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령도 해상에서벌어진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 - 오랫만에 '떡밥'이 아닌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뉴스비평'을 써 본다. 실은 트위터에 관련 짧은글을 적다가 문득 떠오른 것들이었는데, 포스팅할까 말까 근 이틀 밤낮을 망설였다. 쓰려고 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아서다.
2. 이 뉴스를 보고 처음 뭔가를 쓰려고 했던 것은 토요일 오후였다. 로또만 아니면 TV를 꺼버릴 텐데, 우울하면서도 뉴스를 계속 보고 있었다. 혹시 살아나오는 사람이 있을까봐 기대했다.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심 좋은 소식으로 관련 포스팅을 할 수 있길 기대하며, 참았다. 기적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게 지난 월요일 저녁까지였다.
3. 해군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에, 섣불리 슬픔을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라 전체를 소복하게 덮고 있는 거대한 안타까움이 혹시 집단구획적 의식의 발로 - 신드롬 - 는 아닌가 생각도 해 봤다. 고민 끝에,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참사가 벌어진 앞에서 사람 목숨에 대해서,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것이다. 해군과 관련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것이 신드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누군가의 남편이고, 형이고, 동생이고, 친척이고, 직장 동료이며, 친구다.
3-1. 단지 그 안타까움이 분노로 향하여 섣부른 공격성향을 띠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해군은 뭘 했냐, 초동대처 때 뭘 했냐에 대해 별별 음모론이 다 돌아다닌다. 대부분은 쓸데없는 짓이다. 사람 많은 몇몇 사이트들은 "제발 해군이 개새끼였으면 좋겠다" 며 정화수를 떠다 놓고 비는 것 같은 사람들도 보였다. 대척점에 있는 또 다른 몇몇 것들은 무슨 2차대전때 카이텐 어뢰 같은 소설을 써댔다. 지켜보고 있자니 짜증이 났다. 그들은 이미 내가 두려워하던 "슬픔의 소비, 분노의 배설"을 시작하고 있었다. (*찾아보니 북한이 진짜 카이텐을 운용하긴 한다는데 이 사안과 연관짓기는 어렵다.)
3-2. 또한 참사가 발생 속보를 맨 먼저 접했을 당시 머릿속에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예비군 갔다 와서 전투화 아직 안 닦아 놨는데.' 란 생각이었다. 지금도 원인은 불명이지만 그 때는 북이 관련되었네 아니네 하던 얘기가 잠깐 나오던 때였다. 여러 개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개인 블로그에서도, 그리고 전화로 이리저리 연결된 실생활의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담론이 오고간다.
- '유사시'가 닥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후 찾아오는 일말의 담담함과 불안. 이것은 우리 국민이 갖는 공통정서의 뿌리가 어디서 오는지 말해 주는 것 같다. 지금 바다 밑에 가라앉은 이들은 그 '유사시'가 안타깝게도 닥쳐버린 것이고, 여기 육지에 있는 우리들은 우연히 그 시간 그 위치에 있지 않았을 뿐인 것이다.
국가구성원이라고 쓰면 뭔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이처럼 소박한 '동류의식'일 뿐이다. 이 재난에 대하여 우리가 슬픔과 안타까움을 가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까닭이다.
P.S.
* 해군의... - 2003년 매미 당시 마산시 일부 지역을 덮쳤던 해일에서 우리 옛 집은 피해지역 한복판에 있었지만 거의 멀쩡했다. 집 앞에 피난해 있던 양만춘함이 해일을 막아 준 덕택이었다. 사실 이 항구 도시에서 자라난 어린이들은 해군이 그렇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군항제 때에는 해군사관학교에서 꽃놀이를 하고, 어린이날에는 해군의장대의 사열과 묘기를 보면서 자라났을 터이다.
P.S.2
이미 '시한'이라 불리우던 시점은 넘어가버렸다.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지. 이성적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믿고 싶은' 심정임은 부인하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