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9화 - 소년은 울지 않는다.

  • 룽게
  •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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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스티븐 크레인의 '붉은 무공훈장'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주인공이 병사의 시체를 보면서
그의 발에 남겨져있던 구멍난 양말을 보는 장면이었습니다.
그게 각인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군시절 새벽에 갑작스레 전투배치가 붙어도 속옷바람으로 포대로 뛰어갈 지언정 양말은 챙겨신게 되었다는 훈훈한  저의 경험담으로 오늘의 리뷰를 시작합니다.


(이번화는 우리 둘이 주인공이야 슬레지 해머짱~♡ / 블루스크린 앞에서 공룡한테 쫓기던 때가 좋았지)

일본의 역사에서 오키나와는 꽤 독특한 위치를 차지 합니다. 열도에 속하지만 독립된 왕국으로서 존재하던 이 섬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본토 공격의 발판이 되면서 비극의 중심이 됩니다.이오지마도 발판이긴 했지만 마당 앞대문에 매달린 우유주머니 터는 것과 현관문 앞 발깔개 훔쳐가는게 비교할 일인가요.


([목련]이라도 좋으니 뽀송한 속옷과 양말이 그리워)

당연히 일본군의 저항은 민,군 혼연일체로 거세지고 참혹의 극치를 달렸습니다.
9화는 앞에서 소개한 '붉은 무공훈장'의 그 구멍난 양말처럼 눈길을 돌려 외면하고 싶었던 광경들의
연속입니다.


(스감독님! 이거 인디아나 존스였나요?)

펠렐리우 상륙때만해도 전장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품은 솜털 뽀송한 소년이었던 유진 슬레지는 요단강건너기보다
더 살떨리는 비행장 가로지르기 (6화)를 거치며 슬레지 해머 라는 별명도 얻고 츤데레 스내푸와 단짝이
되기도 합니다.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네게 줄께(예이예~~♪))

지옥을 그대로 지상에 재현했던 펠렐리우 섬을 거쳐 마침내 오키나와에 당도한 유진은 영혼을 갉아먹는
것은 그 난폭함이 아니라 연약함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그는 저항을 멈추지않는 쪽바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야 한다고 외치며  퐁당퐁당 스내푸까지 질겁하게 만들지만 전쟁의 제일 큰 희생자들이었던 민간인들 앞에서
자신의 연약했던 영혼이 무엇을 그렇게 지키고자 애썼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소년은 자신이 어른인지 그저 총을 든 덩치만 큰 아이인지도 모르는 혼란 속에 빠집니다.
그리고 전쟁의 종막을 알리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 시리즈 내내 유진은 자신의 수첩에다 꾸준히 무언가를 적습니다. 때로는 경위도 비슷한것도 보였는데요, 오늘 보니 그것은 자신이 전장에서 죽인 생명들의 숫자를 적어놓는 메모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아마 에피소드 마지막에 밝혀지겠죠.

- 에피소드 초반에 민간인들을 쪽발이라고 부르며 위협하는 병사를 보며 스내푸가'걔들은 쪽발이가 아니라 오키나와인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녀석 유진과 놀더니 좀 이상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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