따르고 있지요. 의무방어로 종종 들어가는 액션 장면은 너무 길어서 지겹고요. 충분히 짧을 수 있는 진상 폭로를 질질 끄는 것도 여전합니다.

그래도 여기엔 익숙한 이야기만의 기능이 있습니다. 이미 관객들이 신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내용 자체를 대충 무시해도 별 문제가 없어요. 영화는 외계인 지구 침공에 대한 액션물보다는 그 이야기의 재료로 재조립된 장르의 백일몽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보면 톰 크루즈나 모건 프리먼의 타이프 캐스팅도 여기에 맞춘 것일 수도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빅토리아 역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였지만 이건 여담.

영화가 스토리보다 집중하고 있는 것은 폐허가 된 지구의 묘사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영화들은 재난의 끔찍함을 강조하는 편이지만 영화는 반대로 갑니다. 문명이 붕괴되고 수많은 동식물들이 멸종했지만, 영화가 그리는 지구는 오히려 아름답지요. 전 아이맥스로 봤는데, 2.35:1의 일반 상영보다는 화면이 꽉 차는 아이맥스가 맞을 거 같습니다. 정말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13/04/13)

★★★

기타등등
물론 CGV의 아이맥스관은 아이맥스 비율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고 간신히 흉내만 낼 뿐이죠.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이맥스에서 화면 비율을 따지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 영화를 보면서 '이걸 제대로 된 화면비율의 아이맥스관에서 본다면 어떨까'하고 궁금해하셨던 분들 안 계신가요?

감독: Joseph Kosinski, 배우: Tom Cruise, Andrea Riseborough, Olga Kurylenko, Morgan Freeman, Nikolaj Coster-Waldau, Melissa Leo, Zoe Bell

IMDb http://www.imdb.com/title/tt148301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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