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급성폐렴으로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습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셔서 부득불 친척들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외국에서 지내던 '그분'께서도 없는 비행기표를 공항에서 하루종일 기다리시면서까지
귀국해 저희집으로 오셨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지요.
벌써 보름이 됩니다만 이분, 가실 생각을 안하십니다. (한국에 있을 곳이 없지도 않아요. 아들들도
다 장성해서 결혼한지 오래고 또 혼자 지내실 집도 있고요)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안 그래도 심신이 지친 어머니께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이분 뒤치닥거리하느라
더 스트레스받고 지칠 정도입니다.
삼시 세끼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물론이고,
따뜻한 나라에서 오신 분이라서 그런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양말도 안 신고 얇은 옷차림으로 바깥 출입까지 하면서
우리집이 추워서 아버지가 감기에 걸리신 건 아닌지 난방 운운해대시고,
그러다가 결국 본인까지 감기에 걸려서는 약 사와라 쌍화탕 사와라 그렇잖아도 환자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더 심란하게 만들어주는 건 물론이고,
중환자실 비용이 너무 나와서 걱정이라고 어머니께서 의논하시니 '어쩌냐' 한마디하시곤 컴퓨터
고스톱만 줄창 치고 계셨다고 하더군요. 이놈의 컴을 확 망치로 뿌셔버리던가 해야지....
뭐 그리 드시고 싶으신 게 많으신지 이거 먹자 저거 먹자 이런 얘기도 짜증나요.
전 누워있는 아버지 생각하면 뭐 사먹을 생각은 우주 너머로 날아가버리던데 말이죠....
그래도 힘들게 우리 걱정해서 와주셨으니, 생각하면 네 뭐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걱정은 하시는 걸까요?
이젠 하루 두 번 병원 왔다갔다 하시는 것도 힘드시는지 어제 아침 면회시간에 다녀온 걸 마지막으로
병원도 별로 가지 않으십니다.
그래요, 노인이니까 힘드실 수도 있지요. 병원, 안가시는게 저는 더 편합니다.
아버지께 무슨 말이라도 하려치면, 그런 얘기 하지 마라, 걱정하지 말라고 계속 그러면 더 생각나니까
말하지 마라 등등 무슨 검열이 그리도 심한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도 않은 터라 차라리 병원 안가시면 저와 어머니는 버스타고 환승해서 다니는 게
더 마음도 편해요. 훨씬 고생하시는 아버지도 계신걸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럼 대체 왜 우리집에 계시는 걸까요?
환자가 있는 집은 있던 손님도 가주는 게 그 사람들을 위한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했던 제 상식이
틀린 건가요?
너무 답답하고 짜증나서 듀게에 찌끄려봅니다.
이래봐야 아마 그러고 싶으실 때까지 계시다가 가실 건 뻔하고, 저와 어머니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속만 끓이다가 말 게 뻔하거든요.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제가 스트레스 받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서 썼습니다.
정말.... 친척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