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주의는 사라질 수 있을까요

  • 사람
  •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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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무조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미덕이었다.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는데 돈이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천에서 용났다는 감격스러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당시 실력은 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해서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사람은 하고 싶은 말들을 가슴속에 담아둔채 담담히 살아가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한으로 남아 당신의 자식을 입신양명시키는데 온갖 정성을 들이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제기되기 시작한 학벌주의의 폐해는 이미 닳고 낡은 화두다. 경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요즘엔 학벌이 가졌던 기득의 힘은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벌주의는 건재하다.
학벌주의에 대한 논란은 노력하지 않은 자가 못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내뱉는 한풀이에 불과한가? 분명 아닐것이다. 그보다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학벌주의, 학벌 중심의 사회가 가진 크나큰 모순이 원인일 것이다.

학벌주의가 왜 문제인가. 길게 말할 것도 없고 단순하다. 19세때 결정된 학교 이름이, 아니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미래에 유리천장이 만들어 진다. 사람들은 한계가 없다고는 하지만 분명한 암묵적 한계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분통이 터질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래서는 계급사회나 다를바 없지 않은가. 아니 아예 진입로부터 차단 당하는게 어디 한두번인가.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있어왔지만 관심이 갈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예는 드물다. 과연 학벌주의는 난공불락의 성인가?

학벌주의가 붕괴되기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원인, 학벌주의의 1차 폐해는 우리가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근대 이후로 대학이 진정한 학문의 전당이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을지 의문이지만 요즘같은 때에는 그러한 의문이 더욱더 바보스러울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대학이 학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 중간단계로 거치는 곳이다. 우린 자신이 사회에 나갔을때 얼마나 더 좋은 가격표를 왼쪽 가슴에 붙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에겐 우리 자신보다 구매자들이 우릴 얼마나 더 높은 가격에 사느냐에 필연적으로 관심이 쏠릴수 밖에 없다. 팔리지 않으면 재고가 되어버릴 그런 상품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에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자. 대표적 구매자는 기업이다. 기업은 큰손이다. VIP고객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기업주는 기업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만한 인재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 목표다. 그들에게 가격은 별 의미가 없다. 국산품뿐만 아니라 고급 수입품마저도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나 사주십쇼!" 하니 가격은 문제가 안된다.
문제는 품질이다. 그들은 품질을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수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대학 간판" 이다. 우리가 물건의 품질을 따지지 않고 브랜드에 현혹되어 지갑을 여는 일이 많은 것처럼, 그들도 대학 간판을 판단의 기준으로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실제로 그렇고 그런 브랜드의 재화, 서비스가 그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듯이 그들에게도 그렇다. 이것은 확률게임이다. 좋은 대학 출신에 진짜 쿨한 인재가 가끔은 숨어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기업들은 인재를 "구매" 할때 "대학 브랜드" 를 참고하면서 - 실은 다른 참고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 -  이러한 확률게임에서 조금이나마 피해를 덜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시작점부터 차별을 받는 학벌주의의 1차적 폐해로 이어진다.

학벌주의의 1차적 폐해라고 말하는 것은 이렇듯 자본주의 시장체제下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일상적인 최적가격 조정과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런 체제의 울타리에 포함된 사람이라면 그것은 그 사람의 생활을 지배하는 기본적 법칙인것이다.

해결책은 없을까.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는 대학 평준화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일반 대학들은 모두 평준화 되었지만 그랑제꼴과 에꼴 폴리테크닉이라고 하는 그야말로 수재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특수 엘리트 양성기관이 만들어져 있기에 제대로된 학벌주의 타파를 실현했다고 볼 수 없다. 독일은 어떠한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독일은 순수하게 고등 교육기관의 평준화를 이룩해낸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여전히 분야별로 유명한 대학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식의 평준화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왜냐면 그 국가 안에서의 평준화, 학벌주의 타파는 실현 될 수 있어도 지금같은 국제화 시대에서는 분명 해외에서 최고라고 알려진 다른 교육기관에서 수학을 한 사람이 모국으로 돌아와 또 다른 학벌주의를 창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요즘도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서울대를 폐교하자니 하는 주장등은 정말 우물안 개구리같은 한심한 주장이다. 서울대를 폐교하면 해외 유학파가 들어와 그 자리를 매꿀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주체보다 더 우월한 존재는 있기 마련이다. 세상이 내림차순하느라 눈이 벌건 마당에 학교 하나 없애는 것 따위는 학벌주의에 전혀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학벌주의를 완전히 부숴버리는 방법은 없다. 특히 고려시대때부터 수백년동안 출세길의 하나로 과거제도가 존재했던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더욱 특별하다. 사회가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핏줄에 은연중에 흐르는 학구열은 숨길수 없는 것이다.

단지 대안이라면, 학벌이 없어도 아니 학벌과 무관하게 아이디어와 실력만 있으면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전과 다르지 않은 지겨운 말인듯 하지만 나는 학벌주의의 타파를 말하고자 하는것이 아니다. 학벌주의는 실로 견고하다. 학벌주의 그 자체를 공격하기보다는 조금만 돌아가자는 것이다. 학벌이 사는데 필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면, 학벌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면 자연스럽게 학벌주의는 기를 내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미국은 정말로 지독한 학벌주의 국가중의 하나다. 동부의 아이비리그, 중부의 빅텐하는 식의 구분에, 대학원을 나와 같은 일을 하더라도 MIT같은 명문 대학원 출신은 초봉부터 다른 대학원 출신보다 수만달러가 많다.
하지만 미국에는 아직도 조그만 희망이 있다. 얼마전 맥도날드의 CEO가 된 사람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 출신이며, 제네럴 모터스의 회장은 고졸에다가 사내 대학출신의 흑인이다.
그들이 2억명의 미국인과 다른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많은 사람을 기만시키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정도의 유연함도 없다. 그런 우리가 학벌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ps. 글 내용에 태클좀 많이 걸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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