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수님이 90년대 후반 안티조선운동에 참여했었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다가 최근에서야 좀 자세히 알게되었고, 진교수님 저서도 달랑 1권만 읽었거든요.
그런데 작년 진중권 교수님이 여러 대학에서 강의가 중단 될 시기에, 그 마지막 강의를 들었을 때 인상이 묘하게 남네요.
저는 작년에 대학에 입학했고, 들어간 학교에 진중권 교수님이 있다길래 강의를 들을 수 있을 줄 알았죠. 08년엔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진교수님도 이런저런 일로 알게되었는데 진교수님을 막연히 모르는 상태에서 생겨난 막연한 동경심이나 호기심 같은 것들, 단지 이런 별로 중요치 않은 이유들로 강의를 들어보고 싶었죠. 진교수님이 하는 강의가 재밌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왠걸, 독문과 교수님이라 들을 인연은 없는겁니다. 거기다 진교수님이 강의하시는 중급 독일어 강의라나.. 아, 안되는 구나 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될 즈음에 진교수님이 여러대학에서 강의가 중단되고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강의가 중단됐죠. 짤린 사유도 다 어거지로 붙인 거란건 누구나 알 수 있었어요.
학교 내부에선 독문과 교수님들과 학생들을 포함해서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결과는 뭐.
그때는 진교수님이 왜 가만히 계실까 생각했는데 최근 딴지 인터뷰를 보니 이번 연도에 외국으로 가실 예정이라서 애매한 위치였다고 말씀하시는 거보니까 이해가 가요.
어쨌든 상황이 정리된 후, 진교수님은 학교에서 '마지막 강의'라는 이름으로 미술과 관련된 특강을 하셨죠.
강의 며칠 전부터 학교에서는 '중권이횽의 마지막 강의'라는 내용을 담은 프래카드를 여기저기 걸었어요. 저는 아무리 그래도 교수님인데 저래도 되나 생각했는데 진교수님은 원래 저런 표현을 좋아하셨다고 하더군요.
강의 당일날, 저는 일정이 있어서 처음에 들으러 갔다가 중간에 나와야했어요. 그러다가 다시 강의를 들으려고 했죠. 그런데, 처음에도 많았던 사람이, 다시 들어가니까 더더욱 많았어요. 그리 넓지도 않은 강의실을 대여해줬는지 야속하더라고요. 그 강의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많이 왔어요. 저만해도 진교수님 마지막 강의를 어디서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에게 몇번이나 붙들렸거든요.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오는게 신기했어요. 건물 위치를 몰라하시는 걸 보니 분명 교수님들은 아니었죠.
진교수님 강의는 의외로 소박(?)했어요. 뭔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을 하실 줄 알았는데, 파워포인트 같은 건 전혀 활용하지 않으시더라구요. 그냥 JPG 그림 파일들을 넘기면서 설명하셨어요. 강의 스타일도 그냥 편안하게 진행하셨어요. 저는 뭔가 포스있고 그럴 줄 알았거든요.
강의가 끝나고 진교수님은 꽃다발을 받고 다른 사람들한테 감사의 말을 전해들었어요. 그러고 조금 촌스럽게 보이는 백팩을 메고 가시더라구요. 옷차림도 그렇고, 모습이 참 소탈해보이셨어요. 그래도 교수라는 직함에 있는 분이니까 어느 정도 꾸미실 줄 알았거든요.
그날 학교에 농구장에서 강의 뒷풀이가 열렸었죠. 허름한 야외 농구장 바닥에 앉아서 주변 분들 얘기나누시는 것도 그냥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