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 경기도지사 후보 사퇴를 바라보며

  • 칸막이
  •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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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을 보면 대의를 위해 진보신당이 양보하라는 식의 이야기가 많이 보이던데,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입니다. 대의를 자신들만이 독점하고 있다는 몰지각에서 튀어나온 실언이죠.
그들이 말하는 대의는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회찬과 심상정
이라고 단순히 개인의 영달을 위해 선거에 나온 것은 아니죠. 진보신당의 완주를 바라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 정치에서 좌파정당을 생존시키고 발전시키는 것' 입니다. 이것
이야말로 훌륭한 대의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보다 근본적이고 큰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선거공학에 매몰되어 있는 이들보다 '대의'라는 단어에는 이쪽이
더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혹자는 일단 독재세력부터 없애는 게 우선이고, 그들이 없어지고 나서야 좌파 정당도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한나라당이 무너지지 않고
주류 정치세력으로 버티는 건 그들이 '우파' 포지션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입니다.
한나라당은 우파, 민주당은 좌파,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한줌도 안되는 극좌파로 이미지화되어
있는 당금의 한국 정치 프레임에서, 한나라당의 기형적인 우편향을 드러내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한나라당의 극단적 우편향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은 오히려 좌파정당의
유의미한 성장입니다.

좌파 정당의 성장과 차별화를 통해 비로소 유시민류의 중도 우파(혹은 진보적 우파)도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한나라당의 기형적 우편향도 부각될 수 있는 것이죠. 좌파 정치세력이 압살되어
있는 현재의 정치 구도 하에서는 한나라당이 유권자들에게 '정상적 우파' 집단으로 착시되어,
유권자들의 유효한 선택지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을 무너뜨린 후에야 좌파
정당에도 떡고물을 던져 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좌파정당이 성장해야 비로소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구도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진보신당이 이번 선거에서 목표했던 것은 당선이 아니라 존재의 확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기껏 2%, 3%의 득표를 하는 참패를 당할지언정 그것은 다음 선거에서의 5% 득표를 위한
거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심상정의 후보 사퇴로 인해 이제 적어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진보신당의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몇인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
이들의 수가 몇인지 그 최소한의 역량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진보신당은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이미 다음 선거를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셈입니다. 유시민 등 중도 우파는 이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은 부채 의식을
느껴야 마땅합니다.

  덧붙여 저는 현실 정치인으로서 심상정이 느꼈을 고뇌와 압박감에 대해 인정하고, 그의 정치적
결정을 존중합니다. 단일화가 절대악이라 생각지는 않거든요. 좌파 정당이라도 사안에 따라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우파 정당과 연계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단일화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단일화 형태가 항상 수적으로 우세인 우파 정당이 좌파 정당의 삥을 뜯는 형태가
되었기에 문제지, 단일화 자체를 사갈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언젠가는 좌파 정당이 단일화의 수혜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때를 위하여 명분을 쌓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노회찬은 모든 압박을 이겨내고 끝까지 완주해 주기를 바랍니다. 노회찬마저 사퇴한다면 진보신당은
존재이유조차 의심받게 될 테지요. 진보신당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의연히 잘 이겨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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