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두빛 나뭇잎을 보는데 그게 그렇게 슬퍼 보인다. 근데 그 슬픈 게 또 아름답다'
라는 대사가 나오잖아요. 이창동의 영화는 늘 그런 걸 보여주려는 것 같아요.
가엽고 고통받는 여주인공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기 보다는 계속 눌러앉아 끝까지 영화를 보게 된달까요.
그런 쪽에서 라스 폰 트리에랑 비교되는 것 같네요.
2. 미자(윤정희)는 나이에 비해 너무 순수하고 착해서 세상에 괴리감을 느끼는 여자 같아요.
자살사건 얘기를 꺼내는데 들은 둥 마는 둥 하는 아줌마들이나,
여학생의 자살에 자기 자식이 연루되었음에도 천연덕스럽게 술을 마시고
합의금으로 무마시키려는 아저씨들과는 다르지요.
저는 심지어 시 낭송회에 나와있는 사람들도 가식적으로 보였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시를 읊으면서 그렇게 술을 들이키는 모습은 뭔가 불편했답니다.
미자는 자살한 여중생에 대한 간접적인 죄책감과,
자신과의 동일화, 동정심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3. 윤정희의 마음 여리고 사색적이고 부정확한 발음의 목소리가 캐릭터에 잘 맞아떨어졌다는 말에 공감해요.
발성과 발음을 기계적으로 연습한 배우가 연기를 했더라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아요.
배우들간의 앙상블이라든가 연기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다라는 느낌은 덜 했지만, 몇 몇 장면에서의 윤정희 씨의 연기 좋았어요.
아마추어 배우들도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발표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4. 마지막 장면이요. 미자는 어디로 간 걸까요?
스포일러 ->
자살한 여중생에 감정을 이입한 나머지 그녀를 따라 다리로 갔을까요?
자살을 했을까요? <-
5. 이창동의 영화를 보면 뭐랄까요. 꾸밈에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서 좋을 수도 있고, 별로일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이창동의 영화에서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바랄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messy하고 우울한 길거리 모습을 보여준달까요.
6. 하반신 마비의 할아버지가 김희라 씨였어요! 전혀 못 알아봤어요.
이 배우 중년 때는 살집 있고 고집 있고 비호감 이미지였는데,
살이 좀 빠지고 노년이 되니 꽤 인물이 있으시네요. 연기도 잘 했어요.
+ 재미는 덜 하지만 좋은 영화는 맞는 것 같고 시각적 미는 덜 하지만 사색적 미는 있네요.
시에 대한 강의나 수강생들이 자기 인생 얘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은근 다큐멘터리 느낌도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