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어딨겠냐만, 생업을 접어두고 파업을, 그것도 끝도 보이지 않고
거대하게 느껴지는 사용자를 상대로 의지와 연대의식만으로 파업을 이어가는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파업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도, 파업을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닥친 그들에게 비난이나 조소를 보내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 & 청취자로서는 MBC 파업의 종료가 한편으로 반갑습니다.
파행적으로 진행되온 각종 프로그램들에 한계가 보일정도였으니까요. 재방송과 스페셜 방송
등으로 메우고 있던 TV도 그렇지만, 그렇게도 메울 수 없던 라디오는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내부 아나운서와 PD들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대체인력으로 돌아가는 방송이 몇 달을 버티는데는
확실히 한계가 있으니까요. (심지어 지난 주말에 들은 새벽2시의 '이주연의 영화음악'은 이주연
아나운서가 파업에 참가해서 작가가 진행을 하더군요)
노동자로서, 그들의 파업 종료가 안타까우면서도 계속해서 힘을 내주기 바랍니다.
박정희가 참 나쁘다는걸 알면서도 가끔씩 MB가 더 나쁜놈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이
그들에게 교묘하지도 못하게 뻔히 속이 보이는 머리나쁜 지능 플레이를 일삼는 김재철 사장은
그동안 그들이 겪어왔던 김재철보다 더 악독했던 수많은 낙하산 사장들보다도 얄미울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건, 공정방송 사수이지 회사를 결단내는게 아닌 이상, 파업을 장기화하면서
투쟁 동력을 소진하는데는 한계가 있는것도 분명합니다. 파업은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라,
순간적이고 집중적인 힘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단체행동이기에, 파업이 장기화 될수록,
노조원들이 장기적으로 투쟁동력을 소진해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파업 종료의 불가피성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파업중인 MBC 노조원 지인에게 "우리도 일안하게 파업 좀 했으면 좋겠다"라는 문자를 장난삼아
보낸적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장난으로라도 꺼내면 안되는 멘트였다는 생각에 반성합니다.
파업까지 갈 수 밖에 없는 노조원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