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2013)

2013.10.21 01:46

DJUNA 조회 수:10513


몇년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가 얼마 전에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지금은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전 저번 주에 있었던 기자 시사회에서 봤지요.

남성판 [이브의 모든 것]을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엄태웅이 연기하는 태식은 김민준이 연기하는 원준이라는 톱스타의 매니저인데, 원준이 낸 뺑소니 사고를 대신 뒤집어쓴 것에 대한 보답으로 원준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에 출연하게 됩니다. 드라마가 히트하자 태식은 원준을 위협할 정도로 인기를 얻지만 그러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장애물들이 하나씩 생기고 태식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브의 모든 것]을 떠올리지 않는다고 해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연예계 사람들은 워낙 수다쟁이들이라 자기 이야기들을 온갖 매체를 통해 떠들고 다녔으니까요. 박중훈도 이 영화의 이야기가 친숙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기가 직접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문제는 그가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경험에서 얻은 성찰을 영화를 통해 들려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교훈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어요. 앞에서 말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더 그럴싸하게 잘 이야기한 작품들이 많으니까요. 게다가 이야기꾼 박중훈은 무의식적으로 후배들에게 인생철학을 들려주는 선배의 태도를 취합니다. 좀 험한 말이지만 '꼰대' 냄새가 납니다. 듣다보면 반발감이 생겨요.

한국 영화계에서 몇십 년 동안 주연배우로 활동한 이야기꾼에게 제가 기대하는 것은 이야기의 디테일입니다. 박중훈은 아마도 우리가 잘 모르는 실제 사건이나 인물에 바탕을 두었을 여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에요.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지나치게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또 그만큼 과장을 하고 있는데, 그 결과 이 영화의 디테일은 같은 세계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오히려 거칠고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캐릭터는 약한 편입니다. 태식은 오로지 기능적인 주인공이죠. 박중훈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 로봇처럼 움직이는 인물이라 종종 캐릭터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태식과 원준 사이에 있는 제작자 미나는 워낙 투명한 인물이라 영화가 끝난 뒤에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요. 그나마 그럭저럭 개성이 보이는 인물은 원준인데, 이 인물도 그리 잘 쓰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야기 속의 시계장치처럼 움직여요. 행동하고 그 대가를 치르는 과정이 너무 기계적이라 갑갑할 지경이죠. 그렇다고 감독 박중훈이 이 배우들을 살릴 수 있는 연기지도를 정확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톱스타]만 본다면 박중훈은 그렇게 매력적인 영화감독은 아닙니다. 그가 앞으로 영화를 더 만들 생각인지는 모르겠고요. 하지만 이 작품만으로는 그의 감독으로서의 미래를 단정짓기 어려워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죽도록 만들고 싶었던 이야기에서 벗어난 뒤에야 진가를 발휘하기도 하니까요. (13/10/21)

★★

기타등등
컨트리 노래인 [Always on My Mind]가 영화 전체에 온갖 모습으로 편곡되어 쓰이는데, 좀 과하다 싶었습니다.


감독: 박중훈, 배우: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 다른 제목: Top Star

IMDb http://www.imdb.com/title/tt316336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9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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