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의 수수께끼와 어리버리한 회사원

제가 회사에 입사했던 20세기 말에는 부서마다 경리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이 전표든 세금계산서든 관련 처리를 다 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재무에 대해서 알 필요도 없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에는 사용하지 않아서 녹슨 수학적 사고를 들출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은혜로운 분들은 그로부터 약 10년 후 전부 회사를 떠나고, 시스템이 효율화 되어서 왠만한 직원은 전산 시스템에서 비용 처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 그러나 저는 왠만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아직 머리가 부드러울 때 배웠으면 들어왔을지 모를 재무적인 상식은 굳은 머리가 접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겁니다.


대변, 차변이 뭔지도 잘 모르고, 원천세와 세금 계산서도 이해 못하면서 재무팀 직원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만, 기존에 하던 비용 처리가 아니라 뭔가 특이하고 새로운 걸 하게 되면 저와 재무 직원 모두 괴로워집니다.


가끔 총액에 0을 빼먹거나 보태는 저의 방만한 행실에도 불구하고 (재무 직원들 덕에) 회사 재정에 치명타를 입힌 적은 없지만, 최근에 전표 소동을 또 한 차례 겪고 나니 스스로가 한심하기는 하네요


멀쩡한 성인이자 회사 생활을 몇십년 씩 한 사람이 아직 이러고 있다니 좀 한심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세금계산서를 잊고 있다가 시말서 한번 쓴 것 말고는 큰 문제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재무 직원들께 다시 감사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 제가 그렇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벗어났지만 해마다 연말 정산을 하면 해마다 새로워서 동료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고 엑셀에다 숫자를 넣을 때는 0을 빼먹기 일쑤라 큰 실수도 한 적이 있어요. 눈이 빠지게 봐도 안 보이는 것은 왜인지...그나마 직장이 각자 전공 분야가 아닌 실수는 그럭저럭 넘어가 주는 특성이(?) 있어서 묻혀 갔네요. 

      • 농담처럼 말을 했지만 총액에 0을 더하거나 빼면 오십만원이 오백만원이 되고, 오백만원이 오십만원이 되는 무서운 실수인데 이런 실수를 무심코 하는 제가 큰 사고를 안 친 것은 다 꼼꼼히 봐 주는 재무 담당자들 덕분입니다. 저도 원래 전공은 따로 있어서 이렇게 숫자에 약해도 좀 봐주는 것도 있고요.    

    • 엇 저도 이렇습니다ㅜ연말정산 때마다 스트레스 엄청 받아요 ㅋㅋ 해도해도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 연말 정산을 매년 하지만 매년 새롭죠. 저는 심지어 잘 모르고 무슨 혜택을 받았다가 해당이 안된다고 받은 금액의 두 배가 되는 벌금을 낸 적도 있습니다. 이런데 몇년전부터 사업자도 되어서 종합소득세를 내고 하는데, 제가 뭘 하는지 모르는데 세무 시스템이 알아서 해 줘서 그럭저럭 넘어간다는 느낌입니다.   

    •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나이 든 남자인데 계좌를 21세기에 처음 만들었어요>_< 


      그냥 직접 가서 받고 그러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지금은 '가족 사업'을 하는데 저는 동생이 시키는대로


      도장 찍는 일 같은거만 해요ㅠ.ㅠ

      • 믿을 만한 사람이 행정 처리를 다 해주고 결제만 하면 좋지요. 도장 찍는 상사들은 제가 만든 허술한 내용 안보고 그냥 찍어주는 경우도 많은데, 재무 직원들이 자세히 보고 오류를 잡아줘서 그게 통과되는 걸 막은 적도 있어요;;;;;

    • 재무는 커녕 예산 쓰는 간단한 사업 하나 기안하고 품의 올리는 일에도 영원히 적응하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ㅋㅋ 저에 비하면 ally님은 정말 유능한 분일 거에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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