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21세기엔 많이 버겁네요. '지존무상' 잡담입니다

 - 1989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50분인데 아마도 풀버전에서 17분이 삭제(...)당한 듯 하구요. 스포일러는 신경 안 쓰고 막 적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영웅본색'이란 3년 차이나는 영화인데 벌써 홍콩 느와르 2세대를 논하고 있었군요. ㅋㅋㅋ)



 - 자칭 '아시아 최고의 도박사' 콤비 아삼과 아해가 등장합니다. 어디 공인 대회 같은 데 나가 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 보이는 자칭 최고들이지만 그 믿음은 매우 진지하구요. 그러다 라스 베가스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선배의 도움 요청을 받고 날아가 일본 조직의 도박 사기를 밝혀내서 보상금도 두둑하게 받고, 또 아삼은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갑부집 딸래미 켈리와 연인 사이가 되어 홍콩으로 돌아온 후 부잣집 예비 사위 & 대기업 중역 자리까지 득템을 하죠. 하지만 라스 베가스에서의 사건 때문에 열 받은 일본 조직이 아삼을 노리고. 아해는 이런 아삼을 구하려다가 그만 도박사로서 가장 중요한 손에 치명적 부상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두 스타님의 모습이 격하게 풋풋한 가운데 유덕화의 시대를 앞서간 깔깔이 패션이 눈길을 끕니다.)



 - 근데 카드 게임 하는 도박사에게 손의 반응 속도가 그렇게 중요할 이유가 뭡니까. 딜러라면 모를까, 포커를 누가 손 기술로 치나요. 결국 아삼, 아해가 지들이 최강이라고 자랑하고 다니는 건 사기 기술이 출중하다는 얘기라는 건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본인들이 사기 트릭 쓰는 도박사들을 악당 취급하는 대사를 치기도 하고... 최종 결전도 정직하게 카드 운빨에 의지하면서 심리전만 쓸 뿐 특별한 트릭 같은 걸 쓰진 않아요. 뭔가 설정이 어지럽습니다만. 그냥 그 시절 홍콩 영화니까, 게다가 각본 감독이 왕정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걸로...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왼손으로 칼날을 쥐고 있죠. 어찌보면 모 도박 영화의 '손모가지여~' 장면의 근원이 된 장면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 그 시절 한국의 남학생들에게 주윤발이 유행 시킨 게 무스 잔뜩 발라 넘긴 머리와 콜트 쌍권총이었다면 유덕화에겐 트럼프 카드 놀이가 있었죠. 아마 오토바이 폭주족들에게도 영향을 좀? 그게 다 이 영화 때문이었는데... 이 시국에 영화를 다시 보고 나니 좀 재밌습니다. 이게 도박꾼들 이야기이고 클라이막스도 도박이긴 한데 정작 주인공들이 카드 게임을 하는 장면은 거의 안 나와요. 유덕화가 한 번 하는 척... 하다가 곧바로 경찰이 들이닥쳐서 한 게임도 안 한 채로 엔딩이고. 마지막에 알란 탐이 악당 보스를 상대로 한 번 하지만 게임 내용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그 외엔 유덕화가 심심할 때 카드 손에 쥐고 섞었다가 펼쳤다가 하는 장면이 한 두 번 정도 나오든가... 그런데 이런 걸 보고 왜 그렇게 다들 트럼프, 포커에 꽂혔던 걸까요. 감수성 예민한 당시 청소년들의 상상의 나래였을까요. 여러가지로 의아하지만 암튼 여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본격 도박 영화'도 아니고 '본격 포커 영화'도 아니라는 겁니다. 카드 놀이는 그저 소재일 뿐, 평범하게 의리!!!! 가득한 홍콩 범죄물이에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알란 탐이 도박을 하는 첫 장면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죠. ㅋㅋㅋ 아니 이게 왜 갬블 영화인 건데!!)



