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만나고 있습니다. (이럴때 보면 저도 참 질깁니다-_-) 2월에는 어쩌다보니 자주 만나게 되었군요. 별 일은 없었습니다. 그 친구 집 근처에서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하거나, 노래방에 가는 만남의 반복이었습니다.
결정적인 대화를 나눈 moment는 한 번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를 집에 바래다주다가, 그 친구가 작년 초쯤에 좋아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 친구와 있었던 일이 궁금하다고 물어보자 '이야기 할까? 그럼 너 내 절친 되는건데?'라고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에이, 그럼 됐다~' 라고 이야기하자 좀 걷다가 '너 그냥 내 절친하면 안 되?' 라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웃으면서 싫다고 했어요. 그러자 걱정하더군요. 저를 보면 작년에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구요. 그래서 언젠가 제가 자기에게 화를 내며 멀어지지 않을까 두렵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분명히 알고 있고, 너도 지금 네 감정 상태를 분명하게 이야기했으니 내가 답답해서 혼자 삭힐 망정 너에게 화를 낼 이유는 없다고 말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다가 집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어요. '난 그냥 친구니?' 그러자 그 친구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좀 무거운 주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으므로..(..) 근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더라구요. 사실 누가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고, 섬세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에 대해서 얘기해줄까 싶다. 정은 쌓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르겠다. 설레는 감정? 이 없이 (이걸 조금 다른 용어로 표현했습니다만 결국 이 얘깁니다) 연애를 시작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구요.
그리고 저에게 묻더라구요. '넌 나를 보면 가슴이 뛰니?(이 역시 다른 표현이었습니다만 결국 이 이야기...)' 그래서 '응'. 이라고 답했습니다. '내가 얘기 했잖아. 너 매력 있다니까.'(자신의 여성성(?)에 대해서 자신감이 조금 부족한 친구입니다.) 라고 얘기하니까 혼자 조금 생각하더니 '그렇구나?' 라고 하고 말더라구요. 늦었다고. 들어가봐야겠다구요.
그렇게 들어가던 중,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녁마다 종종 긴 시간씩 통화하잖아. 그런데 나도 그렇게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것 보면,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지는 않아. 라구요. 그러면서 아,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는건가. 라고 덧붙이더군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또 뭘 염려하는건지 알기에 그냥 무슨 얘긴지 알았어. 하고 웃었죠. 그 친구 입장에서는 단순한 친구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런 이야기가 저에게 어떠한 기대를 낳게 하는게 꺼려진다는 뜻이겠죠.
이 뒤에는 또 종종 만나고,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젠 잘 모르겠어요. 한 사람을 생각했을 때의 설레고 뜨거워지는 마음. 이것은 이제 많이 진정시켰습니다(몇 번의 연애 경험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감정들을 '처리'하는 방법이죠). 사실 전 이걸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그 사람은 '사랑할 만한' 사람입니다. 일곱개의 음악과 수백개의 이야기를 지닌 사람이지요. 저와 마음의 결이 닮은 사람이에요. 비슷한 것을 원하고, 비슷한 것으로 인해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가끔 그 친구가 '너는 나랑 너무 닮았어. 가끔은 그래서 싫기도 해'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이제 그 친구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일은 곧 저 자신을 그렇게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투사에 빠져있다고 말씀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투사 없는 사랑이 가능한가요?)
이렇게 가끔씩 이 관계에 대해서 쓰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타인에게 공감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어서일수도 있겠고, 어떤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듣고 싶기도 하겠고(이건 사실 기대하지 않습니다만, 누구나 타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렇게 생각을 정리함으로써 그 친구를 향한 마음을 계속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일수도 있겠죠. 뭐라면 어떻겠습니까. 제가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