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비홍전 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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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호붕 감독작품
세계에서 두번째로 나온 황비홍 영화ㅂ니다(2등은 아무도 기억 안한다며...?)

http://www.djuna.kr/xe/board/14427072  (<-- 세계 최초의 황비홍 영화)




전작의 부제가 '연편 바람으로 촛불을 끄다'인데
황비홍이 연편을 휘둘러 촛불을 끄자마자 "하집에서 또 봐영~~"하고는 영화가 끝났죠.
하집(=하편), 그니까 이 영화는 바로 그장면에 이어서 계속됩니다.


똑같은 출연진에 똑같은 제작진.
상편 상영시간이 75분 좀 넘는 정도였는데 하편은 한시간도 안됩니다. 둘 다 합쳐도 두시간 좀 넘는 정도...
거기다 두 영화의 개봉 간격이 겨우 며칠이라는 이야기도 있네요. 

그니까 이건 전편 속편 후속작 이런 관계가 아니라 걍 다 만들어놓은 한편짜리 영화를 반으로 쪼개서 개봉한 거라고 봐야겠죠.
관객 입장에선 한편의 영화를 두편값을 주고봐야하는 처지가 된 거지만, 어쨌든 뭐 성공했다니까요..(할인가격이었을지도...?)
하긴 뭐 제가 당시 홍콩영화의 일반적인 상영시간을 모르니 뭐라 하기도... 그래도 지금처럼 다음 이야기 보려고 3년 5년씩 기다리고 그럴 필요는 없었으니 지금보다는 나았던 걸로...ㅎㅎ


상편이 우리 주인공 황사부님이 나쁜 황사부, 황비휴와 대결하기 직전의 클리프행어로 끝났는데,
클리프행어로 기대감을 높인 것 치고는 정작 그 대결은 너무 짧게 끝납니다.
황비홍이 납치된 양관을 구하는 걸로 또 일단락.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 이번에는 황비홍의 수양딸이 납치됩니다.
(황비홍이 수양딸을 얻게되는 연유가 상편에 나옵니다. 젊은 여자 아환한테 애정고백을 받은 황사부님이 그자리에서 여자를 수양딸로 삼습니다. 여자는 좋아라하면서 바로 받아들이고. 이것도 현대인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
양관이 아환을 구하러 갔지만 오히려 붙잡힙니다(이 영화에서 양관은 붙잡힌 공주님 기믹인듯...

황사부 출동, 수양딸과 제자를 구하고는 악당을 쫓아냅니다. 이게 하편의 부제인, '패왕장을 불태우다' 이야기.

근데... 사부님이 "태워버려라!"라고 말씀하시자, 조금 후에 제자들이 "태웠습니다." 이러고 끝. 실제로 집이 불타는 장면은 안나오고 말로때우기 신공을 시전하고 있습니다. 집 하나(모형이라도) 태울 정도의 제작비도 없었는지도...?(그렇다면 한푼이라도 더벌어보고자 영화를 쪼개서 개봉한 것도 나름 이해가...)

근데 패왕장 주인하고 황비휴가 친척관계였네요. 황비홍 때문에 동네에서 쫓겨나게 된 두사람은 이대로는 억울해서 안되겠다며 강호의 노고수를 초청해옵니다.
그니까 끝판왕을 모셔오는 건데, 이 끝판왕 역할을 하는 사람이 석견입니다. 홍콩외 지역 사람들에겐 [용쟁호투]의 끝판왕인걸로 유명하지만, 홍콩에서는 석견의 별명이 간인견. 영화속 '奸人' 캐릭터를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국민악역. 그런 석견이 국민간인이 된 게 황비홍 영화에 악역으로 계속 출연하면서였다는 모양이예요.
그러니 홍콩의 국민히어로 관덕흥 황비홍과 국민빌런 석견이 처음 대결하는 기념비적인 장면이 되겠네요.(다만 이 영화에서 석견의 캐릭터는 간인은 아닙니다. 간인들한테 속어넘어간 사람일뿐, 정정당당한 고수 역할.)

끝판왕전이 지나고 나서도 영화가 계속되는데, 황비홍이 축하연회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강호의 유명인들 이름이 막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소화자(소걸아)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영화끝.

그냥 언급만 하고 끝나요. 그니까 내용상 꼭 필요하지는 않아보이는 이 에필로그는 아마도 앞으로 시리즈에 나오게될 인물들을 소개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상편에서는 황비홍 보다는 오히려 제자들이 공을 세우는 내용이었고 황비홍은 싸우다 도망치는 굴욕적인 모습까지 보여줬던 데 비하면 하편은 확실하게 황비홍이 해결사이고 절정고수라는 느낌을 줍니다. 강호 절정고수와의 끝판왕전까지 준비되어있고요.
그니까 '황비홍 영화'로는 상편보다 하편이 더 나을지도...?


