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산책로가 있습니다. 쭉 가다보면 산까지 이어지죠.
오늘 아침에 오랫만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중간에 용도가 불분명한 집과 건물이 한 채 있는데요.
뜰이 넓고, 안에 한옥같은 옛날 집이 있고 전시관같은게 있는데
또 어찌보면 음식점같기도 하구요. 그런 곳입니다.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까 대문에 이런저런 "여긴 이런 곳이다"
란 설명을 프린트,코팅해서 붙여 놓는 알림글이 있어서 쭉 살펴봤습니다.
보니까 유명 정치인 누가누가 다녀갔다 그런 설명과 사진이 붙어 있고
(성질뻗쳐서 장관님과 OOO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전 장관님등)
그냥 무심코 응응하고 보아 넘기는데 으잉? 하는 대목이 눈에 띄더군요.
여긴 언제 지어진 곳이냐? 라는 설명이 나올텐데 그게
<숭정301년>이라고 되어 있었던 겁니다;;
한번도 아니고 두세번 숭정 301년이란 표현이 쓰였어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숭정(崇禎)은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주유검(이름)의 연호입니다. 이 사람이 1628년에 황제 자리에 올랐으니,
세워진 연도는 1628+301= 1929년이 되겠군요.
숭정 연호는 실제로 대륙의 주인이 명에서 청에서 바뀌고 병자호란에서
깨지자 오히려 악이 올라 만주족을 오랑캐로 업신여기고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킨다고 조선 사대부들이 쓰길 고집했던 연호입니다.
조선 지배층들의 비현실적인 사대모화관념의 전형으로 무척 까였죠.
조선후기에 세워진 비석들 보면 숭정 연호를 쓴 비석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현재 쓰이고 있는 건물에 대한 설명에서 숭정연호로 쓰인 해설을 보다니
무척 당혹스럽습니다. (심지어 괄호 안에 서기로 나란히 써놓지도 않아서
모르는 사람은 언제 세운건지도 모르게 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추정)에는 그 원본 기록자체는 일제때의 유학자가 지은 것 같습니다만,
그 알림글을 만든 사람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그냥 프린트 아웃한 것 같습니다.
포스트잇으로 뭐라고 지적해볼까 했는데 산책나와서 없기도 하고 그냥 왔는데
기분이 괴랄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