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와 햄버거의 추억

  • 도너기
  •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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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를 길거리 아무데서나 사먹을 수 있게 된 시기는 언제일까요? 원래는 간장으로 간을 했다는 궁중떡볶이를 고추장을 넣어 맵게 만든 건 신당동의 마복림 할머니가 처음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렇다면 현대식 떡볶이의 기원은 1950년대쯤일테고, 신당동에서 벗어나 여기저기서 맛볼 수 있게 된 건 빨리 잡아야 1960년대겠네요.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제가 자랐던 소읍에서는 떡볶이를 파는 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남/녀 중.고등학교가 있던 윗동네에는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초등학생의 행동반경은 좁았기 때문에 세상에 떡볶이라는게 있는지도 잘 몰랐었죠.  

그래서 처음 떡볶이를 먹어본건 초등학교 4-5학년때쯤 친구집에 놀러갔을때였습니다. 도시 출신인 친구 어머니가 집에서 만들어 주신 거였는데.. 얇게 썬 떡에 매콤달콤한 붉은 양념이 되어 있는 것이 햐..정말 놀라운 맛이었죠.

하지만 떡볶이와 고추장의 결합은 저에게는 좀더 일찍 익숙해 있었는데요. 흰떡을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맛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렇게 먹기만을 고집했기 때문에 주위 어른들로부터 특이한 아이 취급을 받았었습니다. 나중에 커서도 오랫만에 친척 아주머니들을 만나면 "얘가 그 고추장에 떡찍어먹던 아이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죠.

저는 떡 하면 아주 어렸을 적 - 아마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 버스정류소에서 떡 팔던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저희 집은 소읍의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었고 제가 동전을 들고 과자 사먹으러 가던 가게는 터미널의 매점이었는데요. 그 매점 바로 앞에 항상 좌판을 펼치고 떡을 팔던 할머니가 계셨어요. 그때는 떡을 한개 단위로도 팔았기 때문에 항상 돈이 생기면 떡사먹으러 가곤 했습니다. 제일 좋아했던 건 제가 "총떡"이라고 부르던 거였는데 가래떡을 10센티 정도의 크기로 잘라 고물을 묻힌 거였죠. 한개 10원인가 20원인가 했던 것 같아요.
삼양라면이 50원 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근데 그때는 정말 물가가 마구 오르던 시절이었는지 50원하던 삼양라면이 60원,70원으로 오르더니 금방 100원까지 올랐던 것 같습니다. 100원까지 오른 후에는 안오르더군요. 아마 전두환이 강압적인 물가 정책을 펴기 시작했을 때가 아닌가 짐작합니다.

친구집에서 떡볶이를 먹어보고 난 뒤 저희 어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했지만 만들어 주시지는 않더군요. 익숙하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위 친구들 어머니에 비해서는 신식인 편이셔서 도너츠도 집에서 만들어 주시곤 했었는데요. 그덕에 소아비만이 되었지만.

하지만 떡볶이에 대한 관심 따위 저멀리 보내버리는 먹을 것이 등장했죠. 대도시에 친척이 많아 방학때면 대구,서울,부산을 가는 일이 있었는데 휴게소에서 팔던 400원짜리 햄버거의 맛에 꽂혔던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뭐를 갈아 만든 건지 의심스러운 패티에 얇게 썬 양배추 샐러드 뿐인 햄버거였지만 그게 왜그리 맛있던지요. 사실 대구 가는 것보다 중간 휴게소에서 햄버거 사먹을 생각에 더 기다리곤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윗동네 분식점에서 햄버거를 팔더군요. 계란 후라이까지 들어간 수제 햄버거였는데 어쩐지 맛은 휴게소표 햄버거보다 못했던 것 같아요. 재료는 훨씬 고급이었는데 말이죠. 500원쯤 했던 것 같은데 중학교에 들어가서 매일 윗동네를 왔다갔다 하게 되자 하교길에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게 되었죠. 그래도 실제로 먹은 건 몇번 안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 용돈 형편으론 비싼 편이었고 항상 집에서 밥먹는게 익숙해 있어서 저런 덩치큰 간식을 밖에서 사먹는 건 일탈에 속하는 일이었으니까요.

6학년때였나요. 하여튼 80년대 중반이었을 겁니다. 서울 삼촌댁에 왔는데 롯데리아를 봤어요. 서울에 롯데리아가 생긴 지 그닥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었겠죠. 종이에 싸진 햄버거와 뚜껑달린 컵에 담긴 콜라는 저한테 신문명의 상징처럼 느껴졌지만 생각처럼 맛있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데리소스와 마요네즈가 들어간 햄버거는 지나치게 느끼했던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에겐 오직 케찹이 들어간 시골틱한 햄버거가 캡이었던 거죠. (당시에 서울 사는 사촌들한테 배웠던 말이 '캡'이었습니다. 지금은 '짱'이라는 말로 바뀌었죠)

저도 잘 믿기지 않지만 지금은 햄버거도 떡볶이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가 사오면 먹기는 하는데 일부러 찾아가서 먹지는 않죠. 햄버거 종류로는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KFC의 징거버거 정도이고요, 떡볶이는 누가 술안주로 시키면 먹는 정도?

어렸을때는 싫어했던 회나 삼겹살이 가장 자주 먹는 외식메뉴가 되어 버렸군요. 가장 큰 원인은 뭐니뭐니 해도 소주겠죠. 결론은 소주가 짱이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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