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생 (2013)

2013.11.01 21:14

DJUNA 조회 수:12423


박홍수의 [동창생]은 리뷰를 쓸 의욕이 들지 않는 영화입니다. 이미 몇 달 전에 거의 비슷한 영화의 리뷰를 이미 썼거든요. [은밀하게, 위대하게] 말입니다. [동창생]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차이는 북에서 온 꽃미남 스파이가 한 명이냐, 여러 명이냐 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에 [회사원]과의 유사점을 더하던데, 말이 되긴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만으로도 충분해요.

이 영화의 '동창생'은 리명훈이라는 북한 청년입니다. 남으로 내려갔다가 죽은 공작원인 아빠가 배신자라는 누명을 쓰자 동생 혜인과 함께 요덕수용소로 끌려갔죠. 그런데 정찰국 소속 장교 문상철이 나타나 동생과 함께 수용소에서 나오고 싶다면 남파간첩이 되라고 그를 설득합니다. 남으로 내려간 그는 강대호라는 가명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거기서 그는 동생과 이름이 같은 왕따 소녀와 친구가 됩니다. 그러니 영화의 제목은 남쪽의 친구 혜인의 관점인 모양입니다.

이 정도면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꽤 다르지 않느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게으른 국정원과 그나마 주인공(들)에게 관심이 있는 친절한 직원 한 명이 주시하는 동안 북의 권력 투쟁이 번져 남파 간첩들 사이에서 대리전이 벌어진다는 기본 이야기는 그대로 반복되니까요. 동생과 친구 이야기는 별 의미 없는 흐릿한 기능성 도구로만 남아 있어서 차별화에 어떤 도움도 안 되고요.

게다가 영화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그럭저럭 장점으로 내세웠던 부분도 없습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아무리 이야기가 시시하게 흘러가도 ‘에라, BL, 예라, 코미디.’하면서 포기할 수 있는 선이 있었지요. 하지만 [동창생]은 그런 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시하고 엉성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종일관 심각해요. 액션신도 특별히 눈에 뜨이지 않고요. 캐스팅은 준수한 편이지만 그건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마찬가지였지요. 게다가 BL스럽게나마 배우들을 활용할 줄 알았던 [은밀하게, 위대하게]와는 달리, 이 영화는 캐스팅의 가능성을 살리는 데에 별 의욕이 없습니다. 최승현은 자주라도 나오지만, 한예리, 김유정은 왜 저기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한예리의 캐릭터 비중이 이렇게 작으니 [동창생]이라는 제목도 의미가 없고요.

다시 말해, 최승현의 팬이 아닌 관객들에게는 큰 의미 없는 영화입니다. 최승현은 영화 내내 괜찮지만 이 영화는 지나치게 쉽게 고른 것 같아요. 역시 별로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포화 속으로]의 캐릭터가 여러 모로 더 나았습니다. (13/11/01)

★★

기타등등
킬러 짓을 하러 돌아다니면서 두카티 바이크를 모는 간첩 녀석은 들통 나도 쌉니다.


감독: 박홍수, 배우: 최승현, 한예리, 김유정, 조성하, 윤제문, 정호빈, 김선경, 이주실, 박성웅, 다른 제목: Commitment

IMDb http://www.imdb.com/title/tt314409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55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