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를 보며

  • DH
  •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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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건에 관련하에 단기간안에 두 건의 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조전혁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전교조 교사 명단을 받아 공개하겠다고 나서자, 전교조는 교과부를 상대로 조전혁 의원에게 전교조 교사 명단을 제공하지 말라는 가처분을 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그래서 교과부는 명단을 조전혁 의원에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전교조는 다시 조전혁 의원을 상대로 이번에 입수한 명단을 공개하지 말 것, 그리고 이를 위반할 경우 건당 3억씩 배상할 것 이라는 가처분을 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 가처분을 인용하고(공개 금지), 대신 위반시 3억 배상은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을 보니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공개 금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되어있네요.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뻔한 것 같은데. ㅡㅡ;

조전혁 의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전교조 명단을 제출받아도 된다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 내용은 크게 홍보해놓은 반면, 공개 금지를 명령받은 남부지법의 판결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습니다.

2.

전교조가 난리가 났지만, 여기에 가장 난리를 쳐야 할 당사자는 다름아닌 법원 아닙니까? 안그래도 한나라당의 법원 개혁안을 보면 사법부 독립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철학이 반영되어 있는데, 이젠 법원의 가처분 결정 자체를 "법원의 월권이므로 따르지 않겠다"며 무시하다니요. 전교조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 같은데, 법원이 평소에 파업한 노동자에게 가혹한 손해배상 의무를 씌웠듯 국회의원에게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군요. 파산하면 국회의원 못나오지 않을까요?

게다가 한나라당도 좀 뻘쭘...해야하는데 아마 전혀 그러지 않겠죠.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법치, 법치 했는데, 소속 국회의원이 '일반적인 법조문'도 아니고 '해당 의원을 콕 찍어 명령한 법원 결정'을 무시해버렸으니. ㅡㅡ; 하지만 이런거에 뻘쭘해할 정도의 양심이 있는 당이었다면 지금처럼 크지 못했겠지요. 슬프게도.

3.

이 시점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진보신당의 노회찬입니다. 지금은 현역이 아니지만, 국회의원이었던 시절 노회찬 의원은 국회에서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에 등장한 떡값 검사의 명단을 실명으로 까버린 적이 있습니다. 본인의 소신도 작용했겠지만, 법이 보장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도 큰 역할을 했겠지요. 노회찬은 해당 건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되었습니다. 아마 지금 대법원에 가있을 겁니다.

노회찬 의원은 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행동을 했고, 진보 진영에서는 어쨌건 칭찬을 받았습니다. 2심 법원이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무죄판결을 해준 이유도, 엑스파일 내용에 나오는 범죄가 공소시효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빠른 수사를 촉구한다는 의미에서 공개한 것이므로 공익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조전혁 의원은 아마 지금 보수쪽에서는 당시 노회찬 의원이 받았던 칭찬을 받고있을 것 같습니다. 단숨에 아이돌 급으로 뜰 수도 있겠네요.

4.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전교조 소속 교사는 아이들에게 '이상한 것'을 가르친다."는 학부모과 보수층의 의식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글쎄요. 제가 느낀 범위 내에서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가르친다는 '몹쓸 것'은 대체로 일부 집권층의 영구집권에 방해가 되는 다양한 생각, 학부모들이 바라는 "서울대로 고고!"말고 다른 길도 있다는 것 정도였는데, 가끔 듀게에 올라오는 교사에 대한 거의 무조건적인 증오에 비추어보면, 이번 사태가 꼭 한나라당과 조전혁 의원에게 불리하게 흘러갈 것 같진 않습니다. 여기까지 계산했을테니, 어찌보면 똑똑한 당, 똑똑한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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