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솜씨

  • 부끄러워서 익명
  •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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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엄마를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며칠 전 제 방 소속 바퀴벌레만 수용하라는 발언으로 저를 떨게 하시더니 ;
(참고:http://djuna.cine21.com/bbs/view.php?id=main&page=11&sn1=&divpage=37&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11934)

방금은 또 저를 혼란에 빠트리셨어요. 아니..그러신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워요..음...

제가 지금 방에 있는데 문이 스르르 1/4쯤 열리고 수줍게
'..나야' 라고 하시는 겁니다.
저는 문 경첩 쪽 벽에 기대 있어서 열린 문 바깥의 엄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엄마 목소리만 들렸어요.  
'왜요?' 그랬더니 ' 나.. 메니큐어 발라' 라고 하시는 겁니다.
메니큐어 바르는데 나보고 뭐 어쩌라고 나를 찾아오셨지? 라는 생각으로
'근데 왜요?' 라고 했더니.. 말이 없습니다.  

그러다 십초쯤  후
' 메니큐어 바르는데 불이 필요해서. 좀만 기다려 다 발랐어'

아..; 우리집은 방만 불켜놓고 지금 마루 불을 다 껐는데,새로 불켜기도 아깝고 해서
제 방문을 조금 열어놓고 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메니큐어를 바르고 계셨던겁니다.

'아니 밝은 안방에서 바르시지 그래요?'
'이제 자려는데 냄새나잖아'

...으응?... 그럼 나는!?

열린 문사이로 솔솔 메니큐어 냄새가 유입됩니다
'엄마;;근데 나는 지금 냄새나는데 ...;?'
엄마는 전혀 모르는 듯이
' 아.. 그렇구나. 너 냄새 나니? ' 그러다 잠시 후
' 어짜피 니 방 환기를 좀 해야해. 방문 좀 열어놓아야 했던거였어'

어....그러니까 내방 환기 시키려고 방문 열어놓고 열어 놓은 김에
노는 불빛을 좀 쓰고자 문턱 바로 앞에서 메니큐어를 바르시는 것이다..?
뭐라고 말해야할지 ...; 할말이 없어서 그냥 정적이 지속되었습니다.

엄마는 본인이 생각해보아도 말이 좀 안되는 것 같기도 한 모양이신지 갑자기
' 니방에 또 바퀴벌레 나왔니?!' 라고 말을 바꿉니다.
요즘 바퀴벌레 노이로제를 경험하고 있는 저는 순식간에 식겁합니다.
' 안나왔어요!!' 라고 외치자
유유히 방문을 닫으며
'그래 그럼 마루 바퀴벌레가 니방에 들어가면 안되니까 문 닫을께. 나도 다 발랐다. 안녕'
라며 문을닫고 어두운 마루를 건너 안방에 가셨습다..

....그래서 저는 지금 제방 소속 바퀴벌레들과
엄마가 고히 방에 가두어 주시고가신 메니큐어 냄새를 맡으며 방에 감금되어있습니다.

뭔가. 당한 것 같기도 하면서도 기분이 묘해요. 진실로.
뭐지.. 이거 뭐지..;
문제는  이 모든 대화가 조금의 웃음기도 없이 진지하게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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