 - 애초에 왕정 감독이 좀 그런 사람 아니었겠습니까. 뭔가 정말 부지런하게 계속 찍어내고. 그러면서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 같은 걸 시도하는데 그 중 다수는 헐리웃 영화들 최신 유행을 그대로 베껴 버리는 것이었기도 하고. 또 그 아이디어를 제외하고 영화의 퀄리티를 따지자면 그렇게 칭찬받을만한 작품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기도 하고. 또 그렇게 대량으로 영화를 '생산'해내다 보니 망작들이 하도 많아서 현 시점에서 그렇게 높게 평가 받을 수는 없는 사람이고 그렇죠.


 하지만 어쨌든 이 시절은 이 양반의 전성기였고. 나중까지 사랑 받는 작품들도 적잖이 만들어냈고... 하는 중에서도 거의 원탑급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인정 받는 작품이 이 '지존무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에 이어진 홍콩 도박 영화 유행의 기폭제이기도 했구요 (근데 그 유행 중 거의 절반을 본인이 제작한... ㅋㅋㅋㅋ) 결정적으로 유덕화라는 배우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게 이 영화였으니까요. 덩달아 알란 탐의 이름도 한국에 꽤 알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99% 유덕화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다시 보니 대충 납득이 갑니다. 참 멋지게 나오기는 해요. 어디까지나 그 시절 기준입니다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열혈남아'를 찍고 바로 1년 후에 나온 작품인 거죠. 거의 40년을 계속 주연 배우로 활동 중이라니 대단한 기록 같기도 하구요.)



 - 뭐 옛날 홍콩 영화니까, 왕정 각본이니까... 라고 이해를 많이 많이 해주면서 보려고 해도 이 영화의 각본을 요즘 관점에서 칭찬해주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물론 의문의 런닝 타임 17분 삭제 버전으로 본 제가 진지 심각하게 따질 상황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건 분량 삭제의 문제 같은 게 아니야... 라는 확신이 드는 부분들만 놓고 봐도 이야기는 정말 엉성해요. 인물들의 행동, 선택, 감정과 관계 변화 같은 것도 그렇고 뭐랄까. 그냥 '여러분 스토리 공식은 다 아시죠~ 시간 맞춰 이동합니드아~' 라는 느낌으로 거침 없이 흘러가 버려서 자꾸 웃음이 나오구요. 또 그 시절엔 폼 나고 멋져 보였을 많은 장면들이 요즘 기준으로 보면 순도 100% 개그씬으로만 보여서 웃기구요. 런닝 타임의 절반 정도는 정말 호쾌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문화 예술 작품이 곱게 나이 먹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거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요즘 관점으로 보면 남자 잘못 고른 여자들의 수난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남편 때문에 유괴, 구타, 성폭행까지 당하는 부잣집 따님과)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게 양호해 보일 정도로 박복한 관지림씨. 애인이 자기 짝사랑 구하러 가는 길에 동행시켜서 총 맞아 죽... ㅠㅜ)



 - 근데 의외로... 아니. 의외라고 하면 안 되겠네요. 어쨌든 레전드가 된 영화니까요. ㅋㅋ

 암튼 그렇게 전설이 되어 후대에 영향도 남기고 탑스타도 배출하고... 그런 영화로서 갖출만한 건 또 제대로 갖추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좋아요. 오랜 세월 함께 한 베스트 프렌드이지만 한 놈은 철 없이 방방 뛰고 다른 한 놈은 어른스럽고. 뭐 지금 시점에서 보면 흔한 클리셰 콤비지만 그 시절 한국 관객들에겐 분명 신선한 조합이었고 이걸 또 각본과 배우 둘이 잘 살렸죠. 


 이런 캐릭터를 활용한 이야기 전개도 큰 틀에서는 적절합니다. 철 없이 방방 뜨는 쪽은 대신 거의 댕댕이 수준의 의리! 충성! 을 갖추고 인간미를 뿜뿜하는 가운데 어른스러운 쪽은 그렇기 때문에 자꾸 친구의 기대를 조금씩 외면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리가 멀어지다가 비극이 닥치고, 결국 혼자 남은 어른스러운 쪽이 대오각성하여 복수에 나선다... 라는 전개는 모범적으로 구현하고 있고 또 마지막 장면의 반전을 통해 의외의 다크한 맛을 풍기며 마무리하는 부분은 지금 봐도 센스 좋다 싶었구요.


