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좌절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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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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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을 써야 한다. 영광이나 성곡에 대한 회고가 아니라 시행착오와 좌절과 실패의 회고록이다.

내 인생에 성공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나를 지배하는 것은 실패와 좌절의 기억들이다. 처음에는 다들 "성공한 대통령이 되라"고 했다. 조금 지나자 "역사가 알아줄 것"이라는 덕담으로 바뀌었다. 임기 내내 경제 파탄, 민생 파탄,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사람들과 싸웠다. 나는 대통령을 했지만 정치적 소망을 하나도 성취하지 못했다. 정치를 함으로써 이루려 했던 목표에 비추어 보면 처절하게 실패한 사람이다. 정치인으로서는 실패했지만 시민으로 성공해 그 실패를 만회하고 싶었다. 그런데 대통령을 할 때 보다 더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다시는 어떤 기회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세속적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찾고 싶었다. 마음을 닦아 죽음과도 같은 이 고통을 극복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것은 배우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게 의미 있는 일은, 실패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내 인생의 실패는 노무현의 것일 뿐, 다른 누구의 실패도 아니다. 진보의 실패는 더더욱 아니다. 내 인생의 좌절도 노무현의 것이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된다. 노무현이 진보의 모든 것을 망쳤다고 덮어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노무현을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올은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노무현은 정의나 진보와 같은 아름다운 이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나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정의와 진보를 추구하는 분들은 노무현을 버려야 한다. 나의 실패가 모두의 실패가 되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패는 뼈아픈 고통을 준다. 회복할 수 없는 실패는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다. 나는 이 고통이 다른 누구에겐가 약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쓴다."

- "운명이다" 중 35-37p




오늘 '운명이다'를 샀습니다. 양장본(??)을 사려다가, 내용은 동일하다는 말에 그냥 싼 15000원짜리를 샀습니다. 서문에서 유시민은 '독자들께서는 2009년 4월 22일부터 서거일인 5월 23일 새벽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자서전을 썼다고 가정하시면서 이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지요. 네. 저는 그렇게 읽고 있습니다. 그렇게 읽히구요. 초반부를 막 읽는 중인데, 노 전 대통령의 어린-젊은 시절이 그정도로 가난에 찌들었었는지 몰랐어서 놀라며 읽는 중입니다. 사실 알았었는데 다 까먹었더랩니다. 이후 길다면 길, 그리고 짧다면 짧을 노무현의 인생이 펼쳐질테지요. 그럼에도 저에게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 정치인으로서는 실패했지만 시민으로 성공해 그 실패를 만회하고 싶었다. 그런데 대통령을 할 때 보다 더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다시는 어떤 기회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세속적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찾고 싶었다. 마음을 닦아 죽음과도 같은 이 고통을 극복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것은 배우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게 의미 있는 일은, 실패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이걸겁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전 이분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금세 꺼질 것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더랩니다. (물 건너의 오바마는 안그래요. 그 사람은 뭔가 더 탄탄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이분이 돌아가시던 날도 생각보다 충격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왜 하필 지금..'하는 허망함은 있었지만 일찍부터 그럴 것 같았다는 생각을 했었다는걸 그 날 알았더랬지요. 그리고 그 후 노무현 대통령 관련된 일에 관심이 사라졌더랩니다. 그 강렬했던 추모열기도 저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었지요. 양가감정도, 죄책감도, 안타까움도, 비아냥도, 분노도 제 속에는 전혀 없었더랩니다. 그냥 내가 좋아했었던 대통령이었고,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만이 남았더랬지요. 무의식 속으로 묻었던 것일지도요.

그리고 오늘 책을 사서 저 문단을 읽으면서, 저는 노 전 대통령님이 마음을 닦아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극복할 기회를 가졌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간절히 하고 있었습니다. 극복할 수 없는 실패를 해버렸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사람의 심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기에, 그래서 더더욱 그 사람이 실패하고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일 같아 괴롭고 안타까웠기에, 그렇게 그를 빨리 잊었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6월 2일 선거 언저리에 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사후 1주년이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떤 실효를 가질지 알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별 파장을 미치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마음 속에 노무현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1년이면 꽤 오래 묻어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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