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대한 고민

  • 뽀로리
  • 05-12
  • 1,202 회
  • 0 건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 하나는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를 (친절하게) 받는 것입니다.

회사 특성상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서 상담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드물게는 그 중에 괜찮은 케이스를 발탁해서
이야기를 더 조사하고 컨텐츠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본인이 답답하고 억울해서 민원성으로 걸려오는 전화입니다.
즉, 100통 중에 99.99통은 (전화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제가 받으면 오히려 방해되는 전화예요-_-;

고민스러운건, 제 업무 중에 전화 응대가 극히 미미한 비중이란 것입니다.
전화 잘 받는다고 해서 제가 일적으로 인정받거나 그런 게 아니라서요.
대외적 이미지로 보자면 전화 잘 받아주는게 어찌보면 제일 중요한 업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구조상 전화도 친절하게 잘 받고, 맡은 일도 제 시간에 끝내는건 불가능해요.
시간 할당량을 놓고 보면, 전화받는 데 많은 시간을 쓰면 다른 일을 못하게 돼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주구장창 늘어지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들 억울한 일 하나하나 짚어주는게 불가능해서

가끔은 적당한 선에서 말이 너무 길어지겠다 싶으면 자세한 것은 메일이나 팩스로
보내달라고 이야기하고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러면 많은 분들은 컴퓨터를 못한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그럼 도움 받으셔서 편지로라도 보내달라고 말씀드리면
자기 이야기를 잘 안들어준다는 생각 때문에 화부터 내십니다.
제가 말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나도 엄청 조심히 살피고 또 조심하는데,
제가 말하는 데 문제가 있어서 그분들이 화내신다기 보다는
자기가 원하는대로 안되면 화내는게 일반적인 한국인 중년층이란 생각이 들기까지;;)



뭐 그래요. 가끔 욕도 먹고 배부르고. 대부분은 괜찮아요.



그런데 처음부터 약자들의 목소리는 들은 척도 안하냐며
고래고래 소리부터 지르며 전화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면 전 일이 하기 싫어져요.

극단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라는 이름표를 내세워
너무 무례한 사람들도 많다는 생각을 여기서 일하면서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너무 박하단 생각도 들고요,
사실 제가 일하는 곳이 어떤 구제책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나 민원 상담하는 곳도 아닌데
이런 전화들이 오는걸 보면요..
누구한테 말해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답답해서 전화하시는 것 같아요.

적어도 법원이나 경찰,
이런데서 억울한 사람들 이야기만 좀 잘 들어줄 수 있는 시스템만 돼도
억울해서 전화로 화내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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