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책들.

[지금부터의 내일] 

하라 료의 마지막 소설. 워낙 띄엄띄엄 작품을 내놔서 이 소설이 나올 때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 대망의 신작'이라고 광고하여 앞으로 이어질 시즌 2를 기대하게 하였으나 작가는 이 소설을 끝으로 더 이상의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작고하셨죠. 마지막 작품이라 아껴 읽는 중입니다.

하라 료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좋아하여 반복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의 분위기가 일본 현지화 된 하드보일드 소설을 쓰셨는데 저는 시간적, 공간적 가까움으로 인한 익숙함 때문인지 이 작가의 소설을 챈들러의 소설 보다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아요. 하라 료 작가도 2023년부터 돌아가신 분이 되어 제가 애정하는 작가와 관심 대상 인물들이 점점 돌아가신 분 위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이 세계 보다 저 세계를 더 가깝게 느끼게 되는 과정인가 싶네요. 

책을 펼치자 본문 직전 페이지에 그간 자신의 모든 책을 책임졌던 '스가노 구니히코 편집장의 영전에 바친다'라는 글이 적혀 있어요. 작가의 편집자와 작가가 몇 년 차를 두고 떠나셨군요...8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넘 흥미진진 쓰신 필력을 확인하자 새삼 작가의 죽음이 더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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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볼레스와프 프루스. 들어 보셨나요. 저는 몰랐던 작가고 이 작품 [인형]도 낯섭니다. 1890년에 나온 폴란드 소설이고요,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을유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며 처음 번역 되었다고 합니다. 폴란드 출신 아는 작가는 스타니스와프 램,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올가 토카르추크,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가 있어요. 창비에서 나라별로 시리즈로 냈던 책 중에 폴란드 작가들 단편을 모은 책이 있었고요. 영어로 작품을 썼던 조지프 콘래드도 고국은 폴란드. 조금이라도 읽은 작가는 이분들 정도 떠오릅니다. 프루스 작가가 콘래드 작가 보다 십 년 먼저 태어났으니 동시대를 살았습니다. 폴란드는 러시아 비롯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아서 우리나라의 형편과 자주 비교가 되고, 그래서 문학과 예술의 정서가 잘 통한다고 하더라고요. 

[인형]은 폴란드인들이 매우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영화, 연극, 드라마로도 꾸준히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사실주의 소설이라는데 대중성 있는 작품이었나 보다 추측합니다. 제가 청소년기였을 때 소개되지 않아 전혀 모르던 고전급의 책을 낸 작가들은 나이가 든 다음에 다가가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과의 만남과 다를 바 없어서 낯선 책은 턱이 있어요. 그 책 속의 세계에 들어갈 조금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새로운 책을 낼 때 어쩌든지 접근을 쉽게 하려고 검증 받은 인물들의 평을 같이 소개하고, 해외의 온갖 호평을 뒤지는 것이겠죠. 예전에 비해 언어 전공자가 많아져서 다양해서 좋네요. 많은 선택지가 있는 것 자체가 좋고, 많은 선택지가 있으면 그간의 세계문학 서열이랄지 지형 같은 것도 다시 배치될 수도 있고...번역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좋은 번역자는 그냥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자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지는가 하던 차에 최근 ai 번역의 공격이 시작된 것 같아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도 되고 그렇네요. 모르던 작가와 작품을 만나서 생각이 옆길로 뻗었습니다.  

[인형]은 상하권 합계 1300페이지 정도이나 전개 방식 자체가 빡세진 않은 것 같은데..인물들 이름이 복잡하지 않기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후기를 보고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이번에 들였어요. 그 이유는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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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단위로 정리할 수 있는 수첩 때문입니다. 을유세계문학시리즈 중 한 권을 사면 줍니다. 책을 살 때 서점에서 주는 적립금에서 제하는 거라 공짜는 아니지만요. 사진상으로 예뻐 보이더라고요. 실물을 보니 제가 쓰려는 용도에 비해 공간이 부족하지만 작은 수첩 치고는 가로가 살짝 긴 것도 마음에 들고 스케줄 관리 정도로 쓰자면 쓸모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에게는 적어 둘 만큼의 복잡하게 이어지는 스케줄이랄 게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책 읽고 영화 볼 계획은 열심히 적어서 실천해 보는 걸로. 하여간 수첩이나 공책 같은 거 좋아하는 버릇은 없어졌나 싶었는데 아직도 어디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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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이란 무엇인가]

장웨이라는 분의 소설집입니다. 모처럼 중국 작가인데, 1956년 생이고 작품도 많고 공직도 수행하고 노벨상 유력후보로도 언급되는 작가라고 합니다. 저는 중국 문학 잘 모르고요, 위화 작가 소설은 여러 권 읽었고 그 외에는 작가의 이름만 몇 분 들어 봤습니다. 예전에 조금 읽었으나 작가와 작품이 연결되어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요. 꾸준한 관심이 없어서겠죠. 이 책도 어디선가 훌륭하다는 추천을 듣고 보관하다가 이유없이 이번에 사게 되었어요. 노벨상을 받은 모옌 작가와 나이가 한 살 차이, 동시대인입니다. 이 책은 단편집이라 부담은 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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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책 '못'읽는게 많이 안타깝네요. 챈들러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거든요. 


