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동 곰보냉면 - 20세기의 풍취가 사진처럼 남아있는 곳

  • 01410
  •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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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예고한 바대로, 예지동 곰보냉면 포스팅 올라갑니다. (왜 이 시간이냐면, 위꼴사니까. 쿨럭)


사실 과거에는 이 곳이 제 레이더에 들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사진에 관심있는 놈 치고는 좀 의외죠. 사실 예지동 지나다니며 많이 보긴 했지만, 처음에 이 집은 그닥 땡기지는 않던 곳이었습니다. 얘기를 들은 카메라 동호회 지인들이 "님 인생 헛살았슈" 라고 까지 하길래, 당최 어떤 집구석인가 싶어 작년부터 다니게 되었습니다. 감상은, 과연. 사진+냉면 마니아로서는 헛살 만하군... 이랄까요.




가게 외관이 딱 예지동 - 종로 뒷골목스럽습니다. 약간 낡은 듯한 멋이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2000년 봄에 홀라당 불타버리기 전의) 마산 함흥집이랑 좀 인테리어가 닮은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나무문과 니스칠한 나무 인테리어가 그렇게 느끼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가격 은 7천원. 이 집도 (함흥면옥처럼) 선불입니다. 7080 시대 장사 잘 되던 집의 산물. 그 때는 아득바덕 살던 게 미덕이라 회전율을 팍팍 높였었지요. 시사영어사 민영빈 회장이 'Koreans are diligent'란 문구를 영어 책에 꼭 넣던 시절. 지금은 서비스 개념에 심지어 봉사료까지 도입된 걸 보면 격세지감입니다.




마수걸이로 내오는 게 면수인가, 육수인가? 이 집도 육수입니다. 이걸로 속을 뜨뜻하게 데우면 저같이 과민성 대장 있는 사람도 잘 대응할 수 있지요. (냉면 위에 올라가 있는 계란도 같은 용도입니다. 계란 노른자로 위벽의 분비시스템을 두들겨 깨우란 얘기죠. 그러니 먼저 먹어주는 게 좋습니다. 특히 함흥냉면은.)

왼쪽의 저 물건은 포스트잇 메모지입니다. 2010년 9월 1일, 재개발로 인한 이동 - 신장개업 홍보를 벌써부터 하고 있더군요. 인근의 세운스퀘어로 옮기는 모양입니다. 실은 이 골목의 제 단골 카메라집들도 이미 상당수가 사거리 건너편의 세운스퀘어나 효성주얼리로 옮겨갔지요.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인 회냉면입니다. (사진 화밸이 개판이네요..;) 가위로 잘라버려서 비주얼은 좀 그렇지만 저 면 덩이 뒤쪽으로 넘어가 있는 게 회입니다. 곰보냉면의 회 고명 또한 그 식감이 이름난 집답게 상당한 수준입니다.




단지 다데기(양념)맛 또한 너무 정직하게 과거의 맛을 고집하다시피 해서 - 면에 부드럽게 섞이지는 않고 좀 퍽퍽한 감마저 들기에 위장에서 스무스하게 받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럴 때는 육수를 조금 부어주면 간단히 해결되죠. 개인적으로는 몇몇 집처럼 참기름 떡칠하거나 달디단 향신료를 퍼넣는 집보다는, 정직하게 직구 승부를 하는 이런 집이 더 맘에 듭니다. 고집이 있다는 반증이니까요.




물냉면은, 이 집도 조금 단맛이 있지만 명동 함흥면옥마냥 많이 달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을 비롯해서 여러 모로 명동 함흥면옥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느꼈는데 - 생각해보면 이 집도 전형적인 서울식 입맛을 대변하는 곳이더군요. 마치 1970년대를 뚝 잘라 그대로 21세기에 보존하고 있는 것마냥... 그 점이 또 예지동의 터줏대감, 곰보냉면집의 전통이라면 전통이겠죠.




물냉면의 세부 비주얼. 역시 함흥냉면집답게 전분으로 된 쫄깃한 가는 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집 냉면에는 가위질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 예지동 곰보냉면은, 예전의 맛과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마치 빛바랜 사진처럼 느껴지는 집입니다. (비록 제가 그 분위기를 직접 예전에 경험한 건 아니지만, 비근하게 옛 냉면집에 흐르는 특유의 그 풍취랄까 분위기는 저도 익숙하죠.) 사진과 시계 거리로 유명한 종로4가 예지동 골목에 위치한 집답게... 이런 게 또 재밌다면 재미있는 점이겠죠. 사진도 한 시점의 풍경을 뚝 잘라내어 보존한다는 게 특징일 테니까요.




2010년 8월 30일까지 현 위치에서 영업하고 9월 1일부터는 사진 속의 빌딩 (정확히는 그 맞은편) 쪽으로 옮겨 영업합니다.


덧.
이걸로 저번 리스트에서 빠진 두 곳까지 전부 다 채워넣었으니 당분간은 휴업... 입니다만, 봉피양을 가게 되면 또 한 번 더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조금 비싸서 마음먹고 가야 하는데다가, 제가 있는 곳에서는 상당히 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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