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켈리

'제이 켈리'가 넷플릭스에 올라왔어요.

어른의 성장담 종류입니다. 그런데 그 성인이 수십 년 활동한 전지구적 스크린 스타로 설정되어 있고 조지 클루니가 연기합니다. 영화에서 표현하고 있는 정도의 스타가 현재 누가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지 않더군요. 영화가 중반으로 접어들면 주인공이 기차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독백하는 장면이 있어요. 게리 쿠퍼, 캐리 그랜트, 클라크 게이블, 로버트 드니로의 이름들 사이에 자신의 이름 제이 켈리를 끼워 넣는 약간 오그라드는 장면인데 살아 있는 배우는 로버트 드니로 뿐이고 로버트 드니로는 이런 역할이 캐릭터상 어울리지도 않지만 이런 방황의 시기는 한참 지난 것 같네요. 

마침 오래 전에 씨네21에서 봤던 캐리 그랜트 기사가 생각나서 찾았더니 있어서 옮깁니다.


(전략) 갖고 싶은, 닮고 싶은

캐리 그랜트’라는 이미지에 대한 사람들의 선망을 그랜트 자신은 이렇게 요약한 바 있다. “모두가 캐리 그랜트가 되기를 원한다. 심지어 나조차도 캐리 그랜트가 되고 싶다.” 그랜트의 이 유명한 말 속에서 우리는 ‘캐리 그랜트’와 그랜트 사이의 거리를 감지할 수 있다. 스크린 위의 그랜트는 항상 심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여유있는 남자로 등장하지만 영국의 브리스톨에서 태어난 실제의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게다가 정신병적 증세가 있었던 그의 어머니는 그가 아홉살 때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이 소년의 어린 시절은 외로움의 그것이었다. 그랜트는 나중에 회고하기를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는 숨을 쉬는 것말고 야심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후략)

홍성남 평론가의 글 중 일부입니다. '제이 켈리'란 영화의 주제와 연결해서 볼 힌트가 있습니다. 제이 켈리는 수십 년 배우로, 캐릭터로 살면서 진짜 자신의 삶을 못 살고 현재에 이르렀음을 위기로 느낍니다. 그리고 진짜 자신의 정체가 뭔지 흐릿하게나마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미안한 말이지만 조지 클루니보다 애덤 샌들러의 조력자 연기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이름난 연기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유럽이 주 배경이라 그쪽 배우들도 여럿 나오고요.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 수준을 기대하면 실망합니다. 앞 부분에 여러 인물들의 동시다발 수다를 보고 있으면 우디 앨런 영화의 느낌도 좀 있고, 이탈리아 시골의 힐링스러움을(?) 넘 자주 써먹는다는 생각도 들고, 예상가능한 장면들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도 조지 클루니의 영화적 위상이나 업적과 상관없이, 영화가 마무리될 때는 찡한 부분이 있어요. 수십 년을 몸담았다는 것, 그 세월을 돌아본다는 것은 그런 감정을 가져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 생각보다 조연들은 물론이고 주인공 제이 켈리 캐릭터와 그의 고민 등이 별 깊이가 없고 크게 와닿지가 않아서 많이 지루했어요. 일과 야망에 집중하느라 가족에 소홀했던 가장의 자기연민 얘기는 너무 흔하게 많이 봐왔는데 그렇다고 그 흔함을 해소할만한 무언가도 없었던 것 같고 조지 클루니 포함 배우들은 애썼지만 재료가 부실하면 그냥 연기 차력쇼에 지나지 않더군요.




      작품의 중심이 되어야할 제이와 론의 관계도 그냥저냥이었고 그나마 라일리 키오가 연기한 큰 딸과의 씬들이 볼만하더군요.

      • 영화가 있어야 할 긴장이 부족하달까 뚜렷한 의식이 없달까 그렇죠. 감독이 왜 느슨해졌지 싶은 느낌도 들어요. 지구적 스타의 방황이라 마음대로 부리며 돈쓰고 이동하는 식으로 평범한 가장에겐 있을 수 없는 이런 볼거리만 더해서 내놓는 느낌도 있고요. 조지 클루니 배우의 영화를 보여 주는데 이 영화들이 그만한 위상인지 자꾸 생각하게 되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이건 제 개인 문제이기도 하겠지만요. 하여튼 아쉬운 영화입니다.  

