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 삶의 형태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비단 결혼뿐 아니라 삶의 어떤 관문을 통과한 다음에는 절대로 예전과 같이 살 수는 없다는 걸 인정 못 하는 타입이랄까요.
아래 keira님 댓글 맘대로 들고 와서 죄송합니다. 근데 참 와닿는 말이었어요. 나이들면서 더 결혼을 못하겠는게, 결혼하면 다시 예전처럼은 살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정말 알겠거든요.
어렸을 때 황미나 선생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렸고 질문 중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말이 가끔 생각이 납니다. 머 지금은 누가 왜 결혼 안 하냐고 물어보면 결혼은 왜 해요, 하고 되묻기도 하지만요.
근데 결혼을 해서 독립된, 하지만 두 사람 이상의 살림을 꾸린다는 것은 정말 예전처럼 살 수는 없다는 얘기겠지요. 휴일과 자기만의 시간은 살림과 가족들에게 침식당하는 거고 이성 술친구는 결혼하고 나면 아쉽지만, 그쪽에서 아무 얘기도 없더라도 연락 안 해 주는 편이 낫고요. 동성 친구라도 전과는 다른 관계가 되는 거고, 머릿속 은밀한 생각들도 점차 내 가정과 떼어내기 어려워지겠지요. 심지어 직업에서도 가정이 어느 정도는 끼어들게 될 거에요. 몸이 힘들거나 마음이 힘들 때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은 더 늘어나겠고요.
음... 얼만큼은 이런 변화를 겪고 싶지 않습니다. 내 몸만 챙기면 되는 지금 상황이 편하다고 느껴지고 있구요. 꼭 몸이 힘든 것 만은 아니에요. 오래 혼자 살아서인지, 정신적으로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고 다른 누군가가 저를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하는 부분까지, 생각하면 좀 귀찮아져요.
이 귀차니즘과 변화에의 저항을 극복하고 나면 뭔가 사람은 한층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은 해요.
근데 결혼이란 혼자 할 수는 없다는 거ㅎㅎ 결혼하는 사람들이 다들 이런 것 깊게 고민하지는 않을 수도 있고, 이런 고민을 했는데도 이 배우자라면 변화를 함께 겪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에서 결혼을 하기도 하겠지요. 전자에 대해서는 제가 너무 자기애가 강하다는 생각도 들고, 후자의 분들에게는 부러움도 들어요.
암튼 이런 다사다난과 고민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함께 헤쳐서 결혼까지 이른 분들,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