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라떼) 작가 조흔파

가끔 이 사람이랑 김내성이랑 같은 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순전히 개인 적인 생각이지만요. 

조흔파에 대해서는 뭔가 길게 써보고 싶은데 조금 기운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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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흔파의 경우 사실 얄개전 이후 뭔가 비슷하게 이야기를 돌려 막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듭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에너지 선생은 조금 내용이 색다릅니다.


주인공은 아마도 중소기업 사장쯤 되는 집의 4남매 중 막내아들입니다.

(혹시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조흔파 학생 소설에서 이런 배경은 뭐랄까, 

전후 가난하고 가난했던 청소년들을 위한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이겠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중학시절 은사가 갑자기 찾아와 더부살이를 시작하지요.

그냥 더부살이가 아니라 표현 그대로 계엄 사령관처럼 집안 대소사에 다 참견을 합니다.

그런 와중에 얄개전 비슷한 사건사고들이 이어지고요...


주인공은 그러다 아버지 차 운전기사의 딸 차미나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것도 무려 중학교때 부터 알고 지내며 애정을 키우며 서로의 마음도 확인하는데,

보통의 조흔파 소설은 이쯤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습니다만, 에너지 선생은 여기서 할 걸음 더 나아갑니다.


주인공은 대학을 입학하고 군대를 제대할 즈음 이 여자와 결혼하겠다 결심합니다.

여기서 가족과의 갈등이 꽤 길게 묘사됩니다. 그리고 올바른 인성 교육을 입에 달고 살던 에너지 선생이

제일 크게 반대하고요. 간단한 이야기지요. 사장 아들은, 의사의 남동생은 집안 운전기사의 딸과 결혼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작품 배경이 1960년대인걸 감안해 보십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뜻을 꺾으려 하지 않습니디만, 제대 직전 면회를 왔던 여자는 서글픈 웃음과 함께

강제로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합니다. 주인공은 절망하지만, 그저 그렇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선을 봐서 결혼을 하고,

아버지 회사를 물려 받습니다. 그리고 한 50대쯤 되었을까요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면...

"나는 이제 미나의 부고를 들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지만, 집사람의 손톱 밑에 가시가 하나 박혀도 크게 놀란다"

그때는 그렇게 못살겠고 죽을 것 같더니, 세월이 흐르니 다 그저 그렇더라는, 뭔가 씁쓸한 소회 같은 것일까요.

그러면서 주인공의 형은 무려 고등학교 때 열병을 앓고 가출까지 하게 만들었던 첫사랑의 소녀와 결혼하는, 

또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요. 여기서는 이 형의 직업이 예술가-화가라는 점이 조금 부각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무렵의 명랑 소설, 성장 소설 중에 이 정도 후일담까지 실었던 소설이 또 있나 싶네요.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부고를 들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이

참 뭔가 더 그럴듯 하면서도 한 없이 쓸쓸하게 느껴지는군요.


1. 새로운 동서문화사  판은 못 봤습니다만, 2008년에 나왔던 판본에는 이 후일담이 삭제되어 있고, 영화판에서는 그냥 둘이 결혼하는 걸로 나오지요


2. 얄개전을 비롯해 이런 류의 명랑소설 영화판이 70년대 중후반에 나와 간혹 혼동이 있는 것 같은데, 

얄개전은 1954년, 그리고 에너지 선생은 1960년대 중반에 출간되었습니다. 비슷한 류의 작가였던 최요안 선생의 작품들도 대부분 1960년대가 실제 배경입니다.

조흔파의 경우 앞서 판타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그야말로 전후 쓰레기 더미 같은 폐허 속에서 S대 영문과 교수의 아들, 2층 양옥집, 여름 별장 휴가, 각각 클래식 음악이나

미술을 전공하는 형제 자매 같은 설정으로 소설을 써서 소개했던 것이지요.

   







     



    • 고교 교과서에 실린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 결말이 생각나네요. 6.25로 헤어진 선남선녀, 남자의 아내는 북에 두고 온 여자를 평생 질투했는데 정작 그 남자는 아무 생각없더라는.
      • 그런데 평생 못 잊고 그러는 일도 종종 있으니까요. 이문세 노래 작곡한 이영훈인가? 곡 쓰고 있으면 부인 되는 사람이 그렇게 심란해하고 속삭해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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