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의 끝. 사진, 건너야 할 강, 아트큐브, 비하인드, 알라니스, 놓치는 영화들,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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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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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다들 1학기가 정신없이 허무하게 지나갔다는 패닉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나머지 7학기도 이렇게 허무한 기분이 아니기를. 다른 학교도 다 마찬가지인가요?


1. 김영수 사진전(넷에 올리는 글이라 존칭은 생략합니다)이 올해 말 즈음에 있을 예정인가봅니다. 전 90년대 중후반 학번이라 이분의 이름만 접해보고 사진은 정작 본 일이 없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사진은 정작 본 일이 없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지나가면서 본 작품들이 몇 있더군요. 대체 어디에서 본 건지도 기억 안나고, 예전에 본 다른 사진과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젠 사진 작가로서보다는 '세친구'와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배우로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스틸 중 다수도 이분의 작품이라고 하죠. 전태일 스틸 모음이 책으로 나와있다고 알고 있는데, 학교 도서관에는 없어서 동네 도서관이나 다른 곳에서 찾아본다는 게 벌써 1학기가 지나버렸습니다. 이제 방학이니 언제 한 번 찾아봐야죠.


2. 얼마 전에는 재일 한국 영화인 김덕철 감독과(역시 넷에 올리는 글이니 존칭 생략합니다. 사실은 위의 김영수 교수님과 함께 제가 좋아하는 교수님들이에요.) 일본 영화인 모리 야스유키가 감독한 '건너야 할 강'을 볼 수 있었습니다. 1996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작품이라죠. 필름으로 보지 못한 게 아쉽더군요. 화면이 아름다웠는데. 화면도 화면이지만 내용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놀랐습니다. 일본의 과거사와 재일 한국인 문제를 하나 하나 알아가며 눈물을 흘리는 고등학생들을 순진하게 안전한 정공법으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룸은 물론이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도 꽤나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더라구요. 게다가 중간에는 조총련계 학생이 등장하여 일본 아이들과 우정을 나누고, 후반에는 서울로 날아가 연세대 학생들과 조우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의도든 아니든간에 정치적으로 미묘한 부분까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실제로 극중에 나온 연세대 학생들이 이 이후 좀 곤란해졌다고도 하더군요. (작품이 92년에서 94년 무렵 촬영되었다는 것과 그 무렵 연세대의 시끄럽던 분위기를 생각해보시길!) 극중에서 조총련계 일본 학생들이 아침이슬을 부르는데, 그걸 보면서 북한에서도 아침이슬을 많이들 부르는 걸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허긴 조총련계 재일교포들과 북한 주민들의 문화를 완전하게 동일시 하는 것도 잘못된 선입견인지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니 북한에서 아침이슬을 부르지 말라는 법도 없을 듯 하군요.
영화를 보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제가 재일 교포들의 상황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국적 문제라거나 그분들의 문화, 최근의 "예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지만 여전히 존재한다"는 재일한국인 차별 등. 'Go'같은 작품 몇 편을 보았는데도 더 자세히 알아볼 생각을 못한 제가 너무 게으른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런 좋은 작품을 수업 시간을 통해 뒤늦게라도 접할 수 있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게다가 연출자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잖아요! :-)
일본군의 만행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어쩔줄 몰라하는 일본 청소년들을 보며, "저런 애들이 얼마나 되겠어?"(실제로 학교가 시골이라 그런지 보기 드물게 순수한 애들이 많았다고 하네요)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희망은 있구나"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군요. 이런 영화를 만나는 기쁨 때문에 극장을 계속 찾게 되는 거겠죠.


3. 며칠전 슈렉2를 보러 갔는데 매표소의 청년 두 명이 슈렉 머리띠를 하고 있더라구요. 솔직히 제가 그 사람들이었다면 창피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였다면 다행이지만, 그냥 조용히 영화표 팔고 학비라고 벌어보려고 극장 매표소에 들어갔는데 어느날 출근했더니 "앞으로 몇주간 이 귀여운 슈렉 머리띠를 쓰고 표를 팔도록"이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매표소에서 슈렉2만 파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던데(극장이 가족들이 많이 오는 위치이고 영화도 영화였던만큼 의외였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방학을 안했나요?) 보기 좀 민망했습니다. 저 혼자 삐뚤어지게 생각하는 거라면 뭐 할 말은 없구...


