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짓기의 구분짓기

  • 슈퍼픽스
  •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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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리는 우월감을 함축합니다.
구분짓기가 폭력성을 숨기는 순간은 대상을 숭배할 때입니다.
하지만 숭배의 자위 속에 숨겨진 폭력성마저 종종 대상을 괴롭게하죠.



2.
근래 취향의 문제를 자주 접합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클리셰는 논쟁적 쓰레드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죠.

하지만 전 이 '취향 존중'이 어디까지 통용될 수 있는 가에 대해 갸웃하게 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상당히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겠지만
듀게가 신봉하는(혹은 그런 것으로 보이는) 다양성과 자율성, 현실적 PC 내에서만 이야기해 봅시다.

저도 2페이지 전 댓글 릴레이 글에서 어떤 분이 지적하셨던 것과 같이 취향은 사회적 기준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얗고 이목구비가 확실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취향입니다.
목소리가 좋고 훤칠한데 능력까지 갖춘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취향이죠.
이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취향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것을 일종의 사회적 기준으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스럽게 통용되는 것을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면,
이 사람이 지금 사회적 기준만을 욕망하는 것인지 상대를 욕망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게 되죠.
세간에선 흔히 이런 상황을 속물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속물적이라는 말, 혹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전 이런 지점이 위선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는 하나의 방지턱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다수에게 통용되는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자신의 취향임을 강조합니다.
이건 그 사람이 사회적 기준을 덜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든요.
한마디로 덜 속물적처럼 보이기 위해, 속물적 인간들과 구분짓기를 위해 '취향'을 가져오는 건 아닐까요?
구분짓기를 하려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려고 다시한번 구분짓기를 하고 있는 셈이죠.

취향과 사회적 기준을 나누는 것은, 어찌보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기 위해 편의적으로 호명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나요.



3.
그럼 건담을 좋아하는 건 어떤가요. 아니, 건담은 대중적이 되가고 있으니 미연시로 해볼까요.
(비주류의 예일 뿐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미연시를 좋아하는 것은 취향입니다.
하지만 이건 대다수의 취향이 아닙니다.
이것을 말하는 것은 사회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 것이고 비주류라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게 되죠.

이럴 때는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라는 것의 올바른 용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쪽 하위 컬처에서 나름의 사회적 구성을 확인하고 안밖으로 또 다시 구분짓기를 하는 점은 흥미롭긴 합니다.)



42.
누구나 속물성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일반론이 아니라 속물이라는 말 자체가 사회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추구라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죠.
이 속물성을 감추는 것이 위선으로 비출 수도 있겠지만 속물성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위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속물성을 피하고 싶다면 그저 입을 다물면 될 뿐입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속물성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풀면 될 뿐이구요.



5.
쉬운 이야기를 쓸데없이 돌려말하는 망한 글이군요.



6.
좀 다른 이야기지만,
예전에 '병신같지만'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 있습니다.
어떤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병신이라는 의미가 순수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보, 멍청이같이 말이죠.)
입 밖으로 쉽게 내면 안될 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더군요.
인터넷이란 공간은 글을 쓰긴 쉽지만 현실보다 더 입조심, 손조심 해야한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PS.
릴레이 글을 적으신 분이나 누군가에게 드리는 글이 아닙니다. 말하는 주제도 다르고요.
그게 시발점이 되서 생각을 해봤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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