      번역으로 나온 책들은 서간집까지 다 있어요. 미완성 마지막 소설 까지 샀다니까요.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의 형사 두명이 '나' 취조하는 장면은 챈들러 소설과 거의 같던데요.


      그만큼 챈들러의 소설이 후대의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이 크다는 거겠죠.




      아 로버트 알트만의 [롱 굿바이]가 있는데 영화가 이상해요. SF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리 브래킷이


      각색했어요.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 - 1953, 에드거상 수상작. ‘빅 슬립’과 함께 시리즈를 대표하는 걸작. 


      1973년 로버트 알트먼에 의해 영화화되어 네오 느와르 영화 걸작으로 꼽힌다."




      런던의 기숙사에 살았어요. 믿기진 않으시겠지만 안에 '빠'가 있어요. 술도 팔고 포켓볼도 치는...


      그 빠를 임대해 운영하는 친구가 이집트인인데 딱 '그렇게' 생겼어요.




      저한테 공짜 맥주 준다고 자주 말하는데 완곡히 거절했거든요. 그 친구에게 궁금한게 생겼는데


      여자가 자주 바뀌는데 다 그 친구보다 훨씬 키가 크고 예뻤어요.




      저는 이제 서울로 돌아갈 때가 다가왔어요. 그러다 기숙사 앞에서 그 친구 커플(?)을 만났어요.


      여자분이 금발인데 폴란드 사람이라면서 갑자기 제 '주소'를 달래요;; 얼굴 본지 이분 정도 됐나?




      결국 바르샤바(WARSAW)에서 엽서가 왔는데 일반적인 여자가 남자한테 갖는 호감이었어요. 몇번 더 엽서가 오갔는데


      저는 곧 서울에 갈 사람이고 조금 다운되어 있어서 흐지부지 됐어요ㅎㅎ




      전성기는 짧았지만 이 분도 폴란드인이어요. 1980년대 후반에 CF 배경 음악으로 많이 쓰였어요.


      (2) Basia - Cruising for Bruising 1990 ( German TV) - YouTube


       

      • '기나긴 이별'은 저도 언젠가 봤습니다. 이상하다는 표현이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뭔가 툭툭 끊기면서 건조한 분위기도 있고 요즘 영화와 달리 공손하지 않은? 설명 부족하고 거친 느낌이 있었어요. 70년대에 느와르스릴러 남자들 나오는 영화 중에 그런 게 있는 듯요. 


        하루키 수필에서 챈들러 얘기 읽은 기억이 납니다. 챈들러처럼 쓰려고 했다던가, 닮으려고 했다던가 그랬던 거 같은데 읽은지 오래 되어 정확한 기억은 안 나네요. 나이가 비슷하지 싶어 찾아 보니 하라 료 46년 생, 하루키 49년 생이네요. 


        2분만에 그런 일이... 폴란드인과 한국인은 끌리는 부분이 있나 봅니다.ㅎ 

    • 챈들러 작품들은 아주아주 인기 많은 대표작들만 몇 편 읽어봤는데 그게 뤼팽, 홈즈 읽으며 열광하던 소년 시절의 일이라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았다... 라는 슬픈 기억만 있습니다. ㅋㅋ 나이 먹고 다시 읽어 봐야지. 라는 생각을 몇 년에 한 번 씩 하면서도 다시 안 읽고 있네요. 음(...)




      등장 인물들 이름 때문에 책 읽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건 거의 러시아 소설들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폴란드 작품들도 큰 차이 없겠군요. ㅋㅋㅋ 부디 금방 습득할만한 이름의 인물들만 가득하길 빌어 봅니다. 하하;

      • 아주 좋아하는 분들도 많은 작가인데 저도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았어요. 다 커서 봤는데도요... 언젠가 다시 시도해 볼까란 생각도 하고 있지만, 쌓여 있는 책들이 많네요.


        다행하게도 최소한 주인공 이름은 보쿨스키, 이자벨라라 한숨 놓았어요. ㅎ

    • 작고한 작가의 마지막 책이 좋으면 너무 너무 안타까울거 같네요. 탐정 시리즈라니 더 궁금해져서 메모장에 적어놨어요.

