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한밤의 신변잡기성 바낭

  • daffodil
  •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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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꽉 찬 남자 대학생입니다. 아직 십년을 채우려도 한참 남았거늘 신입생이 들으면 "어머나 깜딱!"하는 학번 정도는 됩니다.

요새들어 저라는 인간이 뭔가 싶어요.

공부를 잘하나 머리가 좋나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열심히는 하나.. 다 아니면서 남들과 비교하면서 끝없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일쑤이구요.

취업준비 한다는 게 괜히 자존심 상해서 준비도 안 합니다. 마음야 같으면 대학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은데 그것도 도피처일 뿐이라 저같이 머리 나쁜 사람이 공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요. 요는 아무 것도 안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잘 생긴 것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고 굉장한 호감형인 것도 아니고..

그리고 어제 제 모든 컴플렉스가 폭발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심혈을 기울여 쓴 영문 페이퍼를 돌려 받았는데, 교수님이 중간중간 밑줄을 그어서 못 알아듣겠다고 해 두신데다가 마지막에는 OK라고 쓰셨더라구요. 슬쩍 옆사람 것을 보니 GOOD 아님 엑설런트(철자 모르겠음). 뭐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그 반에 있는 다른 친구들처럼 외국에 오래 살아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해야 하는데 숨어있던 열등감이 폭발!해 버리고 만 것이죠.

토종 한국 발음으로 조곤조곤 외국인 교수한테 말 건네는 조교는 또 얼마나 얄미워 보이던지. 외국에 오래 살아서 영어발음이 완벽한 사람이 영어 잘 하는 것보다 한국 발음으로 말 잘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더 부럽고 그렇더라구요.

아무튼 할일은 태산인데 너무 다운돼서 도저히 책이 손에 잡히지를 않더라구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틀어놓고 소리질러가면서 푸시업을 백 번 한다음에 무작정 뛰었습니다. 대략 한시간을 뛰었더라구요. 할 줄 아는 운동이라곤 군대에서 배워온 그것들 밖에 없으니..

그런데 사람이란게 참 신기하지 않겠어요.

한바탕 뛰고 나니까 며칠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짓누르던 그 울분과 짜증이 없어져 버렸더라구요.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마찬가지인데 그것들이 더이상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는 상태라고 할까요. 그냥 그렇지 뭐, 그런 생각이 들고 심각하게 생각이 들지도 않구요.

경험적으로 오래 뛰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는 걸 알고 있기는 했는데 또 새롭네요. 아무튼 제 안의 열등감과 싸우려면 그저 뛰어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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