 그 외에 요즘엔 안 먹히겠지만 당시 사람들이 열광할만한 '명장면'들을 잘 뽑아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덕화가 알란 탐을 구하기 위해 손을 희생하는 장면이나, 알란 탐을 찾아가 동전 내기를 하는 장면, 독이 든 술잔을 들이키고 친구 애인(겸 본인의 짝사랑)을 구해내고 쓰러지는 장면이나... 마지막 승부에서 마지막 카드의 반전 같은 것. 아이디어도 좋고 연출도 적절했어요. 그 시절에 그렇게 인기를 끈 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홍콩 영화에 나오는 서양 배우들이 거의 발연기라는 건 신기하게도 그 시절에도 확 티가 났죠. 당연히 지금 보면 몇 배로 부끄럽구요.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또 지금 보면 알란 탐 캐릭터가 조금은 불쌍합니다. 정신 차리고 성실하게 살아 보려는데 철 없는 진상 친구놈 때문에... 쯧쯧.)



 -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 시절에 이미 이 영화로 인한 추억이 있다든가. 당시 홍콩 영화들을 열심히 보고 자랐다든가. 유덕화를 아직도 매우 사랑하신다든가. 이런 분들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진 않겠습니다. ㅋㅋㅋ 어쩌면 좋은 추억 있는 분들도 그 아름다운 추억 간직하려면 다시 안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저 궁금한 건 대체 뭘 17분이나 잘라내 버린 걸까... 인데 확인해 보니 왓챠/티빙/웨이브를 비롯 모든 OTT에 동일한 버전이 올라와 있어서 체크는 포기하구요. 어쨌든 전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 즐겁게 보긴 했다는 거. 그걸로 마무리합니다. 끄읕.



 + 사실 전 이와 비슷한 영화, 혹은 시리즈들 중에 가장 먼저 본 게 '지존계상'이었습니다. 극장에서 봤죠. 요 원조 영화는 그 후로도 수년 뒤에 친구 집에서 VHS로 봤을 거에요. 그 '지존계상'은 이것보다도 훨씬 황당, 엉성, 유치하다는 평인데 그 시절의 저는 그냥 재밌게 봤어요. 세월... ㅋㅋㅋ



 ++ OTT에 있는 대부분의 홍콩 영화들이 그렇듯이 이것도 케이블 홍콩 영화 전문 채널 방송분을 소스로 쓰고 있습니다. 모든 담배 장면에 블러가 들어간단 뜻이고 유덕화는 출연 장면의 과반 가까이 늘 담배를 물고 있어요. 정말 화가 납니다....

    • 아직도 안 본 영화네요. 


      카드게임류를 안 좋아해서, 정전자/도성 정도 본 듯.. 근데 카드 파트는 봐도 모르고 ㅋㅋ




      본문 영화 관해선, 홍콩영화 무시하던 당시 학교 친구가 사람들 인파 때문에 못나와서 한번 더 봤다는 사연이 기억나네요.


      그때는 단관개봉이라, 인기 영화는 입석까지 차서(그렇다고 기차처럼 가격이 더 저렴했던 것도 아니고) 극장 안이 사람들로 그득그득했죠. 지역 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그 친구도 나름 만족했으니 2회차 봤겠지요.

      • 본문에도 적었듯이 이 '지존무상'의 경우엔 정말 카드 게임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이해에 전혀 지장이 없는 괴상한 갬블러 영화입니다만... 그래도 이 장르가 안 맞는 분에겐 다를 게 없겠죠. ㅋㅋ 굳이 막 추천할만한 작품도 아니었구요.