뭐 어쨌든... 상하편 두편을 합쳐야 하나의 영화가 되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정돈된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닙니다. 결국은 두편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있고, 하편 에피소드의 앞부분을 상편 뒤에다 붙여서 클리프행어로 쪼개놓은 것 같은 모양새랄까... 그니까 꼭 티비 시리즈 에피소드를 두개 붙여서 영화로 만든 것 같아보여요. 거기다 이야기가 비슷비슷하죠. 누가 납치되면 황비홍이 가서 구해주고.... 저예산이라 때깔도 티비물과 다르지 않아보이고. 뭐 물론 티비가 없던 시절이지만요.ㅎㅎ

[황비홍전] 상하편으로 시작된 황비홍 영화는 10년 남짓한 기간동안에 50,60편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미친 인기였는데, 그런데 저정도면 거의 티비 연속극급의 페이스가 아닌가 싶은데... 황비홍 시리즈의 제작 페이스가 확 떨어진 시기가 또 홍콩에 티비 방송이 시작된 시기와 비슷하지 않은가 싶기도 해요. 그니까 티비가 없던 시절의 홍콩사람들에게는 황비홍 영화가 지금의 티비에 준하는 오락이었는지도....?

뭐 어쨌든, 홍콩 사람들로서는 그동안 글로만 보고 상상했야했던 황비홍의 모습과 황비홍의 무술들을 [황비홍전]을 통해서 직접 눈으로 볼수 있게 된 거니까 감회가 남달랐겠죠.

호붕 감독이 영화를 만든 목적중 하나가, 북경어 문화의 침투에 대항해 광동의 문화유산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이었다는 것 같으니까, 황비홍의 무술 또한 보존해야할 지역의 유산이고, 그래서 실제 해당 무술의 자문을 구하고 전문가들을 직접 출연시키는 성실한 자세를 보입니다. 무술지도는 역시 임세영의 제자라는 양영형. 그리고 여러 무술인들이 참여했다고 크레딧에 나옵니다. 그때는 미디어도 접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일반인이 이런 무술시연을 볼 기회도 적었겠죠 아마.

그리고 이 [황비홍전]을 쿵후영화, 혹은 마샬아츠 영화의 시조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속의 무술은 일반적인 무협영화들 처럼 그냥 두리뭉실하게 이것저것 뒤섞어 '액션'으로 표현된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홍가권, 철선권 등등 유명한 황비홍의 무술들이 황비홍의 해설과 함께 나오고 있으니, 이소룡 보다 한~참 앞서 나온 쿵후플레이테이션으로 볼수있을지도요.

근데 무영각 이야기도 나오는데, 여기 나오는 무영각은 서극이 표현한 '만화같은 무영각'과는 당연히 다르지만, [가자왕]에서 유가량이 해설했던 무영각과도 다른 것 같아요. 실존무술이라면 이렇게 영화마다 다를리가 없을텐데... 무영각은 어쩌면 무협지(어쩌면 주우재 선생)의 창작일지도...?



상하집 합해 [황비홍전]은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는 절대 말 못하겠지만, 역사적 맥락에선 무척 중요한 작품입니다. 특히 홍콩영화의 역사에선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이고, 무술영화팬들에게도 중요한 영화죠. 지금봐서 재미있을 거라는 보장은 못하겠지만(괴작취향이면 재미날지도...), 그냥 교양상 제목 정도는 알아두면 나쁠건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각종 기록들에선 유가량의 아버지 유담이 임세영역으로 출연했다고 나오는데, 여기서 비중있게 나오는 제자는 귀각칠하고 양관(조달화)뿐이라 누가 임세영인지 알수가 없다는....

원소전이 엑스트라급으로 나옵니다. 나아중에 유담의 아들과 원소전의 제자가 의기투합해서 홍콩 무술영화의 역사를 새로쓰게 되죠.





    • 부제인 '화소패왕장'부터 내용까지도, '화소홍련사'를 베낀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내용도 내용인데 돌도끼님 글은 뭔가 은근한 재미가 있어요.제가 잘 모르는 컴이나 게임 글까지


      다 읽어요. 거기다 고급 유머도 자주 나오고요 :)




      석견이 여기서 출발했군요. [용쟁호투] 마지막 대결 정말 무시무시한데요>_< 저는 이름만 듣고 이소룡은


      TV나 비디오로도 못봤었거든요. 10년 전 쯤 '영상자료원'에서 처음 보았는데 그 타격감 엄청나더라고요!


      [맹룡과강]을 못본건 아쉬워요. 




      "만화가 스탠 리는 무술을 쓰는 캐릭터는 다 이소룡의 영향을 받는다고 얘기하기도 했다."(나무위키)

    • 이렇게 취향 따라 작품들 깊게 찾아 보시는 게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ㅋㅋ 전 정말 이런 영화들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요. 황비홍이라고 하면 90년대 추억의 이름인데 정작 관련 작품들을 많이 보진 않았어요. 그 시절 대박 쳤던 그 황비홍이라도 어디에서 한 번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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