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따운 여성분과 고기 먹은 후기

  • 절망익명
  •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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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1시간 반 동안 썼다가 다 날려먹었습니다. ㅜ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간단히 씁니다.


기억하실 분은 많지 않겠지만 지난주 목요일에 아리따운 여성분과 고기를 먹는다고 했었습니다.
이전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다른 부서 아리따운 동갑 여성분이 쵸콜렛을 줌
2) 그걸 계기로 급속히 친해짐. 만화, 음악 등 주고받음. (사실은 주기만 함)
3) 여성분 쪽에서 맛있는 거 먹자고 제안
4) 그런데 나는 퇴사 예정


약속 장소는 명동의 비싼 고깃집.
여성분은 예쁘게 입고 오셨더군요.
피부도 좋아서 이슬이 미끄러져 내려올 것 같았습니다.

저는 엄청 긴장해 있는데 그녀는 그닥 긴장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오자마자 배고프다면서 김치를 우걱우걱 잘 드시더군요.
이야기는 뭐... 너네 부서는 어떻냐, 우리는 별로다, 거기는 잘 나가서 좋겠다,
이런 대화로 분위기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묻더라고요.


"너 연애는 안 하니?"


이히~ 왔구나~
뭐 상대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 난 상대가 없다. 대충 이런 식으로 답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넌 어떻냐, 라고 물었습니다.


"응. 난 오래된 남친이 있지."



어라? 이거 좀 이상한데?
제 친구와 시뮬레이션을 돌렸는데, 이 여성분이 저에게 마음있을 가능성이 85%까지 나왔었습니다.
남친 있어도 사이가 나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당당하냐고!
이야기가 어떻게 흘렀는지, 곧바로 2012 지구멸망설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에요.


"지구멸망하기 전에 결혼 정도는 해봐야 될까봐. 껄껄껄."
(이 분이 약간 걸걸합니다.)


헐.
뭐랄까... 그때 저는 코알라가 되어서 평생 유카리 잎이나 뜯어먹으며 속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요.
이후 저는 정신줄 놓고 폭주해서 별 괴상한 말을 다 했습니다.
내 꿈이 사실 고자라느니, 대학교 때 여자한테 유일하게 받아 본 것이 닭대가리 버거라느니, 머리가 까지고 있어서 대머리가 될 거라니 그런 말들이요.
... 뭐 재밌어하긴 하데요.
사실 남친 있다던가, 연애상대로 보지 않았던 것은 그렇게 충격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내가 보는 앞에서 브라자 좀 고치지마... ㅜ.ㅜ


아니, 무슨 여인네가 남정네 보는 앞에서 브라자를 그리 고쳐대는 겁니까?
끈만 만지는 것도 아니고 브라자 삼면을 고치다못해 이십분마다 마구 헤집어 대더라고요.  
브라자 고치는 거 하나도 안 섹시합니다.
그건 남자들이 꼬추 정리하는 거랑 하등 다를 것이 없단 말이다... ㅜ.ㅜ
그래, 나는 쟤 앞에서 코알라 정도의 생명체로 보이는 거구나... 그런 거구나...
얼아러이ㅏ니;머ㅣㅏ얼이ㅓㄹ미ㅓ이ㅏㅓㄹ미ㅏㅏ러어



이것도 그렇지만 퇴사를 할 것 같다, 이렇게 말하니 그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 그래? 좀 더 다니지 그래. 너무 아쉽다~ 어쩌고~"
아쉬워하는 건 고마운데 당황스러운 척이라도 하라고...


그러니까 이 여성분은 '천연어장관리녀' 이었던 겁니다.
본인은 단순히 사람 대 사람으로 관심을 보이는 건데,
남자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외모도 갠츈하니까 좋아라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것이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것.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본인이 어장관리질을 했다가 남자에게 오해 샀던 일을 아무 자각 없이 말하더군요.


어쨌든 다 먹고 계산하려는데 그녀가 이러더군요.

"네가 만화책도 빌려주고 음악도 줬는데 친.구.가. 사줘야지."

정말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계산은 제가 했습니다.
이후 스타벅스에서 가볍게 차 한잔 마시고 끝냈습니다.


돌아오는데 마침 근처에 친구가 있었습니다
같이 잠깐 호프에서 술 한잔 했습니다.
친구가 한마디 하더군요.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 황금인지 알았는데 손으로 잡았더니 똥이었던 거야. 빛깔 좋은 똥..."

호프집 거울에 제가 비춰보였는데, 웬 못생긴 놈이 얼굴 찡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허트로커 불법 다운로드해서 새벽 5시까지 봤습니다.
슬프더군요.


한 주 넘어가서 충격에는 벗어났습니다.
퇴사 건도 잘 마무리되고, 20일까지 일할 것 같습니다.
인수인계도 일지감치 다 끝나 남아도는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 여자분하고 연인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기는 하니 친구로는 잘 지내보려고요.
나이를 먹으니 친구 사귀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친구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면 해피엔딩이려나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여자는 모두 악마입니다.
따라서 남자는 모두 고자나 게이가 되어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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