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하고 재밌는 부조리극 '보통의 가족'

허진호 감독의 '천문: 하늘에 묻다' 이후 5년만의 신작영화입니다. '더 디너'라는 네덜란드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데 이미 자국, 이탈리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이번 한국판이 네번째라네요. '완벽한 타인'하고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포스터랑 사전정보만 보고 '대학살의 신'이나 '매스'처럼 영화 전체가 두 가족이 서로 만나서 대화하는 내용으로만 전개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군요.



각각 변호사, 의사 사자 직업이라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크게 부족함이 없어 겉으로는 완벽해보이는 두 형제의 가족이 주인공인데 이들을 알아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불안한 요소들이 두 가족의 아이들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서 터져나오면서 결국 민낯이 드러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 모두가 나름 각자의 도덕적인 기준, 신념이 있고 평소엔 잘 지키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내 가족, 특히 내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상황에서 일관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영화, 그리고 원작이 가장 던지고 싶은 화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보면서 관객 입장에서 저들은 위선적이야! 라고 비난하긴 쉽지만 정말 막상 나와 내 가족에게 저런 일이 생긴다면? 하고 생각해보면 나는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는 점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한 웰메이드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두 가족을 이분법으로 도식적인 대비를 이루게 하지는 않았고 두 부부, 아이들, 주변인들까지 나름 복잡한 각자의 사정에 대해 다들 어느정도씩은 감정을 이입해보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작품들이 생각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캐스팅도 적절하게 잘되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장동건이 가장 응? 하게 만드는 부분이었으나 막상 영화를 보니까 캐릭터에 가장 찰떡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건 꼭 칭찬은 아닌데 ㅋ... 


김희애가 너무 과장된 톤의 연기를 한다는 지적들을 좀 봤는데 전 오히려 감독이 그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바를 100% 충실하게 이행했다고 봤어요. 설경구하고는 최근에 영화 '더 문', 넷플 시리즈 '돌풍'까지 갑자기 세 작품을 연달아 했는데 더 문에서는 서로 직접 같이 연기하는 씬이 없었고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연기를 맞춰봤다고 하더군요. 공개순서가 더 빨랐던 '돌풍'은 이거 찍는 도중에 미리 캐스팅 돼있던 김희애가 설경구한테 제안했다고 합니다.


수현은 재밌게도 이번이 첫 한국영화 출연이라고 하네요. 그동안은 드라마만 했었다고, 다른 출연작을 거의 못봐서 몰랐는데 괜찮더군요. 일단 설정상 비주얼도 중요한데 거기에 잘 부합하기도 하구요. ㅋ 주인공 넷중에서 가장 비중이 낮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어른들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맡은 두 아이 역할 배우들도 은근히 소름끼치는 연기를 해냈어요. 캐릭터 설정이 영화라도 너무 극단적인 부분이 있지않나? 싶었는데 요즘 사회란 뉴스들을 차분히 복기해보니 엄청 현실적이다 싶습니다...


 

보실 예정이라면 예고편이나 포스터 카피문구도 피하고 보시길 바랍니다. 은근히 후반까지 이어지는 어떤 서스펜스가 걸린 여부를 미리 밝혀놨더군요. 현재 VOD로 막 나와서 만원정도의 가격입니다.



toronto-ontario-sol-kyung-gu-claudia-kim04_still03.jpeg

개봉 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가 됐었는데 로튼 토마토 리뷰 8개가 전부 호라서 무려 100%(!)의 신선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평점으로 따지면 그렇게까지 높진 않구요.

    • 저도 설정말 보고 '완벽한 타인' 같은 건가? 했는데 톤이 다른 이야기라고. 그리고 장동건이 나오길래 아니 이 분 연기를 뭘 믿고... 했는데 대략 어울리는 방향으로 잘 활용했나 보네요. 전 자기 영화에 어떻게든 미남자 한 명은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허진호 감독의 습관은 여전하구나. 라고만 생각했는데요. ㅋㅋ 암튼 듀나님 리뷰도 생각보다 호평이었고, 의외로(?) 잘 만들었나 봅니다. 호기심이 생기네요.

      • 허진호 감독이 유독 장동건 연구를 열심히 하고 캐스팅해서 써먹은 느낌이었어요. 배우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가려주는 연출가로서 가장 중요한 일을 잘해냈습니다.




        이전 연출작들이랑 비교해서 소재도 톤도 확 다른데 또 묘하게 이어지는 부분들을 캐치하는 재미도 있고 수작이었어요. 스타 캐스팅에 대중성도 나름 충분한데 흥행이 잘 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27747 프레임드 #991 4 96 11-26
127746 캔디 남친의 이름 14 302 11-26
127745 이따 짜파게티 먹을 거예요 4 196 11-26
127744 새나라의 어린이들이 즐겨 불렀던(?) 추억의 노래들 12 171 11-26
127743 저도 존 윌리엄스 음악 몇개... 4 124 11-26
127742 푸이그 키움 복귀/롯데 레이예스 재계약 4 107 11-26
127741 놀란 신작 출연진 4 267 11-26
127740 [웨이브바낭] 잘 만들었는데, 좀 이상하지만 잘 만든 스릴러. '커밍 홈 인 더 다크' 잡담입니다 3 251 11-26
127739 탑골 허들을 조금 낮춥니다 25 391 11-25
127738 중국어 가장 흔한 표현 1000 - 2 97 11-25
127737 프레임드 #990 2 101 11-25
열람 탄탄하고 재밌는 부조리극 '보통의 가족' 2 334 11-25
127735 탑골력 측정 6 287 11-25
127734 [웨이브바낭] 헐리웃 문법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아슈라' 잡담 2 335 11-24
127733 프레임드 #989 4 102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