        제 동생은 정반대의 사연이 다른 영화에 있었어요. '주라기 공원'을 보러 극장에 갔다가 상영관 문이 안 열려서 (안에 꽉꽉 들어찬 사람 때문에 ㅋㅋ) 푯값만 버리고 그냥 돌아왔던... 하하. 저 개인적으론 '용형호제2'를 보러 가서 좌석은 커녕 바닥에도 앉을 공간이 없는 바람에 스크린 앞 무대 위에 앉아서 본 추억이 있네요. 목 떨어질 뻔...;;

    •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영화는 본 '기억' 이 나요. 구숙정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왕정이


      그녀를 자기 영화 속의 '뮤즈'로 만들면서 그녀와 바람 피는 이야기가 나와요. 왕정은 유부남. 


      구숙정은 나중에 '백마 탄 왕자님' 만나서 잘 살아요. 딸도 있는데 엄마 '미모'만은 못하더라고요>_<




      유덕화는 가수도 겸업 하잖아요. 무대에서 노래 하다가 어떤 무리들이 자기 팬들을 괴롭히자 


      중간에 내려가서 '날라치기'던가 암튼 진심으로 싸워요. 어떤 영화의 역할 보다 멋있었어요 :)




      화질이 별로네요.


      劉德華勇救歌迷(可能是最清晰版)

      • 구숙정이 다른 톱스타 배우들만큼의 위치에 오르지 못한 게 좀 애매하신 분의 뮤즈가 되어 버렸던 탓일까요. ㅋㅋ 귀엽고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까지 성공하진 못해서 아쉬웠거든요.




        유덕화의 가수 활동을 얘기하면 전 역시 그냥 이것부터 떠오르곤 합니다.






        (역시 화질은...;;;)




        사실 노래는 장국영의 To You 보다 이 노래를 더 좋아했어요. 하하.



    • 왕정은 이 기세로 ‘정전자’란 제목의 도신도 같은 해에 내놓았고, 주윤발은 첩혈쌍웅이 또 그해에 나왔고, 다음해쯤 유덕화의 천장지구가 나왔고, 이름만 지존 씨리즈와 도신 씨리즈도 줄줄이 만들어졌고, 수입사가 이름 바꿔 내놓은 지존 씨리즈, 도신 씨리즈는 그 몇배가 됐었죠. 그때의 홍콩의 생산력은 대단했구나하고 찾아보니 89년 전후로 3년간 유덕화의 출연작은 40편이 넘는군요.

      • 네 당시 홍콩은 거의 모두가 남기남 수준이었다고 해야 하나... ㅋㅋㅋ 그렇게 다량으로 찍어내는 가운데에서 그래도 지금까지 회자될만큼 재밌거나, 혹은 그냥 잘 만든 영화들이 이만큼이나 남을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구요. 배우들은 대체 출연료를 얼마씩 받고 활동했길래 그렇게까지 많이 찍어댔단 말인가... 라는 호기심도 생기고 그렇습니다. 하하.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30132 Udo Kier 1944 - 2025 R.I.P. 3 197 11-24
130131 연프 안보지만 왜 보는지 알거같네요. 4 430 11-24
130130 서부에서 제일 나쁜 남자들 5 289 11-24
130129 [왓챠바낭] 옛날 옛적 홍콩에 1부(?), '강호정' 잡담입니다 10 217 11-24
130128 애플 오리지널 - 플루리버스 미드 시즌 1 잡담 5 240 11-23
130127 [공식발표] '김원형호' 초호화 인선! 이진영 코치, 1·2군 총괄 타격코치로 선임 "명문 구단 합류 영광" 102 11-23
130126 '국보' 보았습니다. 4 359 11-23
130125 넷플릭스 [조금만 초능력자] 추천 2 336 11-23
130124 악령의 밤 138 11-23
130123 [영화강추] 한 벌목꾼의 삶, 한 인간의 삶 '기차의 꿈' 8 277 11-23
열람 [왓챠바낭] 21세기엔 많이 버겁네요. '지존무상' 잡담입니다 6 294 11-23
130121 [넷플] 독특한 분위기의 ‘만인의 아이’ 7 290 11-22
130120 피칸파이 6 182 11-22
130119 넷플릭스 '메모리', '내 안의 괴물' 봤습니다. 9 282 11-22
130118 [프로젝트 헤일메리] 예고편 2 213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