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 (2013)

2013.10.13 12:38

DJUNA 조회 수:11483


여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컴퓨터 너드인 영수는 어쩌다보니 샌드위치 가게에서 알바로 일하는 미인과 연애를 해서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깨가 쏟아지는 3년 뒤 아내의 수상쩍은 과거가 드러나기 시작해요. 영수는 서툰 탐정질을 시작하고 마침내 10년 전 아내가 강남 클럽가를 주름잡던 '밤의 여왕'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패키지입니다. 제대로 된 이야기꾼의 손에 들어가면 엄청 재미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죠. [시민 케인], [라쇼몽], [로라]의 좋은 점만 골라 챙긴 로맨틱 코미디를 생각해보세요. 물론 작정하고 여자주인공의 두 이미지를 가지고 노는 변태적인 코미디로 갈 수도 있는데, 이것도 괜찮죠.

하지만 김제영의 [밤의 여왕]은 최악의 길만 골라 갑니다. 일단 타이밍과 템포가 엉망이에요. 본론까지 가는 데에 40분은 걸리고, 중심이 되어야 할 회상과 추리파트는 짧고 건성입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몰라 남은 시간을 질질 끄는데 이 어디에도 쓸만한 농담은 없습니다.

악의는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 사람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습니다. 아무리 방향을 잡고 노력을 해도 자신의 옹졸함과 편견을 뚫고 나갈 수가 없어요. 자기가 얼마나 옹졸한지 모르니까. 아내가 10년 전에 클럽에서 놀았다는 걸 받아들이기 위해 온갖 종류의 해명과 변명을 해대는 꼴을 보면 알만 하죠. 여기까지 가면 이야기꾼과 주인공의 격차가 거의 없어요.

캐릭터도 지루하고 재미없습니다. 김민정은 안전하기 짝이 없고, 천정명은 불쾌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어이없는 부분은 영화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장치들입니다. 예를 들어 천정명 캐릭터가 김민정 캐릭터 앞에서 연필로 가지가 꺾인 꽃을 세워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아요. 착한 사람이네요. 하지만 나중에 나오는 회상 장면에서 천정명은 같은 짓을 길가에 버려진 장미 송이에도 합니다. 나름 감동을 주려고 넣은 장면인데, 이 정도면 앞에서 보여준 장면까지도 의미가 없어지죠. 이미 꺾여 나간 장미에게 무슨 짓이에요. 감성변태인가요.

어차피 홍보를 위해 버라이어티쇼에 나올 배우들의 장기 자랑이 영화보다 몇 배 재미있을 영화입니다. 배우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굳이 신경쓰며 챙겨보실 필요는 없어요. (13/10/13)

★☆

기타등등
양물 먹은 교포 처자에 대한 조선 남자들의 이중적인 편견은 일제시대 때와 다른 게 없어요.


감독: 김제영, 배우: 천정명, 김민정, 김기방, 이미도, 이주원, 지대한, 한보름, 윤진하, 다른 제목: Queen of the Night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Queen_of_the_Night.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8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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