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 공개되던 날에 글까지 올려놓고 안좋다 못해 무시무시하고 험악한 초기반응에 쫄아서 좀 광기(?)가 가라앉은 뒤 신뢰할만한 분들의 후기를 좀 읽어보고 봐도 괜찮겠다 싶어서 드디어 감상했습니다.


가장 많이 욕을 먹는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난 이런 걸 기대한 게 아닌데 속았다!"는 반응이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완전히 스포일러 프리로 감상할 계획이신 분들은 스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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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고나니까 이미 포스터에서도 대놓고 보여주고 있긴 하네요. 물론 다 보고나니까 할 수 있는 얘기 ㅋ



- 일단 재난영화가 아닌 건 아닙니다.(?) 분명 중반 국면전환 전까지는 충실히 재난물의 전개를 따르고 있고 이후로도 제목 그대로의 '대홍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진 않기 때문에 사기 마케팅은 아니라고 보구요. 다만 진짜 감독이 하고싶었던 알멩이 장르는 '소스 코드',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같은 타임루프 형식의 SF물이었고 특히 구체적으로 요즘 가장 핫한 논쟁의 소재인 AI를 다루고 있습니다.


장르의 전환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꼭 한가지 장르로 처음부터 끝까지 통일되어야 한다는 영화제작 불문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르를 틀고 싶으면 틀고 반전을 넣고 싶으면 넣는 거죠. 그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는가, 이런 배경을 깔아놓고 이런 얘기를 해야만 했던 것에 대한 당위성, 설득력이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 작품이 비판을 받아야 한다면 바로 그 지점일 것 같네요.


더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아예 스포일러라서 대충 얘기하자면 타임루프물에 AI의 어떤 특성을 대입시켜서 재미도 의미도 잡아보자는 것 자체는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만 결국 이걸 실제 결과물로 제대로 실행시켰느냐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저도 실패했다고 봤습니다. 중반의 그 전환 이후 어떤 이야기인지 조금씩 이해가 되면서 나름 감탄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점점 지루하고 반복적이 되어가면서 흥미가 떨어지더군요. 주인공이 아들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만나는 다른 캐릭터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점점 변한다는 것이나 그런 부분적인 아이디어들이 맘에 들다가도 결국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과 최종엔딩에서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류 최후의 날에 정말 이게 그분들이 준비한 비장의 유일한 신의 한 수가 맞냐? 그래서 이 엔딩이 감독이 의도한만큼 그렇게 감동적인가? 마지막에 이걸로 정말 해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믿어볼 수 있는가? 이런 의문들에 대한 만족스러울만한 답은 아니었어요. 쓰면서 놀란의 '인터스텔라'도 좀 떠오르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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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맞아요?



- 그래도 이렇게 무참히 까일만큼 단점만 있고 좋은 부분은 없냐하면 또 그렇진 않구요. 일단 CG 퀄이 상당히 좋고 당연히 이게 진짜 물이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이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영화속 대재앙으로써 몰입감을 주기에는 충분히 차고 넘쳤습니다. 제작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 '아쿠아맨'에서 썼던 드라이 웻 어쩌구 하는 촬영기법과 실제 수중촬영을 적절히 섞었다던데 2000년대 초기 한국산 SF 블록버스터 잔혹사 때랑 비교하면 이젠 진짜 제작비 고려하면 짜치지 않는 정도를 넘어 꽤 괜찮은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습니다.


한국 재난영화의 평균 퀄리티를 알면서도 기대한 이유는 오로지 김다미였는데 역시 훌륭합니다. 초반에 애엄마로서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모습들까지 다 스토리와 설정 안에서 철저하게 계산이 잘 된 연기였던 것 같고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연출자가 원한만큼 확 몰입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그나마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강도 높은 감정연기도 매우 원숙했고 수중액션도 상당량을 직접 소화했던데 좋았습니다. 다만 후반부에 조금 나오는 총기액션 이건 좀...


박해수는 약간 비중 늘어난 '그래비티'의 조지 클루니 비슷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데 초반엔 또 넷플 공무원이냐 싶다가도 워낙 기본이 탄탄해서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탄탄하게 잘해줬습니다. 그냥 주인공 서포트하는 역할치고는 제법 잘 쓰여진 캐릭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최근에 봤던 얄팍한데 쓸데없이 서브주연급으로 비중만 높아서 붕 떴던 '자백의 대가'에서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 어쨌든 공개 후 9일간 70여개국인가에서 시청수 1위 행진을 달리고 있을만큼 화제성, 흥행으로는 현재까지 크게 성공적이긴 합니다만 작품 완성도가 그만큼 받쳐줬으면 약간 덜 부끄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큽니다. 네이버 4점, 왓챠피디아 1점대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평점만큼 아주 폭망급은 아니라고 봤는데 해외 유저들 평점도 확실히 평균보다는 못한 작품이라는 분위기에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넷플 쓰시고 김다미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보셔도 되고 그냥 안보셔도 되고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



추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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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속였다는 것 말고 또 가장 크게 욕을 먹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김다미의 어린 아들 캐릭터인데요. "애 때문에 초반 10분을 넘기기 힘들다, 완전 발암이다." 등의 반응이 많았고 비속어를 허용하는 곳에서는 "애새X 물에 빠트려서 죽여버리고 싶다." 뭐 이런 말까지 나오길래 도대체 얼마나 트롤링을 시켰길래 그랬는지 각오를 단단히 하고 봤는데요...


