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난생 처음(!)으로 "소개팅" 이라는걸 했답니다. (참고로 제 나이는 올해 드디어 29세턱! 그동안 왜 그렇게 살아왔냐고는 묻지 말아주세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순식간에 저같은 상태로 나이만 먹을수 있습니다. 누구나 충분히...!)
올해는 나름대로 <연애만 닥치는 대로 하는 해>로 결심한 바가 있어서 정말로 정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끊은 스타트였어요.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상대방 분께서 저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셔서 매우 적극적으로 나오고 계십니다. 5월 27일에 처음 뵈었는데 6월 14일 현재 무려 12회나 소위 말하는 데이트라는 걸 했어요. 이 수치도 사실 많이 억제된 겁니다. 자기 사업체가 있으신 분이라 저처럼 야근의 압박이 없으신지 매일같이 저희 회사앞에서 차대고 기다리고 싶어 하십니다. 그리고 이미 하루에 5회이상 심야에는 1~2시간이상 전화로 대화하고 싶어하십니다. 그리고 우유부단하며 마음 약한 저, 거절 못하고 졸면서 그 전화 다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를 이미 완벽한 soul mate 로 보고 계신 이 분의 열렬한 마음에 제가 도저히 장단을 맞춰드릴 수가 없다는 겁니다.
좀 더 만나보면 좀 낫겠지 싶어서 계속되는 데이트 요청에 제가 특별한 거절사유가 없는 한 일단 나가(드리)고는 있는데, 만나서 말씀을 나눠보면 취향이나 가치관이 상당히 서로 유사해서 공감과 이해가 쉽고 흔히 하는 표현대로 "잘 통"하지만 그 뿐이고 아무리 해도 설레이거나 두근거리지가 않네요. 너무 저에 대해 배려하시고 엄청나게 매너가 좋으시며 저를 아껴주시는 따뜻하고 자상한 마음이 느껴지지만요. 그래서 앞으로는 괴로우니 그 분을 안만나고 싶어서 솔직히 그 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너무 착한 분이시고 제게 그동안 잘해주셔서 그만큼 저도 마음이 아프고 그 분께 너무 죄송하네요. 이 나이 먹도록 연애라는 걸 한 번도 안해본 저, 면역이 안되어있어서 이토록 거부감이 큰 걸까요?
제 주변분들께 여쭈어보니 "외부적 조건이 그렇게 좋은 남자를 단지 설레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굳이 급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느냐, 그렇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이라며 일단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애초 제 계획대로 다른 이성도 많이 만나보라고 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받아 먹을거 다 받아 먹고 끝내라는 과격발언도 있었답니다. 여자의 특권이라면서. 끔찍하죠?),
"서로에게 못할 짓"이라며 그 분이 저를 더 마음깊이 생각하기 전에 말씀드리고 정리하라고 하는 쪽이 있네요.
사실 어젯밤 통화했을때에 제가 "설레이거나 하진 않습니다"라고 용기를 내어 가껏 말씀드렸더니 그 분께서 하신 대답은 "그래도 제가 싫은건 아니지 않느냐" 셨어요. 정말로 싫은건 아니어서 그건 아니라 말씀드리니 "그럼 됐다"고 하시더군요.
이 나이에 이런 유치한 고민으로 속상해있다니 스스로도 부끄러워 주저하다가 그래도 현명한 대처법을 모색하고자 씁니다. 어떻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