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훌륭한 청년이야

  • 앙겔루스노부스
  •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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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고자라니!" 의 심영(모르시는 분께서는 검색해보면 뭔가 얼척없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은 극중에서 이런 대사를 말합니다.

"청년은 이 나라의 희망이오. 그러니, 동무들을 많~이들 데려오시오~"

요즘은 뭐랄까요... 청년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하는 풍조들이 많이 줄어든거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소년 청년에 대한 무수한 칭송과 격려들이 난무했던거 같은데... 사회가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가면서 그런 분위기가 줄어들었다고나 할까요?

아닌말로, 요즘 소년이나 청년들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는 제가 아는한 뭔가 유례없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하죠. 2500년전 이집트의 무덤에서도

"요즘애들 버릇없어"

라는 말이 발견된다고.

근데, 이 시대에는 요즘애들 버릇없어라는 말보다는,

"요즘애들 무서워"

라는 말도 많이 나오는거 같아요. 아니, 이게 더 지배적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뭐랄까, 애들한테 꿈이 뭐야? 하면 돈많이 버는거요, 이런 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혀를 찬다거나, 아니면 요즘은 애들이 되바라졌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많이 하게 되었죠. 뭐, 후생가외니 청출어람이니 하는 성어들이 있는 것을 봐서는, 요즘애들 무섭다, 라는 이야기가 최근에 새로이 나온 현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사회에서 30여년을 살면서 체감하는 변화는 확실히 청년들에 대해 뭔가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보다는, 그들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우려하는 분위기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저 자신이 그냥 기대받던 청년에서 이제는 별 볼일 없어진 중년이 되어버려서 그런걸까요? 낄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청년분이 증언을 해 주시면 좋겠는데... 그 정도로 젊은 청년분들이 많지는 않지 싶기도 하고... 개인차도 있을거 같고...


하여튼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중 하나가 2개론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잘 아시는 국개론에서 대상을 20대로 한정한 것이 2개론이죠. 젊은 사람이면 사회 변동을 위해 진보적인 정파를 지지해야 하는데, 요즘 젊은X들은 자기 잇속 챙기느라 보수파나 기득권층을 지지한다고 말이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말 무책임한 이야기이고, 희망을 주지못한 진보파 어른들이 책임을 젊은이들에게 떠넘기는 이야기라 생각하여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진보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자체라고 봐요.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솔직히 말하면 밑에 run님이 쓰신 최재천의 글을 보고 쓰게 된 것이에요. 사실, 젊은 세대에 대한 기대는 기성세대라면 누구나 할 수 밖에 없는거죠. 젊은이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최재천이 쓰든, 안상수가 쓰든 그 내용 자체는(정파적 주장을 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미래를 보라, 꿈을 가져라 세상에 도전해라. 물론 최재천은 기득권에 도전하라고 할 테고, 안상수는 좌빨 귀족노조에게 도전하라고 할테지만...

다만, 이렇게 상대화시키기만 하면 안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수파는 현상유지를, 진보파는 변화를 원한다는 것이고, 새로이 사회에 들어오는 젊은 구성원들은 변화의 가능성을 더 많이 갖고 있죠. 그렇기에 젊은 세대에 대한 기대는 진보파에게서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아무리 2개론이니 해도, 20대가 민주당이나 진보신당을 더 많이 지지해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그런데, 아무리 일각의 주장이라지만, 2개론이라는 주장이 진지하게 나올수 있다는 자체가 뭔가 중대한, 이전과 달라진 상황의 반영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위에 말씀드렸듯이 청출어람 후생가외 같은 이야기는 진작부터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공고한 기존질서에 대해 도전하는 젊은이의 패기에 대한 하나의 칭송의 의미가 있었다고 할 때, 지금 시대에 청년층에 대한 사회의 태도는 그것을 하나의 독립된 실체로서 대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은 기존의 젊은이에 대한 관점이 장차 나의 뒤를 이을 어떤 존재 - 최재천에게는 장래의 진보의 첨병이, 안상수에게는 장래의 보수의 기둥이 - 가 될 것으로 여기는 것이었다면, 지금 시대에는 그들을 나와 연결된 그 무엇으로 여기기보다는, 나와 다른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말이죠.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맥락이 있겠죠. IMF로 인해 세대간의 착취구조가 발생한 문제라던가, 인터넷을 통해 기성세대에 못지 않은 사회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젊은 세대가 갖게 된 문제라던가, 사회전체적인 불신의 증대로 개개인이 각개약진하는 구조가 되어 구성원간에 세대간의 연계가 약해진 점이라던가...

이런 현상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상당히 많을 거라고 저는 봐요. 뭐 2개론이 그 가장 공격적인 원형일테구요... 다만, 저는 이런 현상을 조금 긍정적으로 보고 싶네요. 어떤 의미에서?

독립적 개인의 형성이라는 점에서요. 사실 저는 한국에서만 살아왔기에 다른 사회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젊은 층을 하나의 구체적인 실체로서 인식하는 정서는 한국사회에 매우 뿌리깊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그들을 격려하고 북돋는 의미가 있는 한편으로 그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의미도 있죠. 이를테면,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라는 주장이라던가, 청소년들이 각종 문화매체(주로 만화나 게임)를 접하는데 강하게 통제를 한다던가 하는 형식으로 말이죠. 하물며 집회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말할것도 없고...

젊은 층이 "어린 나" 로 인식되는것이 아닌, 그들이 나와 다른 그 무엇으로 여겨지는 것은 개인주의적인 정서가 정착해가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지금은 사람들이 아직 젊은이~ 라는 정서에 익숙한 상황에서 그것이 변해가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기에 빚어지는 하나의 과도기가 아닌가 하는게 제 생각이라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 자신은 생물학적인 연령이 지나서 못듣게 된 이 말

"자네는 훌륭한 청년이야"

라는 말을 듣는 "청년" 들이 앞으로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무슨말을?

"당신의 식견은 훌륭하군요"

정도면 괜찮을듯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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