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글이나 영화를 봐도 전처럼 잘 울게 되진 않더군요. 곤경에 처하는 장면을 원래 싫어했긴 했지만 이젠 그런 장면은 아예 볼 수가 없게 됐어요. 그런 걸 보면 감정이 전반적으로 둔해진 게 아니라 둔한 부분 예민한 부분이 조금씩 위치를 바꾼 것 같아요.
과외 하는 게 있어서 과외 학생이 보는 교과서 말고 다른 교과서를 참고 삼아서 보고 있었어요.
이런 내용이에요.
소프트볼 경기에서 홈런을 친 어떤 선수가 일루를 밟지 못한 채 다리를 다쳐서 도무지 일루를 밟을 수가 없었습니다.팀 동료들이 이 선수를 도와줄 수가 없었어요.
상대편 선수가 심판에게 묻죠. 그렇다면 우리가 저 선수를 돕는 것이 규칙 위반이냐고.
결국 상대편 선수 들이서 다친 선수를 들어 옮겨서 베이스에 닿도록 도와줍니다.
(짧게 줄이니 재미도 감동도 없군요. 흑)
학생한테 해석해 보라고 복사해다 줄까 하다가 내가 느낀 그대로를 학생이 느낄 리 없을 것 같아서 그만 뒀습니다. 평소 학생 성격으로 보아 '위선 쩌네요' 라고 말할 것 같아요.
흔한 얘기네, 하고 느껴지는 이야기가 뜻밖에 마음을 흔들 때가 있어요.
무척 싫어했던 영어 담당 교사가 'information please' 라는 단원을 해석해주다가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삼십대 중반 남자였어요. 집안 욕하면서 아이들 인신공격도 잘 하고, 때리기도 잘 때리고, 나쁜 교사의 전형 같은 사람이었는데 어딘가 말랑한 구석이 남아있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