4. 요리스 이벤스를 봤는데, 아트큐브의 스크린은 제가 기억하고 있던 것 보다 더 크더군요. 하지만 여름에 상영할 거라는 타르코프스키는 여전히 씨네큐브에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아트큐브에서 상영한다면 '노스탤지어'를 맨 앞자리에서 한 번, 세번째 줄에서 한 번 볼까 생각중. '스페인의 대지'와 '센느가 파리를 만나다'를 예매했는데, 오늘 당황스럽지만 아름다웠던 '바람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니 어떤 작품들일지가 더 궁금해집니다.


5. 까페 비하인드에 드디어 가봤습니다. 토요일 점심 무렵이었는데 사람이 얼마 없더군요. 일전에 갔다가 엄청난 인파에 문턱도 못밟아봤던 날도 주말에 낮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체 여기에 사람이 많은 시간과 없는 시간이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궁금했던 "꿀과 과일이 들어간 요구르트"를 사먹어봤지만, 앞으로는 가게 되어도 더 싼 메뉴를 찾아보든지, 아니면 최소 4시간 정도는 버텨야 하겠다고 생각중입니다. 그렇다고 밖에 사람들이 줄서있는데 버티고 앉아있겠다는 소리는 아니구요. :-) 조용한 시간 사람 얼마 없을 때, 그 근처 지날 일이 있으면 시간을 보내기 좋겠더군요. 공부하기 아주 좋은 장소같지만, 교통편이 교통편이다보니 역시 저한테는 도서관이나 까페 뎀셀브즈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6. 결국 알라니스 모리셋의 신보를 샀습니다. 멜로디는 좋은데, 가사가 웬지 너무 바른생활스럽네요. 그렇게 가식적이지는 않고 나름대로 와닿는 부분들도 많아서 여전히 맘에 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1집이나 2집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만은 다 제가 영어 노래를 들을 때 가사보다 멜로디에 집중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언제 시간내어 1,2,3,4집 가사 분석을 본격적으로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앨범 사기 전에는 Everything과 Eight Easy Steps를 좋아했는데, CD로 들어보니 Excuses가 가장 귀에 와서 감기는 곡이네요.


7. 그렇게 고대하던 버스터 키튼은 결국 다 놓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쉬워서 짜증이 날 정도이지만, 그래도 키튼보다 더 보기 힘든 영화나 전시들을 챙겨보고 시험에 최소한 백지를 내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겠죠. 마찬가지로 개봉 영화들을 하나하나 놓치고 있는데, 이젠 이상한 위기감마저 느껴집니다.


8. '블러디 선데이'의 감독 Paul Greengrass가 어떤 영화를 또 감독했는지 imdb를 찾아봤더니... 오, 본 아이덴터티의 속편 'Bourne Supremacy'의 감독이 바로 이 사람이로군요. 그러고보니 1편의 Doug Liman 감독은 'Go'의 연출이었고. 으흠, 이 영화 시리즈가 에일리언 시리즈처럼 되어가려나봅니다. 물론 그 정도로 튀지는 않지만, "재능있는 감독들 헐리우드에 일자리 마련해주기" 프로젝트랄까요.


9. 기말 리포트가 있는데 이런 글이나 쓰고 있다니 제가 미쳤나봅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도요! 나두! 헉, 남 얘기가 아니잖어!"라며 모니터 앞에서 공감 500%에 불타오르실 수많은 분들의 표정이 눈 앞에 선합니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화이팅! 그리고 이미 끝난 분들에게는 휘황찬란한 성적표(반어법 아님!)와 전액이 아니라도 푼돈이나마 장학금이 기다리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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