        • 바로 전작 '화이트 노이즈'도 재미도 의미도 없고 뭔 얘기인지도 모르겠고 해서 리뷰도 안 찾아봤었어요. '결혼 이야기'로 정점을 찍은 이후로는 실망스럽네요.




          thoma님만이 아니라 저도 클루니 실제 출연작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데 겨우 저게 다인가? 싶더라구요. 그래서 감명받는 본인이나 매니저나 주변인들이 더 이해가 안가고 막 ㅋㅋ

          • 이게 배우 얘기이다 보니 영화 속 내용과 조지 클루니를 자꾸 엮어서 보게 되고 특히 마지막엔 본인 영화까지 틀어야 되니까 더 그렇죠. 그냥 내 수십 년 인생이 저기 있구나, 그렇게 봤겠지요. 

          • 저도 생각해보니 조지 클루니 대표작이 오션스 시리즈 밖에는 안 떠오르네요. 그래도 겨우 저게 다인가?는 좀 너무 잔인하세요ㅎㅎㅎㅎ 나중에 보게 되더라도 자꾸 생각 날거 같은 “겨우 이게 다인가!!!!”
            • 오스카 수상한 '시리아나'는 솔직히 대표작으로 꼽아주긴 뭐하고 커리어 최고 연기를 보여줬다고 할만한 작품들은 '마이클 클레이튼', '디센던트', '인 디 에어'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다른 명배우들에 비하면 대표작으로 꼽기 좀 민망한 것 같아요. 뭐랄까 위상에 비해서 확 이거다라고 뽑을만한 게 애매하네요. 커리어 전체 필모로 보면 아주 준수하죠. ㅋㅋ

              • 저는 '아메리칸'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좋아하는 장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여기서 조지 클루니는 좀 멋지구리합니다. 그러고 '그래비티'에도 잠깐 나왔는데 역할 애잔했죠.

    • 요것도 찜 해놓은 건데 생각보다 별로인가 봐요. 일찍 보시고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배우 다 좋아해서 나중에 생각나면 기대 안하고 봐야겠어요.
      • 심심한 맛이 좋은 영화도 있지만 이 영화는 의도없이 약하고 심심해진 경우? 좀 느슨한 느낌입니다. 저는 감독에 대한 기대를 가져선지 더 이상하게 봤는데, 그래도 배우들 보시려면 괜찮아요.

    • 애초에 클루니는 폼나는 미남 스타! 로 떴던 사람이고 그런 역할들로 소비되다가 나중에 연기파, 진지한 배우로 전환을 시도했을 때... 실패하진 않았지만 그 성과들이 오래 가진 못했던 케이스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와서는 입지도 좀 애매해진 느낌이구요. 




      ...근데 '이탈리아 시골의 힐링스러움' 이라니 제가 딱 싫어하는 포인트인데요. ㅋㅋㅋ 이 영화는 패스하는 걸로... 하하;;;

      • 그렇죠. 좀 애매하고 어중간해서 위의 영화 내용과 자꾸 빗대 보게 되고 그랬습니다.


        이탈리아 시골을 이런 식으로 자꾸 접하니 어리버리 관광객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멀어져요.

    • 그 정도 전지구적 수퍼스타면 브래드 피트나 톰 크루즈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조지 클루니 필모는 브래드 피트 급은 아니고...

      • 스타성으로 보면 브래드 피트나 톰 크루즈도 있네요. 그런데 위의 영화에서 몰고 가는 방향의 스크린 스타냐 하면 잘 연결되는 이들은 아니었습니다. 톰 크루즈의 경우는 그냥 톰 크루즈를 이룬 것 같아서 고민 같은 거 없을 거 같고, 브래드 피트 역시 이런 정체성 고민에 어울리는 배우는 아니라 그런 거 같아요. 화면에 자기 일생 동안의 영화가 흘러갈 때 브래드 피트가 눈물을 흘리는 건 잘 상상이 안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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