겨우 저걸 가지고 그런 말들을 한다고? 싶었습니다. 그냥 아직 너무 어리고 철이 없어서 초반에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수영 하자고 좀 보채고 탈출하는 도중에 생리현상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화장실 가게 만들고 그게 다입니다. 감독 인터뷰에서도 딱 자기가 많이 봐온 평균적인 그 나이대 어린아이를 기준으로 잡아서 쓴 캐릭터라고 하던데 결국 이게 평균적인 어린이를 대하는 일부(라고 하기엔 꽤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조숙하고 얌전하고 말 잘듣는 애들은 극소수에 가깝죠. 우린 다 저렇게 칭얼대고 말썽부리고 부모님 심하게 속썪이면서 컸잖아요. 공공장소에서도 조절 못하고 떠들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고 대부분의 어른들이 이해해주는 사회 속에서 그렇게 무사히 자랐고 그냥 자긴 어릴 때 안그랬을거라고 믿고 싶은 것 뿐이죠. 겨우 이정도에 저런 욕을 퍼붇다니 과연 노키즈존의 나라이고 현재 바닥을 뚫고가는 출산률이 어울리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 전체적으로 공감되는 리뷰네요.


      전 공개되자마자 바로 봤었는데 평범한 어린이 캐릭터였다고 생각했는데 뒤에 '민폐캐' '발암캐' 소리를 듣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작품에 대해 다른 부분은 그렇다치고- 요즘 어린이에 대해 대중이 이렇게 박하구나 싶어서 놀라웠던 부분이에요.

      • 대체 얼마나 민폐, 발암으로 만들어놨길래 그럴까 저도 빡칠까봐 각오를 단단히 하고 봤다가 허무했지요. 어이도 없고 하하;;

    • 시청자들은 다 제각기 자기 보고 싶은 걸 봤을 뿐인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중간 규모 제작비로 
      이 정도 블록버스터급 특수효과 뽑아낸건 훌륭하다고 봅니다. 후반 스토리가 좀 더 타이트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요. 
      • 후반부가 딱히 루즈하진 않았는데 결국 저한테는 이 짓거리(?)가 그런 해결책으로 이어진다는 게 설득이 안되서 몰입도가 떨어지고 그냥 반복적으로 느껴졌던 것도 같아요.

    • 결국 레이디버드님까지 동참하게 만들어 버린 이 '대홍수'의 유행이란... ㅋㅋㅋㅋㅋ 아직 영화는 안 봤지만 이미 진작에 스포일러를 밟아 버려서 맘 편히 읽었습니다. 대충 어떤 영화인지 짐작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분명히 다 보고 나면 시간이 조금 아깝겠지만 그래도 한 번 보려고 합니다. 듀게 트렌드(!)이기도 하고. 김다미도 호감이고 타임 루프물도 좋아하니까요. 하하. 잘 읽었어요!

      • 저는 원래 김다미만 보고 공개일 바로 감상하려고 했다가 무서운 초기반응에 쫄보가 되버려서 뒤늦게 동참해버렸네요. ㅋㅋㅋ 이미 분위기를 통해 기대치가 적당히 조절되신 상태라면 충분히 괜찮게... 아니 그래도 실망하실 수 있어요. ㅋㅋㅋ 김다미 연기만 즐기신다는 마음으로!

    • 너무 공감이 갑니다. 특히 아이 부분은 더욱이요. 애가 저 와중에 많이 울지도 않고 저 정도면 말 잘든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였는데... 김다미씨는 아이 업고 계단 오르내리느라 너무 힘드셨을 듯요 ㅠㅠ 중간에 "엄마 힘들어 잠깐 내려봐" 할 때 연기에 진심이 느껴졌어요 ㅠㅠ

      • 싫은 소리 1도 안하고 부모가 하라는대로 딱부러지게 해야 맘에 들려나봐요. 막상 본인들이 그 나이 때 어땠을런지는... 맞아요. 저도 그 부분이 연기이면서도 배우 본인이 진짜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 무서워서 아직 못보고 있네요 ㅋㅋㅋㅋㅋ  일단 스크롤 내리고 답글 달아봅니다

      • 뭐 이거 한 편 더 본다고 추가로 요금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요. ㅋㅋ 그래도 관심이 가신다면 휴일 한가한 오후나 그런 때 시도해보시길

    • 이거 아무래도 진짜 봐야겠네요ㅋㅋㅋㅋ(그래서 글은 휙 내렸습니다)

      일단 기묘한 이야기 막 시즌 보고 봐야겠어요.
      • 흥행도 퀄리티도 심심했던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좋은 의미로도 안좋은 의미로도 이렇게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은 거의 유일하다보니 한 번 봐보셔도 나쁘지 않겠죠.




        다만 기대는 하지 마세요. ㅋㅋ

    • 혹시 "신뢰할만한 분들의 후기" 가 public한 후기면 공유가능하실까요?

      • 아 그냥 왓챠피디아에서 제가 팔로우하는 유저분들 몇명인데 공유까지 하긴 뭔가 애매하고 그냥 저기 올라온 평들 중에서 너무 과하게 혹평하는 사람들 말고 적당히 균형 잡힌 평들을 보면 참고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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