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취미, 백패킹?
1년전 오늘 밤, 티비를 보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미친 놈이 계엄을 선포하고 있더군요. 탄핵 당하고 감방에 갔지만 아직도 살아서 숨쉬고 있는 게 참 꼴보기 싫습니다. 내란 수괴는 바로 총살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 아무튼..
어리버리하다가 국회로 가보지도 못하고 끝난 그날 밤의 기억을 가끔씩 떠올립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은 얼마나 얄팍하고 부스러지기 쉬운 것인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이제 중년도 졸업한 거 같고 장년을 지나 노년으로 가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변화를 생각하다 보면 요즘은 휴대폰으로 웹소설이나 보지 책도 안 읽고(못 읽고?) 호흡이 긴 드라마나 영화도 아예 볼 생각이 안드네요. 유튜브로 맘에 드는 컨텐츠나 몇개 챙겨보고 위스키나 홀짝이는 삶입니다. 크게 놀라거나 크게 재미있는 것도 없고 평생 관심도 없던 분야에 좀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도 해요.
그중에 하나가 백패킹입니다.
지붕 없는 곳에서 잔다던가.. 화장실이 멀리 있다던가.. 심지어 그 화장실이 기온의 영향을 제대로 받는다던가.. 아니면 아예 화장실이 없는 상태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던가..하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 게 체질인 사람도 있겠지만 여행을 가도 펜션이나 호텔 같은데서 자버릇한 나약한 도시인은 못 견딜 일이죠.
그런데 캠핑 유튜버 영상을 보다가 보니.. 음.. 저거 의외로 괜찮을지도? 하는 생각이 스물 스물 올라온단 말이죠. 캠핑이라는 게 차에다가 막 때려 싣고 가서 텐트치고 요리해서 식구들 먹이고 설거지하고 불피우고 멍때리다가 뒷정리하고 다시 밥 해 먹이고 설거지하고 다시 텐트 걷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거 상상만 해도 살이 2킬로그램은 빠질 거 같은데 막상 실제로 해보면 가서 스트레스 받으니까 술먹고 고기 굽고 라면까지 끓여서 먹으니까 실제로는 2킬로그램 쯤 찔 거 같단 말입니다. 난 이 건 못하겠다 싶어서 시도도 안했고 해볼 엄두도 안나는 것이 캠핑이었는데. 백패킹은 좀 달라 보입니다.
목적지를 향해 걷거나 산을 오르다가 적당한 장소에 텐트치고 매트깔고 침낭 세팅하고 배고프면 간단하게 먹거나 마시고 잠자다가 돌아오는 게 전부인 것이 백패킹이더라구요. 너무 덥거나 추울때는 안가면 되고 머리가 복잡하거나 바람 쐬고 싶을 때는 가볍게 챙겨서 떠날 수 있으니 참 여유로워 보이기도 하고 산에서 위스키라도 한잔하면 참 좋겠구만..하는 생각이 절로 들고 그러합니다. 물론 가장 큰 장벽은 처음에 말한 것 처럼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과 외로움이겠지요. 여럿이 있을때는 번잡해서 싫다가도 또 혼자 있으면 외로운 게 어쩌면 영원한 딜레마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러하여.. 백패킹 장비를 싸구려로 하나씩 들여오고 있습니다. 일단 알리에서 사는 게 확실히 싸서 베개를 샀구요. 의자하고 테이블을 하나씩 무게 확인해 가며 샀구요. 매트하고 침낭은 원래 있으니까 살 이유가 없고 텐트 정도만 하나 들여오면 이제 어디로든 떠날 준비는 되는 셈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제가 백패킹을 가게 될까요? 호랑이보다 무서운 와이프는 제가 노지에서 자고 오겠다고 하면 니 맘대로 하라며 흔쾌히 허락을 해줄까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긴 합니다. 날씨도 추워지고 있으니.. 하는 흉내라도 내려면 내년에 날이 완연히 풀리는 봄날이나 되어야 할거 같고 그동안은 이런 저런 영상으로 대리 만족을 해야겠습니다. 장비나 호시탐탐 노려보면서요.
백패킹, 좋아하세요?
의자하고 테이블이 있다는 점에서 이미 백패킹이 아니라 캠핑같은데요? 백패킹의 정수는 한없이 가벼운 초경량 물품들을 구매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 몸에 지고 다녀야 하니까요. 툭하면 몇 박씩 백패킹하는 친구가 있어 얻어들은 것뿐이지만요.
한없이 가벼운 백패킹 물품들은 다 비싸더라구요. 아직 그럴 깜냥은 안되서.. 그냥 저렴한 소품들만 사고 있습니다. 의자하고 테이블은 기본중에 기본 아닙니까? ㅎ 땅바닥에 앉는 건 군대에서 해본 걸로 충분합니다.
여행에 관심이 없어 백패킹이 무엇인지도 이 글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ㅋㅋㅋ 근데 이런 취미 가지신 분들 보면 늘 존경스럽긴 해요. 제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즐기시는 분들에 대한 마음이죠. 저도 다음 생엔 이런 취미 갖는 인생을 살아 보고 싶네요. 하하;
사실 이런 저런 취미를 거쳐서 안 해본 영역에 흥미가 잠깐 생긴 거 뿐이긴 해서 말이죠. 산에서 조용히 위스키 한잔 해보면 어떨까? 라는 호기심으로 기웃거리고 있는데 실제로 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미지수예요. 오늘 같은 날씨에 밖에서 자다가는 죽을 거 같다는.
저는 무거운 등짐 지는걸 싫어하는 편이라, 가끔 여행 예능 볼 때 엄청나게 크고 두툼한 가방을 매고 다니는 걸 보면 너무 두렵습니다. 애초에 지갑조차도 들고 다니는걸 싫어해서, 최근엔 오직 휴대폰 하나만 들고 출퇴근하고 있거든요. (가끔 에코백에 책 한, 두권) 그래서 백패킹... 상상만 해도 두렵습니다. (짐지고 여행 가서도 가장 먼저 찾는건 짐을 넣어버릴 사물함. 사물함을 기준으로 전체적인 동선을 재구성합니다.) 말타고 다니던 시절에 말에다가 짐을 얹혀놓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데 로망을 가지셨다니 신기합니다. 특별하고 이상한 곳에 가거나, 야생 공간에서 먹거나 자는건 안 두려운데. 자전거에다 실어 여행한다면 약간 가능할 것 같긴 하네요.
궁극적으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꿈을 꾸고 있어요. 그러려면 오토바이 자가 정비도 어느정도 해야겠지만 일단은 백패킹 경험부터 쌓으면서 차근 차근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떨까.. 머릿속으로 그리고만 있습니다. 사실 어디를 가더라도 짐 없이 홀가분하게 가는 게 최고죠. 산티아고 순례길을 에코백으로 완주한 미니멀리스트 동영상도 그래서 참 좋아합니다. 카메라나 노트북이 없을수는 없으니 그런 번거로움이 따르긴 했겠지만요.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