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딕션...

  • 궁상마녀
  •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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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본 영화인데 갑자기 생각나는 군요. 주인공이 뱀파이어라서 그런지 삶에 대한 죄의식으로 가득찬 영화였어요. 그것이 표출되는 방법은 뱀파이어답게 폭력적이었구요.

그런데 인상적이었던 건 그 죄의식이 뱀파이어들 특유의 사적이거나 종교적인 것이 아닌 지극히 정치적인 것이었다는 거예요.

그녀, 주인공의 말에 따르면 이렇더군요. 우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정부에 세금을 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죄다. 무고한 개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귤과레몬님의 말씀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도덕적 타협을 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문제는 인간이 그걸 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데서 생깁니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사는 게 다 그런거 아니냐'라는 말은 절실하지만 그 절실함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죠. 완벽한 결백함이란 없습니다. 하지만 없다는 걸 인정할 수는 있지요.

김선일씨에게도 책임은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평생 법 없이도 살 사람이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를 치는 지극히 도덕적인 개인도 어떤 사회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되고 공범이 된다는 거죠.

우리 모두의 죄다, 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그 누구의 죄도 아니게 된다고 했던가요. 하지만 그 누구의 죄가 더 큰지는 판단할 수 있겠지요. 저는 제가 파병을 반대하고 심정적으로 이라크 국민들을 편든다고 해서 무죄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후세인이 이라크 국민들을 탄압하는 것도 막지 못했고 그걸 빌미로 부시가 이라크로 쳐들어가는 것도 막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주권자로 있는 이 나라가 그 침략을 거드는 것을 막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유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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