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사무실은 70년대 스타일의 2층 양옥입니다. 40평 가량의 마당이 딸려 있지요.
제대로 관리를 한다면야 멋진 경관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관리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온통 시멘트로 발라 버렸답니다. 그래서 처음 왔을 땐 이게 무슨 살풍경한 모습이냐, 하다 못해 상추라도 갈아 먹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토했었죠. 공해 심한 서울 한복판에서 마당 심은 상추를 과연 먹을 수 있겠느냐는 별 문제로 하고요.
그런데 봄이 오니까 시멘트가 갈라진 틈 사이로 잡초가 비죽비죽 솟아 나기 시작하네요. 마당이 살벌하다는 제 말에 선배들이 잡초가 나무만한 크기로 자라는 바람에 지하실로 들어 가는 통로를 찾을 수가 없을 지경이 되어 마당을 발라 버렸다고 했거든요. 전 무슨 뻥을 그렇게나 거창하게 치시나 했는데, 요즘 잡초가 자라는 모습을 보니 그만큼 크고도 남겠어요.
어쨌건 허옇게 멋대가리 없는 마당에 민들레며 명아주가 자라주는 게 고맙군요. 하지만 마당을 바르지 않았다면 무녀도에 나오는 당골네 집 마당을 재현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어렸을 때 살았던 고향집 옆에 묵정밭이 있었거든요. 거기다 중학교 때쯤 읽은 여러 소설의 영향인지 잡초가 가득 자란 무당집 마당, 지붕에 피어 있는 잡초 같은 풍경이 저한테는 나름대로 판타지로 자리잡고 있거든요. 여름에 잡초가 한 길 정도 웃자란 마당을 헤치면서 세컴 장치가 달린 사무실 현관을 찾아 간다면 굉장히 재미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