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사랑합니다>는 무난하게 듣기 좋은 곡인데도 틀어놓고 있으면 늘 특정소절에서 소스라치게(?) 됩니다.
>>>알아요 나는 아니란 걸 / 그 긴 줄만큼 보잘 것 없단 걸
뭐야 도대체 얼마나 긴 줄이길래
...라기보다 이 부분이 그냥 너무 웃겨요. 굉장히 인기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있군요 화자님... 몇 명이나 서 있길래 짝사랑하는 사람이 다 파악하고 있을 정도야.
도대체 누가 지은 가사야; 윤상 당신이냐! 당신 짓이냐! 했더니 작사는 다른 분이었습니다.
토이의 <거짓말 같은 시간>도 그렇습니다. 노래 자체도 그렇고 후렴부 가사는 너무나 아름답고 절절한데 앞부분 어물어물하는 데서
>>>한다고 했는데 많이 부족했나봐
>>>하긴 그랬겠지
>>>불확실한 내 미래는 네겐 벅찬 일이겠지
ㅠㅠㅠ푸하하하; 아니 웃을 일은 아닌데
그러지 않아도 지은 사람의 실제 상황으로 들리기에 충분한 노래가 저 가사 덕분에 '그렇군 유디제이는 그때그때 벌어먹는 작곡가로 디제이도 뛰고 여러가지를 해봤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었기에 여친에게 근원적인 불안감을 심어준 거시엇따'로 확정되고 마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막 서정적이다가 문득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부분이 나올 때 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팀 노래도 저 부분만 없으면 훨씬 포괄적으로 들리는 사랑 가사인데 저 줄 하나로 어장물고기남의 노래가 되어버리는. (게다가 물고기로서의 자의식이 있어...)
발라드에다 "와이퍼 소리" 같은 단어 넣는다고 유희열 일당에게 놀림받는 윤종신의 가사는 오히려 그런 위화감이 덜한데 말이죠. 그런가 하면 가수 이승환은 가사에다 아예 대놓고 찐잘꼰잘한 사연을 늘어놓곤 하는데 그게 하도 밑도 끝도 없어서 도리어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약간 다른 방면으로 작사 부분이 안타깝다고 느끼는 건
그 이승환 말고 작곡가인 스토리(story)의 이승환입니다.
여기저기서 이 분이 작곡한 음악을 들으면 음악적으로 무척 세련된 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고 들어도 고만고만한 노래 중에서 귀에 삭 감겨올 정도. 근데 스토리(토이처럼 이승환 씨가 다 만들어서 자기가 부르거나 객원을 쓰는 컨셉그룹) 단독 앨범 들으면 눈물이 나올 거 같아요. 작사가 너무 형편 없어서...;ㅁ;ㅁ;ㅁ; 으악 제발 작곡만 해요;;;
김형중 1집에도 이 분이 작사작곡 다 해서 준 곡이 있는데 듣고 있으면 미칠 것 같습니다. 그 앨범에서 단연 귀에 들어오는 매력적 작편곡에도 불구하고 가사가! 가사가@ㅁ@ 그냥 대충 얹어만 놨어~ 근데 열심히 지은 것 같긴 해~(;;) 엉엉 신은 이 분께 뛰어난 작곡실력을 주고 작시 실력을 덜어 가셨나요. 감각은 타고나는 거니까 어떻게 비판을 하기도 그렇고 그렇습니다;
반면 이승환 씨의 곡이 얼마나 훌륭할 수 있는지를 대표적으로 증명해주는 경우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같은 경우. 작사 잘 하는 이소라와 작편곡 잘 하는 이승환이 합쳐지고 그걸 이소라의 목소리로 부르니까 정말 훌륭한 곡이 되지 않습니까.-_- 좋은 가사란 적절한 시어를 쓰는 한편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감추는 부분이 절묘해야 하는데 이소라의 작사는 그 점에서 뛰어난 것 같아요. <처음 느낌 그대로>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하여간 결론은 이승환 씨는 제발 작곡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