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즈 루어만을 싫어합니다. 꼬집어 말하자면 바즈 루어만의 "물랑루즈"라는 영화를 싫어합니다. 물론 화려한 볼거리와 음악과 안무의 적절한 배합은 높이 평가할 면이 있었지만, 저는 그 영화를 보고 무지하게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일테고 각각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신파멜로를 극한까지 몰고가는 그 가공할만한 뻔뻔스러움에 질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나온 곽재용의 "여친소"에서 사람들이 느꼈을만한 감정과 비슷하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물론 바즈 루어만이 곽재용보다는 훨씬 뛰어난 테크니션이며 스타일리스트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묘한 공통점이 느껴졌습니다.)
"로미오와 쥴리엣"은 원작의 줄거리가 알려져 있는 탓인지 스타일의 과잉이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라는 선입견의 장막을 걷어내고 다시 영화를 본다면 아마도 불평을 쏟아낼 부분을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댄싱 히어로"가 바즈 루어만의 영화였던 줄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이 영화를 92년쯤에 동시상영극장에서 보았는데, 개봉관(아마도 피카디리였던듯) 상영시 보고온 친구들이 한결같이 칭찬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때도 저는 친구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사실 지금은 영화의 줄거리나 장면이 별로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것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과 같은 문제 때문이 아니라, 과잉의 문제였던 것도 기억납니다. 과잉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합니다.
사실 "물랑루즈"의 초반에는 상당히 유쾌한 기분으로 영화를 보았었습니다. 19세기 배경의 영화에 마돈나의 'Material girl'같은 노래가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분좋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우스꽝스런 신파적 캐릭터들이 등장할때만 해도 저는 영화가 멜로의 전통을 비웃으려는 의도인줄만 알았습니다. 헉... 그런데 그 극단의 추구라니.
물론 비웃으려는 의도로 극단을 추구하는 것도 있을 법한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도저히 동의가 되지 않더군요.
종류가 다르긴 하나 감정의 과잉 혹은 동의할 수 없음에 의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최근에 게시판에서 이야기된 바 있는 몇몇 광고들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야단맞고 울면서 우유를 마시는 아이라든가, '내새끼가 새끼를 낳았네..하시더라구요' 하며 우는 산모라든가,
사람의 감정이란 개개인 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일, 어떤 장면에 대한 반응도 각기 다르죠. 그런데 그 반응이란 크로마토그래피처럼 점진적인 분포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특정한 약품에만 격렬하게 반응하는 화학약품처럼, 어떤 이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아넘길 수 있는 장면도 어떤 이에게는 격렬한 분노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바즈 루어만의 영화들이나 언급한 몇몇 광고 같은 것들에는 바로 저의 감정에 (부정적인)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요소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요. 다른 이들에게는 심드렁한 장면이 무척이나 감동적이거나 유쾌하거나 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 말입니다.
넓게 생각하면 어떤 사람에게 반하게 되거나, 싫어하게 되는 것도 이렇게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여튼 참 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