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은 정말 잘 만든 영화 같음.... (바낭성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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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바낭성 잡담이란 타이틀을 달아보는군요.

사생결단이란 영화는 참 묘한 영화입니다. 겉보기는 그냥 홍콩느와르삘 나는 액션스릴러인 것이
계속 보다 보면 맛이 점점 우러난단 말이죠. 게다가 영화 속 등장하는 모놀로그가 갈수록
제 인생에 뭔가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게 신기하달까 무섭달까. 혹은 너무 과한 이입일까.

처음에 볼 때는

- 1. 우와 황정민 사투리 정말 리얼하다. (이때만 해도 황정민이 동향 출신이란 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뭐 다른 사람들도 연기 쩔었죠. 작정하고 벗은 추자현, 삼팔따라지 말투 그대로 재현해 낸 원로배우 김희라... 등등.

- 2. 소설 제대로 썼네. 소설의 사전적 정의가 '있을 법한 꾸며낸 이야기' 였음을 상기한다면, 제 말이 이해가 가실 듯합니다.
내러티브 자체는 허구더라도, 실제로 부산바닥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단편적인 소식들.
어떻게 보면 그 유명한 '친구' 보다도 더 생생하게 그 더러운 뒷골목 이야기를 묘사해 내고 있었죠.

- 3. 리쌍이 작업한 주제가랑 황정민 보컬 잘 어울리네.


뭐여튼 처음 극장에서 봤을땐 이 정도 감상밖에 안 들었었죠.

+
그 이후로도 DVD로 몇 번 봤었습니다. 엉뚱하게도 제 경우는 잊어 가는 우리동네 말투를 잊지 않기 위해,
혹은 가끔 그 진한 사투리를 위시한 고향 풍경이 그리울 때, 향수를 달래기 위한 용도로 틀어봤었죠.
느와르 장르 영화를 고향 그리는 마음으로 본다는 게 좀 우습기도 하지만, 적어도 황정민 배우의
입을 통해 나오는 그 걸죽한 욕지거리는 잊어 가던 말투를 살리는 외국어 교재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강호동이 황정민편 무릎팍도사에서 나는 사투리를 거의 다 잊었다, 라고 한 게 실은 농담이 아닙니다.
강호동은 억양만 좀 남아 있을 뿐 아주 독특한 '강호동어'를 쓰고 있죠. 이건 로버트 할리도 마찬가지.
반면에 올뺀은 서울 간지 꽤 됐는데도 아직 부산바닥 말투 그대로 남아있더군요. 사람마다 다른 듯.)

+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안에서 류승범과 황정민 입을 통해 나오는 독백형 대사들이, 마치
제 페르소나라도 된 것마냥 제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더군요.

기억 속에 의존하는 거니 디테일이 틀릴 수는 있습니다만, 뭐 이런 대사들.

"윤리 교과서에, 소크라테스가 굴카는데. [니 꼬라지를 알라...]
처음에는 고마 와 X바, 뭐 이리 X같은 거를 명언이라고 줘다 실어다 놨노? 그래 쌌는데.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모, 이기 명언이 맞는기라.
내가 지금 요 모양 요 꼬라지로 사는 기이, 다 이 내가 내 이 꼬라지를 몰라갖고 그리 된 기라.
진작에 장철이 그 놈하고는 끝장을 봤었어야 했던 긴기라."

"니 회전목마 알제? 삥글- 삥글- 돌아가는 거.
거 한 번 올라타모 내릴 수가 없는기라. 멈출 때까지.
마! 회전목마가 아직 돌고 있거든? 삥글- 삥글! 내릴 수가 없어, X새끼야!"

"내 니 사람X끼 아닌 건 진즉에 알고 있었거덩...."


(* 그리고 엊그제 하나 더 추가. "검찰은 어데 눈까리가 X구녕에 달릿는갑지예.....")


영화 자체는 홍콩 느와르식으로, 부산을 무대로 해서 찍어 본 B급 액션 스릴러물입니다만
보면 볼수록 참 주옥같은 (혹은 정말 인생 X같다고 느끼게 만드는) 대사가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
PD수첩 방영한 김에 한 번 더 꺼내서 봤는데 정말 보면서 시니컬한 웃음만 나오더군요.

고계장(신정근 분)이 검사장 결재 받아서 두목인 장철과 짝짜꿍되어 실적 올리려고 정작
장철의 마약질은 봐 주고, 또 도경장(황정민 분)은 장철 잡기 위해서 판매조직 이상도
(류승범 분)를 이용하고, 이상도는 이택조(김희라 분)랑 김지영(추자현 분)이랑 얽혀서
얽히고 설키고 하다가 완전 그 스토리가 축생도를 그리는 것이... 문제는 위에서 말한 바처럼
저게 전-혀 허구 같지가 않다는 거죠. 박 검사장이란 양반 말하는 꼬라지 보고 있자니

딱 저 영화 생각나던데 말입니다. 정모 사장이란 스폰서가 언론에 대고 터뜨린 계기라는
그 토사구팽, 그것도 아마 단순한 향응이 아니라 박재동 화백이 묘사한 것마냥, 그리고
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마냥 얽혀있는 드렁칡 같은 거겠죠.


+
물론 저번에 어디 댓글에서 라면 끓여먹고 사는 검사도 있다, 라고 말하기는 했는데
일부를 전체로 호도하느냐, 조직이 썩었느냐의 문제는 사실 떠나 있다고 봅니다.

같은 조직 내에서도 파워게임 안 하는 사람들은 개털로 사는 거고.
출신성분이 좋거나, 줄을 잘 탔거나, 장가를 잘 갔거나, 실적이 좋거나 하는 사람들은
범털로서 권력과 돈과 가까워지면서 그렇게 사는 거고.

저는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조직은 잘 모르겠지만 같은 공적 조직 중 하나인
교육계는 30여년동안 계속 그 바닥 생리를 봐 왔는데, 뭐 비슷할 거 같더라고요.

(우리 엄마 아부지 외삼촌 외사촌.... 해서 외가 쪽으로 전부 다 교육계랑 얽혀 있는데
대가리 다 굵어지고 나서 생각해 보면 저 더러운 바닥에서 울 집안 사람들이 어떻게
돈이나 권력이나 그런 것과 관계없이 오로지 능력 하나만 갖고 40호봉까지 살아남았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올라가느라 치가 떨리는 범일동의 그 깍달막 달동네 집구석..
뭐 집안 얘기도 바낭성으로 풀어보면 하고싶은 얘기 많은데 이건 술이라도 좀 마시고 담 기회에.)


+
여튼 참, 이 영화는 정말 결말이랄까 해결법까지 경상도 부산바닥 인간들스럽게 끝내버리더군요.
황정민의 그 심정이 이해된달까. (극장에선 화질이 나빠서 몰랐는데 DVD에선 눈물을 흘리더라는.)


P.S.
사실 황정민의 말투는 좀 저한테 트라우마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부산사투리를 뱉을 때의 황정민은 울 아부지 목소리 톤이랑 발음하고 거의 비슷하거든요. 말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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