      안 그래도 놓치는 영화나 연극들이 많아서 수기 메모를 고려 중입니다. 개봉, 예매시작등을 적어 놓고 수시로 봐야 안 놓칠거 같아요
      • 하라 료 작가 소설은 다 재미있었습니다. 


        아예 예전 작가면 괜찮은데 생전에 따라 읽다가 돌아가시면 안타까워요. 지금 연세가 많은 분들이 여럿 있어서 또 겪을 일인데 피할 수 없는 일이죠. 시간은 어김없고.


        폰에 적어 놓는 것과 좀 다른 점이 있죠? 책상이나 근처 눈 앞에 펼쳐 둘 수 있어서 전체를 넘겨가며 한 눈에 보기도 쉽고요. 손으로 적는 맛도 있어요. 자판만 두드리며 글자 적는 거 잊어버리나 싶을 때 적어 보면 좋았습니다.   

    • 매 달 꾸준히 올려주시는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지금부터의 내일 - 레이먼드 챈들러도 이름은 자주 들어봤는데 아직 못 읽어본 작가네요. 일본 작가들의 글이 확실히 정서적으로 친근합니다. 출판사는 꾸준히 비채에서 나왔네요. 출판사를 쭉 둘러보는데 최근 쭉 읽은 마쓰이에 마사시 소설들이 있어서 반갑습니다. 한국에 번역된 도서는 대략 6권 정도인 것 같은데, 다들 책 제목이 혹하게 좋네요. 





      인형 - 국가에서 사랑받는 작품이라는데 두께에 깜짝 놀랐습니다. 폴란드 소설가 책은 인지하면서 읽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네요. 제게 폴란드는 약간, 유대인 작가들에게서 가끔 등장하는 느낌의 나라네요. 만화 [쥐]에서 돼지로 등장하는 사람들을 어렸을 때 가장 강렬하게 느꼈고요. 강대국 사이에 낀 짠한 나라라는 동질감도 있는데, 어떤 내용일지. 제목도 엄청 간결하고요. 





      흥분이란 무엇인가 - 제목이 또 눈에 띄는 책이에요. 한 권이라도 완독했던 중국 작가들을 뒤적거려보니, 찬쉐, 쯔진천, 옌렌커... 최근 젊은 작가들의 꽤 두터운 중국 문학이 나와 몇 번 시도해봤는데, 그 볼륨에 결국 다 읽지는 못 했었네요. 말씀하신대로 단편이라 부담없이 읽겠어요. 위화 작가의 작품을 보니 이름은 들어봤어도 읽어본게 없군요. 





      저는 요새 집에서는 책을 거의 안 읽고, 버스 탈 때나 겨우겨우 조금 읽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집에서 뭔가 건실한 어떤걸 하는 것도 아니고. 퇴근할 때 버스에서 내리면서, 너무 재미있으니 계속 읽어야지! 해도 집에 와서 누우면 유투브나 보며 시간을 죽이게 됩니다. 그래놓고는 책을 계속 사서 탑을 여러 개 올렸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몇 개는 좀 무너뜨리고 싶은데 뾰족한 수가 없을까요.

      • 마음은 재미있게 쓰고 싶은데 잘 안 됩니다.ㅎ 감사해요.


        마쓰이에 마사시는 저도 한 권 읽었어요. 건축 사무소가 등장하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잔잔한 가운데 연필 깎는 시간도 일정하게 정하던 일본 사람들의 치밀함이 두드러지던, 매력도 있지만 한편으로 답답함도 느꼈던 소설로 기억나네요. 하라 료의 소설은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싸나이의 끈기와 주변머리와 성실함이 돋보이는 탐정 주인공이 매력 있답니다. 이번 소설은 끝으로 가면서 머리도 너무 좋아서 반칙 아닌가 생각이 되긴 합니다만.




        [인형]은 단순한 제목임에도 그간 인지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워요. 두께에 저도 놀랐고요. 아직 읽지 않았는데 궁금합니다. 폴란드 바르샤바는 한강 작가가 소설 [흰]을 쓸 때 잠시 머물며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한강 작가의 작품 중에 읽기 만만치 않은 소설이 있는데 [흰]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아 저는 아직 안 읽었어요.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부터 접해 보시길. 이 소설을 예전에 읽고 반해서 다른 작품도 읽었습니다. 이 소설이 처음 접해서 그런지 제일 좋았는데 웃기고 슬프고 그래요. 




        책을 빨리 읽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이고 요즘은 눈이 하루 볼 수 있는 일정 분량을 넘으면 흐리고 피곤해집니다. 전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이젠 몸이 안 따라 주고 그런 것 같아요. 곧 12월 중순에 들어서네요. 시간 구분이 뭐 의미 있나...그러면서도 시간을 의식하며 자꾸 돌아보게 되는 시기네요. 책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시니 읽으시겠죠. 힘내서 일주일 잘 시작하시길!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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