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을 읽는 방법

서양사람들이 합리적이고 철저하다고 합니다만 어떤 부분에서는 또 되게 대충이예요.


숫자 0과 알파벳 대문자 O는 구분하기가 아주 힘들죠.
그래서 컴퓨터 초창기에는 숫자 0에는 안에다 사선을 그어서 구분하기도 했죠. 지금은 그런거 없지만...
그렇게 구분하기 힘들어도 우리는 그걸 항상 구분하잖아요. '영'과 '오'.
그런데 영어권 사람들은 구분하기 어렵다고 아예 같은걸로 간주해 버리고는 0을 그냥 O라고 읽어버리기도 하죠. 둘 다 '오'

007은 영어권에선 0을 오로 읽어서, 오오세븐도 아닌, 따블오세븐이라고 읽습니다.
(저걸 고지식하게 직역한다면 아마도 '쌍오칠'이라고 해야겠죠.)


중국에선 '링링치'. (주성치 영화 [007 북경특급]의 원제가 [국산릉릉칠]. 릉릉칠하고 007하고 중국어로 발음이 같나봐요. 그 영화 시작하면 '이 영화는 철금강 시리즈와는 관계가 없습니다'라는 자막이 나옵니다만...)


일본에선... 그나라 사람들이 워낙에 영어를 사랑하다 보니... '레이레이시치'라고 안하고 '제로제로세븐'이라고 읽어요.

영어를 사랑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이 읽는 그대로 다브루오세븐이라고는 안하고, 또 자기네식으로 읽죠. 그나라는 영어라는 언어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자기네 말을 영어 단어로 바꿔치기해서 영어권엔 없는 말을 만들어내길 더 즐기는 것도 같지만...


한국에선 '영영칠'...이라고 읽기도 했어요. 옛날에는.

공공칠이라고 읽는 사람도 물론 있었고 제가 어릴때도 공공칠이 대세였긴 했지만 그래도 영영칠이라고 읽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다 영영칠파가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멸종해버리고 이제는 아무도 영영칠이라고 안하죠. 그런데 0을 공으로 읽어 공공7이라고 하는게 어쩌면 원어를 나름 반영한걸지도 모르겠어요. 거기도 따블지로세븐이라고 안하고 따블오세븐이라고 하고있으니까...


숫자 0을 空이라고 읽게되면서 이제는 0을 영이라고 읽는건 수학시간밖에 없을 정도로 공이라고 읽는게 보편화되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도 숫자 0과 아무것도 없다는 공은 뜻이라도 통하니, 숫자 0하고 문자 오를 같은 걸로 간주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것 같기도...




    • 박수동 화백 빵빵구(009) 탐정

    • 오영민의 명랑소설 [2미터 선생님] 주인공 이름이 공영칠이죠. 다분히 007를 노리고 지은 이름.


      말씀대로 일본에서는 0을 레이보다 제로라고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사이보그 제로제로나인, 에바 제로코기, 최근에 춤으로 유명해진 캐릭터 이름인 제로투같은 게 생각나네요.

    • 갑자기 오덕스럽지만 건담 '더블오' 생각이 나네요. 볼 때마다 저거 무한대 기호 갖고 장난치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더블오세븐은 인피니트7... (죄송합니다!;;)

    • 앗 재미있네요ㅋㅋ 항상 더블오세븐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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