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2013)

2013.04.29 01:03

DJUNA 조회 수:13554


[복수혈전] 이후 이경규는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단지 자기가 감독 일을 하지 않을 뿐이죠. 경제적으로 특별히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고 위험부담도 큰 작업이니, 순전히 영화라는 것을 만드는 일 자체가 좋아서 그런 거겠죠.

그가 제작한 [전국노래자랑]은 80년대부터 시작한 KBS의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엔 미용사로 일하는 아내의 가게에서 일하면서도 아직 가수의 꿈을 버리지 못한 백수도 있고, 상사를 짝사랑하는 회사원도 있고, 선거전에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인지도를 올리려는 시장도 있습니다. 이들의 사연이 3분의 2정도까지 소개되면 [전국노래자랑]의 녹화방송이 시작되지요. 이 형식은 역시 비슷한 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이즈츠 카즈유키의 [노도지만]과 비슷한데, 다른 길을 가기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옛날 일요일 오후에 텔레비전에서 틀어주었던 '방화' 재방송 같은 영화입니다. 적당히 사람 좋고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나른한 신파지요. 이들의 사연은 처음부터 도식화되어 있고, 이에 고유의 개성이나 깊이를 줄 시간도 부족합니다. [전국노래자랑]의 방송도 예측했던 딱 그것만 보여주고요. 처음부터 익숙한 신파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이건 그리 대단한 단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영화의 가벼움과 헐거움을 채워주는 건 제대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억척 아내인 류현경이나, 아직 가수 바람이 안 빠진 김인권, 속물스러운 시장 역의 김수미는 모두 시청자들이 익숙한 자신의 모습을 살짝 변주하거나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죠. 심지어 까마득한 신인인 이초희도 CF를 통해 굳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착하고 어리바리한 총각으로 나오는 유연석 정도가 예외일 텐데, 그도 늘 재수없는 역만 맡았던 건 아니죠. 어쩌다보니 최근에 그런 역들이 몰렸을 뿐이지. 하여간 모험정신은 부족할지 몰라도, 배우들은 익숙한 연기를 능숙하게 하면서 빈약한 각본에 상당히 많은 것들을 추가해주고 있습니다. 

딱 그 정도입니다. 결말까지 빤히 보이는 통속물인데,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도 있겠죠. 결국 우리네 삶을 지배하는 고민은 거기서 거기인 법이고, 효과적인 통속물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니까요. (13/04/29)

★★☆

기타등등
감독 이종필은 얼마 전에 [환상속의 그대]로 리메이크된 단편 [백년해로외전]에서 한예리(김예리)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감독: 이종필, 배우: 김인권, 류현경, 김수미, 오광록, 유연석, 이초희, 오현경, 김환희, 다른 제목: The Singing Contest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he_Singing_Contest.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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